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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내가 싫어하는 인간형 중의 하나가 "완고함" 입니다.
어제도 난 아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야단 쳤습니다.
의심 만에 근거하여 야단을 쳤고, 아들은 눈물로써
나의 의심에 참을 수 없는 억울함을 표하였지요.
고삼이라고, 매년 데리고 가던 벌초도 면제를 해 줬건만
도서관 간다고 나가서 밤 11시에 들어 온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어디에서 오냐?
명지대 쪽에서요...
뭐 했어?
오락이요...
오락을 얼마나 했어?
도서관에서 8시반에 나와서 한시간 반 정도요...
임마...그럼 아침부터 여덟시 까지 도서관에서 있었어?
예!
새꺄...그럼 왜 지금까지 전화 한 통화 안 하고 전화도 안 받았어?
난 야단을 치면서 내가 아들에게 완고한 아버지, 의심덩어리 아비로
인식될까 싶어 어떻게든지 아들을 거짓말장이,
아비는 추리력과 영감과 직관이 정확한 아비로 결말 지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정말 그냥 완고 덩어리로만 보여지지 않을까?
혹시 위선자로는?
수능을 2 개월 앞 둔 놈이 긴장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쥐 잡듯이 잡는 내 모습이 너무 왜소하고 치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까짓, 대학 안 가거나 못 가면 어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가
이렇게 까지 치사한 의심을 못 버리다니......
밴댕이 같으니라고....
혹시 아들의 진로와 미래를 부모의 알량한 자존심 만족의 도구로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닌지, 나 스스로도 끔찍하더군요.
아직도 학과 성적 하나 뛰어나지 않다고 애 기죽이지 말자고 생각하는
내가 막상 각론에 부딪쳐서는 이렇게 화를 내고 흥분하다니......
아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래도 오랫동안 무릎 꿇고 앉은 것이 고통스러워 보여 중간에
책상다리 자세로 바꿔 준 것으로 약간의 위로를 삼지만.......
아들의 눈물이 자꾸 눈에 아롱거려 맘이 쓰립니다.
아버지의 의심을 받았다는 분함, 그 의심을 풀어 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분통함에서 나오는 눈물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쓰립니다.
집착을 버려야지.....
욕심을 버려야지.....
외출해서는 오락이면 오락, 농구면 농구, 노래방이면 노래방....
한 가지 아이템으로만 놀다가 들어 오기로.....
두 가지 이상을 즐길 땐 꼭 연락하여 허락을 받기로.....
나가선 반드시 전화를 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늘 되풀이 되는 싱거운 결말이 되고 말았지만
정말 쪼잔하기 짝이 없는 아비가 되고 말았어요.
그러나 아침 7시에
"아버지!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하면서 잠에서 덜 깬 아비의
손을 잡아 주고 나가는 녀석이 너무 예뻤습니다.
<해병대 제대 4 개월을 앞 둔 아들이 고 3 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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