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4- 봄 꽃의 흔적 지우기

기본카테고리 2005. 7. 7. 13:07

철쭉꽃의누르죽죽한 잔재를 훑어 냈다.

홍 철쭉 황 철쭉 흰 철쭉 영산홍 등...

아버님이 키우시던 영산홍 마저 그 생명 기운을 유감 없이 뿜어 댔다.

얼마나 화려 했던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 한데...

지지 않은 작년 이파리 사이에서 빨갛고 노랗고 하얀 무더기를 자랑 하던 것이

바로 엊 그제 같은데...

이제 새 순과 새 잎이 나니꽃 잔재가 누렇게 나무 둘레를 싼다.

얼핏 봐도 좀 지저분 해 보인다.

자신의 자리를 씨방에 내주고, 밀려 나듯이 걸려 있는 모습이 참 안쓰럽다.

목련이 지는 모습은 가는 봄이 너무 서러워서거나

연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온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 되는 모습 처럼 처절 했지만

철쭉 꽃의 잔재는 그냥 안쓰러울 정도다.

그래서 그 잔재들을 훑고 뽑고 하였다.

뽑다 보니 새 잎과 새 순, 통통한 씨방이 그 잔재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새의 혓 바닥 같이...

꽃의 찌기를 뽑아 땅에 버리면서 이것도내년 꽃을 위한 거름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영산홍과 철쭉의 가장자리 윤곽이 보다 새파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