검색결과 리스트
글
한경이의 요즈음 놀이와 백련산 산책
요즈음 한경이가 부쩍 컸다.
뒤집지도 못하던 아이가 제법 뛴답시고 비척거리며 뛴다.
아이들의 탄생과 성장을 옆에서 지켜볼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큰 행운이랄 수가 있겠다.
아들 키우면서 느꼈던 경이와 행복했던 경험들, 그러나 대부분이 잊혀지고 사진으로 남았던 경험들을 다시 한 번,
아니 더 생생하고 깊게 맛볼 수 있으니 아니 그러랴!
아이가 나를 누구보다도 좋아해서 따르는 것을 보면 더 더욱 즐겁지 아니한가.
거기에다가 말을 배워가면서 어쩌다가 "하부지" 비슷한 발음이라도 나오면,
"여보! 여보! 한경이가 드디어 하부지라고 말했어!" 하고 저절로 호들갑을 떠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다.
한경이가 지외가에 가서 돌 잔치에 찍은 사진을 보면서 내 사진을 가리키며 "엄마, 엄마!" 했다고 하여
한참을 웃고서는 기분이 좋았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엄마 혹은 아빠라는 표현은 아이에게 가장 가깝고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호칭인가 싶다.
대리석 마루바닥에 깐 스펀지 깔판엔 동물들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여우"를 알려 주고는 "여우 어딨나?" 라고 물어 보면 바로 손가락으로 짚는다.
몇 마리가 반복해서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일일이 짚기도 한다.
또 제가 짚어가면서 물어보는 제스추어를 하면 여우라고 일러주면 한 마리 한 마리 반복하여 짚으며 물어 본다.
요새는 채우기를 하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벽의 콘센트 구멍을 막는 두 개의 다리가 달리고 둥그런 손잡이가 달린 기구가 있는데
벽에서 그것을 쑥 뽑아선 다시 끼어 넣는 놀이를 한다.
전에는 매번 못 꽂았는데, 오늘부터는 제법 한 두 번 제대로 꽂는 것에 성공한다.
그럴 때 마다 박수를 쳐 주니 제가 꽂고선 스스로 박수를 치면서 좋아 한다.
그리고 요새 좋아하는 것은 내가 경석이 때부터 해 주던 비행기 놀음이다.
내가 누워서 한경이 다시 사이에 내 발을 넣어 머리쪽으로 하나 둘, 셋넷...하다가 휙 넘겨 뒤집으며
등허리를 잡고서 한 바퀴 돌려서 내 배 위나 머리 윗 쪽으로 떨어 뜨리는 것이다.
아주 좋아하는 놀이이다.
한 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칠 때까지 계속 해 달라고 한다.
아이들은 자랄 때에 흉내내는 것으로부터 몸과 지능이 발달되지 않나 싶다.
도리도리 짝짜꿍 잼잼 곤지곤지는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지만, 어른들의 책 읽기, 손 씻기,
이빨 닦기, 식사 하기 등도 다 배운다.
안방의 꽃 벽지를다섯 면에 걸쳐 다 했을 때 나는 빨리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한경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아내의 선견지명에 감탄하기로 하였다.
한경이를 현관으로 안고 나가면 솔이의 간식통을 먼저 찾아서 하나씩 던져 주고,
인환이가 선물한 나무종의 종줄을 흔들어 소리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이런것도 나중엔 아이의 추억이 되리라.
요새는 바깥에 나가기를 꽤나 좋아한다.
언젠가 나가자고 할 때 "할아버지 옷 입어야지?" 하면서 런닝에 티셔츠를 찾아 걸쳐 입은 적이 있는데,
이젠 지가 나가고 싶으면 방이나 마루바닥에서나 옷장에서 티셔츠를 꺼내서 가져 온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이해 하는 것이 이렇게 정확하고 빠른 줄은 몰랐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를 노래 나오는 세 발 자전거에 태우고 큰 길로 나가서 명지전문대를
거쳐서 한 바퀴 돌고 왔더니 참 좋아한다.
세발 자전거에는 노래 나오는 단추가 세 개가 있는데 단추를 눌러서 노래가 나오다가 끝나면 내가 "한경이 노래 틀어 주세요~" 하면 얼른 또 단추를 누르는데 몇 번을 되풀이 해도 시행하는 걸 보니 제 나름대로 터득한 것 같다.
집에 돌아 와서 마루에서 조금 놀다가 미진하였는지 또 옷을 집어 들어 데리고 나가서 백련사를 들렀다.
백련사 올라 가는 길은 일주문 가까이에는 무척 가팔라서 겨울에 눈이 오면 작은 차는 쉬었다가는 못 올라갈 정도여서 자전거를 밀고 올라가는 길이 제법 숨차다.
백련사는 태고종 본산이든가 그랬는데 굉장히 오래된 절이다.
거기 큰 북과 목어가 있어 오늘 가서 보니 1197 년도에 만든 것이니 이 절이 얼마나 오래된 절인가를 알 수 있다.
한경이와 큰 북 앞에서 같이 셀카 사진과 독사진도 찍었다.
이젠 사진기를 들이대고 '웃어요~"하면 웃을 줄 안다.
한참을 타고 있으면 나중엔 안겨서 가려고 몸을 일으켜서 이제 자전거를 그만 타겠다는 것으로 알아 얼른 안았다.
그래서 한 팔로는 한경일 안고, 한 팔로는 자전거를 밀면서 내려 가는데 웃으면서 무척이나 좋아한다.
중간에서 다시 자전거를 타겠다고 하여 태우면서 입으로 "부릉부릉" 소리를 내면서 뛰니까 이 녀석도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머리로는 도리도리를 하는데, 정말 귀엽기 짝이 없다.
이 날은 한경이 외할머님의 생신날이라서 모자가 외갓댁엘 간다고 한다.
며칠 못 볼 것을 대비하여 오늘은 두 번이나 산책을 갔다 왔다.
그런데 한경이가 외갓댁에 다녀 오고서 좀 달라진 게 하나 있어 보인다.
떼가 좀 준 것 같다.
특히 나를 집착하면서 쓰던 떼가 좀 준 것 같은데 더 두고 봐야겠다.
성장 과정의 한 변화인지 모르겠다.
<2009.9.3>
'팔불출이래도 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한경이 배냇머리 깎다 (0) | 2009.09.09 |
---|---|
自立의 시작 (0) | 2009.09.07 |
한경이의 첫 추석과 설날 (2) | 2009.08.30 |
한경의 백일 사진 (0) | 2009.08.30 |
한경 입성-080817 산후조리를 마치고 처음 집에 오다. (2) | 2009.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