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 지기 - 행복감 중의 하나...(♬)

기본카테고리 2005. 4. 18. 13:26
"가을 우체국 앞에서" 라는 윤도현의 노래 말이 참 좋습니다.

노래에서 이 정겨운 늦가을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 집니다.

.....어느 가을날 우체국 앞에서 "그대" 를 기다리다 노란 은행잎 굴러 가는 것을 보다가

우연히 생각에 빠집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세상에 모든 것들이

저 홀로 살 수 있을까?......"

사랑 이별죽음.......아니어도 노래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사랑 이별죽음이 만드는 감정이 노래를 아름답게 하는 것도 사실 이겠지요.

노래를 아름답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의미 있게 하는 것 이겠지요.

정말 세상에서 저 홀로 설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단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성경 상에서 하나님은 "난 나이다. 홀로 있는 자 이다"라고 스스로 정의 했는지도......

싯달타도 "천상천하유아독존" 이라고 외쳤으니, 신 임을 부인해도 신격화 되는 것은 당연하구요.

난 아주 흔하디 흔하고, 작디 작은 평범한 소시민 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홀로 설 수 없습니다.

늘 신세를 지고 삽니다.

신세 지는 게 즐겁습니다.

어제도 양평 착륙장에서 라이저 끈이 꼬인 것을 풀기 위해서 한 시간 이상을 헤매면서

성질이 나서, 속으로 이 겨울 착륙장에 어찌 나 홀로 버려져서 이 짓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할 때, 이륙장 올라 갔던 사람들이 비행을 포기하고 다시 내려 왔습니다.

내려 온 필과 아이거가 5 분 안에 다 풀어 놓은 것입니다.

그 꼬인 실타래를......

또 알피네 사람들의 신세를 진 것 입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나의 무능이 감사의 마음을 낳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도록 적당히 무능한 것도 여유일까 싶더군요.

하하하하하.......

결국

난 지상훈련도, 꼬인 라이저 줄 푸는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어깨만 잔뜩 뭉친 채

눈물로 기체를 개어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