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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어 가면서 달라지는 효도의 자세
어제 어머님의 83 세 생신을 축하드렸습니다.
우리 6 남매 가족들이 다 모인 셈이이지요. 형 대신 조카가 왔지만...
남자들의 포상휴가라는 이름으로 받게 된 시누이 둘, 올케 둘의 마카오 캄보디아 베트남 여행을 즐겁게 마치고 모여서 그랬는지 더 화기애애 합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가면 늘 사진사 역할을 하는 기선이 부부, 이번에도 여전히 계수씨가 사진을 다 찍어 왔습니다. 아내는 여유 분 배터리까지 갖고 가서 가방에서 한 번도 안 꺼냈다고 자랑인지, 동서 칭찬인지를 늘어 놓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미안 함' 은 안 보입니다.
앙코르와트 베트남 하롱베이 등이 주요 관광지였는데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사진이 많았는데나중에 기선이가 빼 보니 450 장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막내 여동생 영숙이가 48 이니 이제 우리집 평균 연령도 어느새 꽤나 높아 졌습니다. 언제 한 번 아이들까지 넣어 합산 나이와 평균 나이를 따져 보아서 2 세들 결혼을 서두르고 아이들을 많이 낳도록 해야겠습니다.
사진들을 보니, 정말 잘보냈다는 생각이 되풀이하여 들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쨌는지 몰라도 아내는 5박 6일 간 딱 한 통화의 전화만 걸어 왔을 정도입니다. 강물같은 세월처럼, 넘겨 버린 앨범처럼, 눈 길 지나온 발자욱 처럼 사진에 이들의 시간이 보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추었습니다. 멈추어진 시간 사진에는 어쩌면 저들의 과거 추억이 숨겨 있는지 모릅니다. 수학여행 신혼여행 등의...아니면 그동안의 소망들이...
보고 듣고 웃고 떠들며 그냥 즐겼다는 것이 역력히 보입니다.
꿈 같은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대견합니다.
이제 얼마나 지나야 저들이 또 같이 갈 수 있을까?
기회되면 보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어머님까지 총15 명...
기운이 좀 나시게 오랜만에 어머니께 약침을 많이 놓아 드렸지요.
그리고 기도를 부탁드리니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우십니다.
나는 어머니의 기도를 좋아하기만 하는 욕심장이지만...
사실 어머니는 계시는 것만으로도 기도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는 운동을 시켜 드렸습니다.
손뼉치기, 잼잼하기, 웃기, 팔뻗기, 어깨부터 손등까지 때리면서 내려오기 등....
어머니는 제법 열중해서 하십니다.
평생 동안의 고된 농사, 냉정한 아버님에 대한 불만, 연탄개스 중독과 교통사고,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절 두번으로
지금은 침대에만 누워 계시지요.
동생이 편안하게 모시고 있습니다.
조카 애들에게 하루에 한 번씩 이 운동을 해드리라고 부탁을 해 봅니다.
우리 어머님은말씀은 여쭙는 것만 대꾸하시고 잘못 움직이실 때 아야 소리를 내시는 정도입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예요?"
"내 생일이래매?"
"몇 살이세요?"
"여든 셋이래매?"
"오늘 누구 얼굴이 안 보이세요?"
"기중이."
"제가 누구예요?"
"막내 사위."
"수진 아빠."
어머님의 대답 말씀은 거의 간접화법입니다.
"뭐 뭐 래며?"
일생을 당신의 생각은 늘 뒤로만 돌리시더니 누워서도 똑같습니다.
지금도 기덕이가 더 잘 해요? 기선이가 더 잘해요?
그러면 다 똑같이 잘해라고 하시는 정도입니다.
모시고 있는 기선인데두......
그래서 식구들이 한참 웃었습니다.
어제 새삼 느낀 것은 부모에 대한 효도의 자세가 자식의 나이 먹음과 부모님의 늙어 가심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지요.
유년기엔부모의 칭찬을 받는 것 자체가 효도이고
청년기엔 부모가 자식 자랑 하시게 하는 것이 효도인 것 같고
중장년엔 부모가 원하시는 것을 해 드리는 것이 효도의 대강을 이룹니다.
또 부모가 연세가 많으시거나 자식의 나이도 많을 때엔 부모의 생각이나 표현보다는 자식의 마음을 그냥 일방적으로 표하고 행동하는 것이 효도인 것 같아 부모가 알아 주시건, 자각하지 못하시건, 원하시건 안 원하시건 간에 선의의 자식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어제 나도 그랬습니다.
나의 색소폰 연주를 알아 주시건 못 알아 들으시건 간에 해피 버쓰데이투유를 불어 드렸고,
김광석의 "어느 60 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려 드렸지요.
나 자신만의효도 만족 감상일지 모르지만, 어머니는 기분 좋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열 다섯 식구가 모여서 사진찍을 때 웃으시라고 하니까 좀 얼굴이 찌그러지시지만,
어머님의 따스함과 천진함이 풍겨나와 얼마나 좋은지몰랐습니다.
어머니는 늘 침대에서만 계실 정도로 편찮으시지만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구부러져서 안 펴지는 무릎이 안쓰럽지만, 그래도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행복한 어머님 생신 날이었습니다.
<20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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