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 국가 대표 선수의 죽음 앞에서

그리고 뭔가... 2005. 4. 19. 14:39

세상에서 제일 귀한 것은 사람 목숨, 사람이다.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목숨을 보존하고 건지는 것이 최우선 이다.

난 설악에 갔을 때 같이 간 친구와 얘기한 적이 있다.
성냥 한 통이나 라이터 한 개만 있으면 겨울의 조난에도
살아 날 자신이 있다고.....
산에 불을 놓겠다고.....
한 목숨 건지려고 산에 불을 지를 것인가를 묻었다.
사람 목숨이 제일 귀하다, 아니 내 목숨이 제일 귀하다 라고 말했다.

항공인들, 비행하다 어떤 사람이 떨어져 죽거나 다치면
남의 일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안타까워 하고, 슬퍼 하고.....
모두들 내 일로 생각하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위험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 하기도 하고 당분간은 굉장히 조심한다.
또 작건 크건 다친 기억과 위험했던 경험은 다 갖고 있다.
다른 레저스포츠에 이런 분위기나 정서, 역사는 별로 없다.
한 마디로 이렇게 많이 죽고 다치는 종목이 얼마나 있겠는가?
더우기 대중화된 스포츠가 이렇게 많이 죽고 다치지는 않으리라.

왜 이렇게 많이 죽고 다칠까요?
다른 나라는 어떨까?
그리고 국제 대회 에서 어느 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죽었을까?
국내 대회에서 죽은 사람은 어느 나라가 제일 많을까?
평소에 비행을 즐기다 죽는 것은 어느 나라가 제일 많을까?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이렇게 급속하게 대중화했을까?

난 도사님이나 몇 몇 분께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우리 패러계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라고.......
너무 쉽게 배우고, 그러다 보니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패러 인구가
쏟아져 나왔다.
자격을 갖춘 스쿨 에서도 배우고, 개인한테도 배우고,
자격이 없는 클럽 에서도 배운다.
패러를 배워 즐기겠다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공급 차원에서
만족시키는 과정은 결국 이런 구조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런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고 교통정리할 수 있는
협회나 정부 기관은 지리멸렬 상태에 빠졌었고....
공식적인 한국의 표준 교본 하나 제대로 없다는 것이 지리멸렬 패러단체의
자화상은 아닐까?

어떤 상황에서도 목숨이 제일 귀하니 욕심내지 말아라 라는 것은
우리 패러 선수에겐 적용이 안 되나 보다.
데프 님 글을 보면 주수옥 님은 언젠가도 보조산을 못 펴고 떨어졌다는데....
도사님 글을 보면 보조산을 잊어 버릴 둔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데,
"조금만 더......" 가 보조산 던질 시간을 뺏은 것은 아니었는지?

"조금만 더"란 무슨 의미인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자신을 시험하는 것인가?
자기극복을 위한 시험인가?

국가대표급 선수라 해서 불탄산에서 쫄쫄이 비행하는 교육비행자 보다
위험을 좀더 연장시켜가면서 비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명은 성립이 안 된다.

기체가 아무리 좋아도 자연 앞에는 한낱 크리넥스 종이 한장 만도 못하다.
기체를 만드는 회사는 이것을 뻔히 잘 알 텐데,
목숨이 제일 귀하다, 무조건 살아라 라는 것을 얼마나 강조 해 왔을까?
하늘에선 최후적으론 자기가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면 단 가?
초보 때 부터 안전제일, 목숨 제일이라는 것을 굳게 심어 줬으면
보조산은 좀 더 일찍 펴지지 않았을까?
보조산이 펴졌으면 살긴 살았을까?
보조산을 펼 상황 이전, 아니 웬만하면 이륙조차 포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비행도 운전 처럼 방어 비행에 최고 점수를 주어야 한다.
"웬만하면 비행을 한다" 에서 "웬만 하면 안 한다"가 정착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모든 기준 분야에서- 기체 급수, 고도, 거리, 시간, 기술 등...-
한 끗 낮추기 비행이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철저한 보호 장치가 없는 스포츠는 모험 스포츠 일 수 밖에 없는데,
그에 상당한 법적 기초가 필요하진 않을까?

활공장은 또 얼마나 열악한가?
스쿨은 또 얼마나 영세한가?

이런대도 비행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해 마다 늘어만 간다.
활공장의 관리와 통제를 통해 어느 정도 질서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강한 카리스마로써,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욕 먹기를 자초해서라도, 이런 일을 누군가가 해야 한다.
일단은 더 이상 대중화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교육을 고급화 하여 스쿨의 영세성을 극복시키기도 해야 하는데....

우수한 선수 인력, 기체 실험 가능 인력이 또 갔다.
정민화 님에 이어 주수옥씨 까지......
선수는 하늘 에서 죽어야 하는가?

무조건 살아라!
어떤 조건 에서도 무조건 살아 남아라!
죽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살아 남기 위한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
첨 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하지 않나?

한국 패러계의 발전이 제조 업체나 수입 업체가 주체가 되어 왔기 때문은 아닌가?
시작이야 업체 했고, 엄청난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중화 시점에선 주체 전환이 이루어 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누가 주체가 되어야 할까?
교육자, 피교육자, 동호인이 되어야 한다.
즉 밑바닥, 저변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진 엘리트가 주체였다면 앞으론 대중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주체 전화의 가장 큰 이유는 비행 기준의 변화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와 고급자의 고급 기술이 기준이 아닌, 무조건 안전 제일이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이룰 추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게 바로 협회와 같은 패러단체인데,
여기에 이르러서는 선배 모두가 고개를 흔든다.
"틀렸어!" 라고.....

그럼, 이렇게 계속 하늘에서의 죽음은 결국 개인 책임 일 수 밖에 없는
원시구조, 무책임 구조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