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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비와 낙엽...
나무 잎들의 나는 때와 지는 때가다 다르다.
버드나무가 제일 먼저 나는 것 같고 개나리 벚나무 오리나무 참나무들이 그 뒤를 따르고,
감나무 아까시 은행 플라타너스의 잎은 아주 늦게 난다.
그리고 플라타너스 잎은다른 나무의 잎들이 단풍지고 떨어지고난 후 한참을 지나서 떨어지고 버드나무의 잎새는 아주 오래 동안떨어지지 않아 제일 늦게 진다.
여름까지 푸르고 싱싱하던 잎새들이 가을이 되어 노랑 빨강 주황 등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처음엔 여름까지의 푸르름에 관성이 된 무덤덤함에 새로움을 주는데다가 윤기로 반들거려 신비감까지 더해 준다.
거리마다 들녘마다 산마다 무리지거나 중간에 섞여서 자신의 존재를 마지막으로나마 드러낸다.
서울 거리의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는 웬지 거세된 무언가를 보는 것 같다.
요즈음엔은행나무도 너무 높고 크게 자라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 자꾸잘라 키를 조절하는 통에 플라타너스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한 해 겨우 자란 플라타너스 가지에 달린 잎새는 본연의 성질대로 별로 곱지 않은 칙칙한 누런 색으로 일찍 바래기 시작해서 오래 붙어 있다가 다른 나무의 잎새들이 다 떨어져 앙상해지면 그 때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날이 되면 대개의 은행나무들이 잎들을 쏟듯이 떨어뜨리는 것처럼,
플라타너스도 한꺼번에 떨어뜨리는 것 같다.
대개의 벚나무의 꽃과 잎새가 일시에 활짝 폈다가 한꺼번에 지는것으로 보이는 것처럼
어느날 출근 길에 도로에 갑자기 많이 깔린플라타너스 잎들이 바람에 휙휙 날아 다니는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러면 올해가 정말로 초겨울로 접어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같이 드는 것이다.
어제 밤부터 비가 내렸는데 거리에 낙엽들이 거의 없는 것이 아침 출근 길이 의외로 깨끗하다.
아마 어제 청소차들이 거리를 청소하고 난 후에 비가 내려서 거리의 낙엽과 찌꺼기들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까만 도로가 카펫트처럼 곱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 을씨년스러운 秋想이 듦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낙엽과 흡사하다는 느낌...
단풍의 마지막 윤기마저 날아가고 플라타너스 잎의 누런 낙엽의 메마름은 나의 모습 같을 때가 있다.
게다가 그 메마름의 버석거림을 생각하면 내 목구멍이 타는 것 같고 입도 마르는 것 같다.
"내가 참 별 것 아니구나, 나는 참 아무 것도 아닌데..." 하는 허무감까지 들게 한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겨울 플라타너스의 마지막은 나에게 깊은 아픔을 자각하게 한다.
<2008.12.4>
<렐릭 - 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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