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기본카테고리 2005. 4. 18. 12:42

난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이미 부모님 곁을 떠나
할아버지가 한약국 하시는 수원에서 살았을 정도로
늘 따뜻한 것만도 아닌 세상을 알았지요.

초등학교 땐 몰랐지만 중고등 학생 시절엔
일 년에 세 번 있는 방학 때와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가면
고향이란 곳이 벌써 내가 덜 섞이고 있는 세계이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같이 자라던 또래들에게 아저씨라고 불러야 하고
고향에서 쭉 살아 오던 그들은 내가 같이 놀기엔
내가 경험하고 살아 온 세계와 많이 달랐습니다.

난 그들에게 초등학교 동창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동창도 아니었고
항렬이 같은 친구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나가 학교 이야기를 하거나
친구들 이야기를 하거나, 타 동네 이야기를 하면
그야말로 이방인이 되어 있음을 절실히 알게 되지요.
난 서울 생활의 좋은 점을 얘기할 만한 유치함은 없었고....
그리고 고향이 너무나 좋았지요.

그 중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고 아쉬워 했던 부분은
타 동네의 여자 아이 이야기와 그 동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서울에선 여학생들에게 말도 못 붙이고 학교생활을 하는데
고향에선 쉽게 사귀고 있는 것을 보곤 정말 신기하고 부러웠지요.
그리고 대개는 자기네 친구들의 동생인 경우가 많아
재미난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네가 아닌 타 동네의 이야기는 그 일이 그 일이건만
너무나 재밌었습니다.
타 동네로 까지 밤에 마실 가서 밤새 도록 논 이야기,
게임한 이야기,
그 동네의 귀신이야기,
저수지에 빠져 죽는 이야기,
쌀 가마를 양 쪽 어깨에메던 힘 센 사람이야기......
그 곳들은 내가 버스를 타고 지나는 동네였고
항상 낯 설고 서슴거리고 어려워지는 곳이었지요.
동네마다 텃세가 있어 잘못하면 얻어 맞는 다는 이야기도 있고......
결국 부모님들 세대에선 다 알음알음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란 것도
그 이유들 중의 하나입니다.

내 동네에서 저 멀리 저 동네는 어떤 곳일까?
가 보고 싶지만 갈 기회도 없고, 웬지 두렵고 어려워지는 곳....
그러나 고향 친구들에겐 그 곳도 다 고향입니다.
저 멀리에 뭐가 있을까 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지요.

저 멀리에 뭐가 있을까?
뭐 여전히 사람들과 논과 밭과 산과 소 돼지 닭 들이 있겠지요.
그렇다고 여기와 같은 것은 아니지요.
가 봐야 잘 아는 것이지요.

소가 돼지와 더불어 마당에서 뛰어다니는지,
진흙소들인지 흙강아지들인지가 저수지에 빠졌는지,
알 낳고서 꼭 지붕에 올라가서 개와 눈싸움을 하는지,
수탉이 진짜 메추리 알을 낳았는지.....
가서 봤어야 알지요.

오늘글 들을 읽고 웃어 가며 지금 그런 일들을
떠 올리니 새삼스레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어른의 때와 아이 때를 넘나 들 수 있는 것이 참 좋군요.

모두 모두 타동네 사람으로 굴지 말고

다 울동네 사람 임을 기쁘게 확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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