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 여행- 아내와 경석이와 함께...

기본카테고리 2005. 4. 18. 12:29

아침 10시에 쾌속선으로 출발하여 10시 50분에 덕적도 도착...
해수욕장이 있어 섬이 가장 번잡한 철의 그 맞은 편에 간 셈이다.
북적거림......
이 때에 남들처럼 떠나질 못하고, 놀지 않으면 뭔가 큰 손해라도
입는 것 같아서라도 떠나고, 몰리는 섬......
그 북적거림의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적함.....
정지감......
이건 오히려 상투적이었다.
그건 나른함이다.
너무 따뜻하고 바람 한 점, 구름 한 웅큼도 없는 하늘을
헤엄치는 노오란 게으름이었다.
겨울과 봄의 경계가 두드러지지 않는 섬을 섬 답게 하는
남향 울 밑 개나리의 눈을 가늘게 하는 아늑함 이었다.

섬을 일주하는 버스는 배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선착장에
도착되어 있다가 사람들이 몇 사람이 되었건 간에 출발 한다.
노선은 두개로써, 자갈마당 해수욕장행과 서포리 해수욕장행.....
차도 두대, 운전사도 두명.......
30000원에 섬 일주 관광을 시켜주는 봉고도 대기하여 있고...
이 사람들은 다 섬 사람 들이라서 서로 숨을 나누고 사는 것 같다.

전에 서포린 가본 적이 있기 때문에 자갈마당 해수욕장행 버스를
타고 기사분에게 섬에 대해 묻는다.
등산을 하려고 하는데요? 밥도 좀 먹고....
그럼 진리 포구에서 내려서 식당에 가서 밥 드시고
그 집 뒤로 하여 등산을 하면 해발 295미터의 비조봉 입니다...

섬마을이라는 식당에 들어 가서 아점을 시켜 놓고 있으려니
동네 사람 둘이 들어와 새끼 꼴뚜기 회와 삶은 오징어 회를
놓고 술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넘기는 침 소리를 들었는지 같이 하자고 부른다.
기꺼이 가서 맛있는 새끼 꼴뚜기 회와 함께 소주를 서 너 잔 마시면서
동네 사람들 이야기와 비조봉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시킨 식사가
나온다.
타 동네에 와서 같이 술 한잔을 할 수 있는 조선 사람들이 새삼
자랑스럽다.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셋 이서 소주 두병을 비우게 되었고
주인 까지 합세 하여 술 세병 값은 내가 냈다.

적당히 알딸딸한 상태에서 등산을 시작.....
콧 김이 덥고 얼굴이 화닥거리는 것이 나쁜 컨디션은 아니다.
당 옆은 동네 길이었고, 지표로 삼으라는 천주교 성당은
폐허 상태 였다.
당 옆의 텃 밭도 마당의 성모상도 쓸쓸하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섬의 특징은 바다물이 아닌 것 같다.
섬의 특징은 파아랗고 맑은 하늘인 것 같다.
아주 짙 푸른 하늘 빛......
바람도 없는 하늘이 이렇게 파아랗고 맑다니...
40분이면 올라간다는 비조봉에 오르니 오후 한 시가 좀 넘는다.
12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치면 약 한 시간 이상 걸린 셈...
사진도 찍고 새빨간 야생화 열매와 까만 맥문동씨가 달린 줄기를
꺾기도 하면서 올랐으니 힘 안 들이고 쉽게 오른 셈이다.
어느새 여유있게 오르는 등산이 좋은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 한다.

망재봉을 거쳐 정상에 오르니 아저씨 한 분이 대뜸
"담배 피우지 마세요!"라고 경고 한다.
"담배 안 피워요"...참 싱거운 대답 이다.
그 분이 안내를 해 주겠다면서 덕적도와 그 주변의 섬에 대해
설명을 한다.

.....앞의 소야리,거북이 닮은 문갑도, 선미도, 굴업도....곰바위....
소이작도 대이작도 자월도.....
비조봉에서 바라 본 서해는 그리 망망대해로 보이지 않는다.
언제라도, 어디라도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이웃집 마당과도 같은
느낌이다.
저 넘어 충남 땅 까지......
방향은 높은 데서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방이 바다로 둘러 쌓인 곳에서 해와 그림자가 없으면
금방 구별하기 힘들 것 같기도......

너무 장시간을 구경하고 사진 찍고 하였더니 시간이 급해 진다.
마지막 배는 오후 네시 배 이다.
밭지름 해수욕장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해수욕장으로 하산 코스를
잡았다.
거기선 차를 못 잡아도 걸어가면 식사 하던 진리포구가 가까울 것
같아서다.
선착장에서 진리 포구는 불과 1킬로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산이 가파라서 아들이 제 어미를 업기도 하고 손을 붙잡기도 하고
하면서 내려오는 하산 길은 시야가 탁 트인 방향이다.
빛의 방향이 역광이라서 어쩌면 진귀한 사진이 나올지도...

섬치곤 바람이 너무 없어 이상할 정도다.

섬 주위를 도는 고깃배인지, 낚시배인지 모를 배 한척이
그려대는 하얀 물길을 보면서, 안내원의 말을 다시 확인해 가며
밭지름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세시 10분 정도......
식당을 안내한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전화 하니 차를 갖고 오겠다고
하여 조금 기다리는데, 버스 한 대가 온다.
타고 보니 아까 그 식당의 주인 아저씨다.
그래서 다시 전화하여 버스를 탔으니 오지 말라고 하는데
어떤 버스 하나가 쏜살같이 추월해 간다.
보니 택시 운전수 아저씨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미안하다는 얘기로써 마무리 짓고.....

시간이 남아 선착장 양 쪽의 개펄로 내려 갔다.
뭍 쪽에선 맑은 민물이 계속 흘러 내려오는 것이 보여
섬치고는 물이 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여 겨울에도 저런 지하수가 바다로 계속 흘러 들어오나.....

이 섬엔 이상하게 갈매기도 별로 안 보인다.
요즘의 갈매기는 다 번화한 해변에 가서 쉽게 먹이를 찾아 다니는 것은
아닌지 씁쓰름한 생각 까지 든다.

정확히 네시에 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한 시간은 다섯시....
일곱 시간의 여행 치고는 좀 피곤한 느낌이다.
섬이 주는 무게인가...
섬의 신비 함과 무지 함이 가하는 무게......
어울리면서도 생뚱하고, 어렵게 하는 섬 사람들.....
가깝게 대해 주면서도 속을 열지 않는 듯한 사람들.....
바람 없는 섬.....
갈매기 없는 섬.....이라서 그런가......

<2002년 2월 덕적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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