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섬, 그 노을 ' 을 읽고(♬)

흔한 생각과 취미 2005. 4. 19. 12:37

어섬, 그 노을

그녀는 다음에 태어날 아이에게


물려줄 불덩이를 감추고 있다


어린 가슴에 불을 지필


씨앗을 망망한 수평선 끝


어딘가에 숨기고 있다



피빛으로 물든 하늘의 고통을


손길로 다듬으며 견뎌 내었고


거친 숨을 토하는 바다의


물결을 노래로 잠재워


얼룩 한점 없는 유리같은


수면 어딘가에서 조용히


불덩이를 낳았다



어섬 끝자락에 매달린


달맞이 꽃이 갓 사라진


불덩이를 보고 꽃봉오리를 열었다



하늘로 치솟는 그녀의 영혼.



새벽이 왔다


꽃잎 끝에 달린 이슬이



떨어지고 수평선은 한뼘이나


위로 올라와 있다

..........................................................................................

해가 지고 있다.

아주 뜨거운 여름 날, 입과 코에서 훅훅 뜨거운 김이 밀려 나와 눈 두덩까지

덥히던 긴 낮이 지나고, 만물을 휴식시켜 줄 밤이 오기 바로 전 이다.

낮엔 감히 마주 할 수 없던 하얀 태양,

이젠 빠알간 알몸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한숨을 토하게 한다.


맑은 날 해 떨어지기 직전의 서쪽 하늘과 바다.......

밝고 투명한 옥색의 신비로움을 보여 주는 바로 위 하늘 빛......

구름 속에 몸을 숨긴 채 하늘과 바다, 아니 사람까지 울렁거리게 하고

바알갛게 달구고 있는 빨간 알 덩어리........

이윽고 천천히,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아랫 선을 내 놓기 시작하는 알.....

바다와 하늘은 더욱 더 발개지고 물결 마저 끓는 듯 하다.

둥글고 시뻘건 빛 덩어리.......

너의 이름도 탄생이다.

해 지고 달 뜰 때 꽃 피우는 달맞이도 탄생이고,

새벽을 맞아 떨어지는 한 방울의 이슬도 탄생이고,

다시 떠 오르는 해도 탄생이다.


하늘이 알을 낳는다고 소리치던 그 시인이 읊은 노을은

자연의 둥금과 탄생을 의미하는 것 같다.


직선 같은 수평선도 결국은 지구의 가장자리 아닌가?

잘 그려진 실경 산수화를 유화로 보는 듯한노을 풍경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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