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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6.14 홍은동 시절을 마감하는 2012 년 겨울 마당과 봄-1
- 2016.06.13 [노시] 세월
- 2016.01.09 2015 서울싱잉커플즈 창단 40 주년 기념 36회 정기콘서트 후기
- 2014.11.25 또 다른 감동의 시작, “WITH LOVE"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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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동 시절을 마감하는 2012 년 겨울 마당과 봄-1
홍은동 단독주택에서 1994 년 부터 2013 년까지 살았으니 20 년을 산 셈이다.
아파트에서 살던 중 홍은동의 예쁜 단독에 잘 살고 있는 아내 친구의 말을 듣고 홍은동의
이 집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큰 길 바로 옆에 붙어 있지도 않고 골목으로 50 미터 정도 들어오면 되고, 주택보다는 마
당이 상당히 넓고 차고가 따로 있는 데다가 제법 오래된 감나무가 맘에 들었다.
또, 안방 앞에 오랜 모란꽃이 있어서 더 좋았다.
건축업하는 사람이 70 년 대에 자기 살 집으로 탄탄하게 지었다는 집이었다.
경석이가 5 학년 때 이 집에 와서 결혼하여 아이들까지 낳았으니 감회가 깊다.
이 집에 든 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내 맘과 눈귀를 머물게 하는 이 집에 대한 자부심이 참 대단했
다.
이 집 살 때 3 억 가까이를 주었는데 그 당시 반포 근처의 아파트가 1 억도 안 갔다가 이
집을 팔 때쯤엔 72 평 이 집의 여러 갑절이 되었다 해도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그래서 2013 년에 집이 팔리고 행신으로 이사를 올 때 그동안 기념 삼아 모았던 작을 돌
들과 50 년 가까이 묵은 모란꽃 나무, 앵두나무 상사화 수선화뿌리 맥문동 몇 뿌리를
가져 왔다.
그 나무들을 뽑던 심정은 지금 생각하도 아릿하다.
아내는 애써 쓸데 없는 짓,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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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 세월
[노시] 세월
시간은 나이 대의 속도라더니
65 키로로 간다
아니 그 이상이겠지
"육 십? 좋은 나이지 " 듣던 때
엊그젠데
그 말을 하던 선배가 되었다
흔한 말로 살아 온 시간보다
살아 갈 시간이 엄청
줄어들었다
하고 싶었던 일이 더 많던 때
해야 하는 일이 참 많던 때
못 해서
안 해서
아쉬웠었던가?
지금 생각하니 별 생각이 안 난다
중요한 일이 아니었나 치부해 본다
많은 이들이 정리해야 할 때라던데
누리고 즐기고
평온하게 살 때라던데
아직도 져야 할 짐이 있어
매일 매일 끊지 못할 일이 있어
부러움 사고 있으니
이것도
복인가?
그래서 세월이 더 빠른가 보다
요새
아홉 살 한경이도 그런단다.
왜 이렇게 일 주일이 빨리 가느냐고...
금새 토요일이라고...
아내가 학교 다닐 때는
한 주가 그렇게 늦게 갔다던데
나는 그 생각도 안 들었던 같다
하여튼
요새는 너무 빠르다
<2016.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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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싱잉커플즈 창단 40 주년 기념 36회 정기콘서트 후기
단비를 몰고 오는 서울싱잉커플즈 연주회
서울싱잉커플즈의 콘서트가 열릴 때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자주 내립니다.
이 연주회가 사람들이 이유 모를 갈증을 조금씩이라도 느끼고 있을 때, 그것도 목마른 땅을 적시면서,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즈음에 단비를 불러 오는 것 같습니다.
뭔가를 서두르게 될 때 오히려 차분한 마음이 필요함을 일깨우듯이요......
창단 40 주년 기념, 36회 정기연주회가 열린 2015.11.22 일 밤에도 비가 내렸지요.
올해가 창단 40 주년 째 라더군요.
중동 친구들과 종훈이 지인들이 함께 한 뒤풀이에서 종훈이에게 들으니 1975 년에 합창단을 창립하였답니다.
올해 예순 네 살인 종훈은 창단 5 년 째에 입단하였다고 하며 창단 멤버인 신상철 선생님이 1938 년 생이시라니 이 조직의 생명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창단 후 3 년 째에 첫 연주회를 연 이후 지금까지 서른여섯 번을 계속해 온 것은 세대 간의 조화, 남녀 간의 조화가 빚어 낸 materpiece 자체라는 감탄이 저절로 생깁니다.
이 자리를 빌려 축하를 드립니다.
이 합창단이 꾸준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여성 단원과 피아노 반주자들의 드레스 코드인데 올해엔 핑크로 정한 모양입니다.
피아노 최윤진 씨의 연한 분홍색 드레스, 최은미 씨의 깊은 분홍색 드레스, 여성 단원들의 옅은 분홍 드레스 단복이었는데 올해에도 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으며 눈을 호사시켜 주었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구성을 제 36 회 정기연주회와 창단 40주년 기념연주회로 나눈 것 같습니다.
정기연주회의 합창곡은 에릭 휘태커와 모르텐 로리젠으로, 테마 연주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글로리아와 세계의 포크송으로, 40주년 기념연주회는 2 부로 구성한 것 같군요.
콘서트의 문은 에릭휘태커의 워터 나이트와 모르텐 로리젠의 Dirait-on 이 열었습니다.
음악 감상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을’로서 워터 나이트와 dirait-on을 언제 어떻게 만날까요?
그저 싱잉커플즈 공연에서나 접하고 알게 되는 진귀한 경험을 할 뿐이지요.
여남 27 커플과 멋진 분홍 드레스의 피아노 반주자, 그리고 조익현 지휘자님이 풀어 주는
두 노래는 수준 높은 고난도의 명곡을 보다 익숙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화면에 뜬 가사들이 특히 이해를 잘 도와주었습니다.
워터 나이트는 강과 밤, 그리고 사랑에 대한 꿈들을 잘 어우러지게 만든 것 같이 고즈넉하고 깊은 분위기로 청중을, 아니 저를 이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샹송 dirat-on 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엄청난 시적 異事의 생을 보여 준 릴케와 장미를 새삼 생각나게 해 주었습니다.
물에 비친 나르시스의 자기 사랑의 아픔과 몽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 36 회 정기연주회의 메인 테마 곡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글로리아입니다.
비발디가 음악선생님으로 있던 고아원의 합창단을 위하여 만든 곡으로 12 부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의 거룩하심, 사랑과 구원을 찬양하고 감사로써 영광을 돌리는 노래들인데
합창은 합창대로 장중한 느낌이었고 여성 삼중창이나 독창들은 감미롭고 진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악 합주 중에 들리는 오보에와 트럼펫의 맑고 깨끗한 소리가 곡들의 무게를 많이 덜어주는 느낌이었으며 특히 저는 여섯 번째 곡인 ‘주 하나님’ 순서에서 독창과 오보에가 아주 좋았습니다.
제 36 회 정기연주회와 창단 40주년기념연주회를 이어주는 무대가 바로 세계의 포크송 모음일 것 같습니다.
워터 나이트 dirait-on, 글로리아 12부 (혹시 한 곡이 빠지진 않았나요?) 로 중동 친구들에게 難耳感을 안겨서 쫄게 하더니 그것에 빠져서 졸지는 않게 한 것이 바로 “세계의 포크송” 스테이지입니다.
첫 번 째 포크송은 아프리카 추장의 복장을 한 사람이 제일 먼저 등장을 하고 나서 알록달록한 옷차림에 빨간 고깔 모자 둥그런 판쵸모자 등을 쓴 단원들이 뛰어 나와서 남아프리카 민요인 Aya Ngena를 춤추면서 노래합니다.
그들의 축제 때 많이 부르는 노래 같은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아야 싸바마!” “아야트바마!” “아야!” 등을 외칩니다.
화면 자막을 보니 Aya 란 ‘그들이 들어간다’라는 뜻인가 봅니다.
뜻은 몰라도 무척 흥겨워서 비발디까지의 무거움을 싹 씻어 갔습니다.
두 번 째 싸모아 포크송인 “minoi,minoi” 는 ‘움직여라, 움직여라’ 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로 움직여서 사랑해달라고 간절히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멕시코 민요인 “아름답고 푸른 하늘”상당히 서정적이고 고요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어진 40 주년 기념 영상 사진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청중들을 숙연하고 진지하게 만들었습니다.
환희 보람 감사 열정 인내 사랑 행복 아쉬움 등으로 점철된 40 년!
그야말로 성령의 열매 자체인 것 같습니다.
70 년대부터이니 80 년대, 90 년대, 2000년대, 2010 년대...... 강산이 네 번 이상 바뀌는 동안에 아들 딸을 낳고,
그 아들딸이 다시 아들딸을 낳았으니 3 대를 살아오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존재하고 숨 쉬고 있겠는지요?
그 세월만으로도 경탄스럽고 존경합니다.
지나 간 사진의 빛은 바랬어도 그 때의 감성과 뜻은 여전함을 공감합니다.
요새 ‘바램’을 따라 부르고 있는데 노래 말 그대로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 가는 것' 같습니다’
수 십 쌍이 조금씩 익어 오면서 오늘의 영광을 맞은 싱잉커플즈합창단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 다음의 창단 40 주년 기념 창작곡은 싱잉커플즈에서 편곡 작곡을 맡아 주시고 지휘까지 해 주시던
김준범 선생님께 위촉을 하고 저의 자랑스런 대학 후배 박문현 원장이 노래 말을 붙인 “내 노래의 계절-빛으로 빚은 네 개의 노래" 는 싱잉커플즈를 상징하는 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계를 아우른 듯한 여성 단원들의 연 핑크 빛 드레스는 가벼우나 깊으며, 고아하나 편안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봄의 창가 햇살, 여름 은하수, 가을 단풍, 겨울의 소복눈이 우리에게 행복과 추억과 사랑, 그리고 평화로 가득 함을 갖게 하니 정말로 축복이지요.
특히 저는 “꽃 진 자리에 열매를 맺듯이......”
“한 잎 붉어도 가을은 깊은데....” 라고 노래한 가을이 더 좋아졌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하나 온 땅 가득한 평화!
마지막으로 오세종 전 지휘자님, 최윤진 피아노 반주자와 OB 단원과 함께한 합창 무대는 정말로 뜻이 깊고 이 합창단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조직이든지 원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입니다. 살아있는 역사가 있다는 것이니까요.
상투적인 ‘유세차’ 가 아니라 실제로 세월과 역사가 살아서 이어져 내려온 것이지요.
2009 년에 연주했던 글로리아 (하늘 높은 데서는 하나님께 영광), 2011 년의 강원도 아리랑,
친구 종훈이의 D 장조 하모니카가 시원한 이등병의 편지, 1988 년의 홍난파 이은상의 고향생각,
1988,1991 년의 신고산타령 등을 원로 단원님들과 다시 부를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곱고 아련한 추억을 짙게 생각나게 하는 이은상 곡의 고향생각 마지막 노래 말,
‘때 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새삼 좋더군요.
강원도아리랑에선 단원들의 흥도 좋았지만 금색드레스의 피아노 연주자의 흥이 아주 좋았습니다.
마지막 곡은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 이었는데 이 노래의 가사를 이번 연주회의 키워드로 삼고 싶어집
니다.
................................................................................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우리 가는 길에 아침 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때론 지루하고 외로운 길이라도 그 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때론 즐거움에 웃음 짓는 날이어서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듣고 느끼고 갈무리하는 사이에 앵콜송들이 끝나고 청중들과 같이 ‘즐거운 나의 집’을 불렀습니다.
저도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음악을 하는 2 세들을 40 주년 기념연주회에 참여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을 법 한데
왜 채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프닝에다 가끔 難耳한 노래보다는 順耳한 노래를 배속시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같이 한 성재씨, 매해 스폰을 아끼지 않는 윤영이 부부, 홍중이 부부, 희순이 상우 백석이 지해 친구들! 참으로 즐거웠고 행복했소이다!
2015.11.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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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감동의 시작, “WITH LOVE" 2014.11
또 다른 감동의 시작, “WITH LOVE"
-서울싱잉커플즈 제 35 회 정기연주회를 보고-
십 여 년 전에 중동 친구 종훈의 초청으로 싱잉커플즈 연주회를 보고 감사의 뜻으로 중동고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 제법 여러 해 되었습니다.
음악에 전문적인 지식과 축적된 자료나 새로운 정보도 없는 사람의 글도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어 주옥같은 음악이나 연주회의 빛을 가리지나 않나 걱정스럽지만, 종훈이 말마따나 꿋꿋한 ‘을’, 예능 감상에 있어 부인 못할 ‘을’로서의 분수를 지켜서 올해에도 또 저의 느낌과 생각을 전합니다.
이 후기의 모든 표현에 전제되는 것은 순수한 저의 ‘느낌과 생각’에 지나지 않음을 해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콘서트가 저에게 확 들어오는 첫 느낌은 상당히 ‘남성성’이 두드러졌다는 느낌입니다.
그동안의 콘서트가 다분히 여성적이어서 섬세하고 부드러워 예쁜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훨씬 굵고 두터우며 힘이 느껴졌습니다. 울림마저 깊고 길어서 저에게는 더 편하고 좋았습니다.
프로그램 지 인사말에서 이사장님이 “회갈색의 베이스 줄기” 라고 표현하신 것이 저에게도 뚜렷한 공명을 일으켰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문을 열어라” 로 열려서 “온 맘 다해” 로 닫힙니다.
.....................................................
문 문 문 문을 열어라 문 문 문 문을 열어라
동대문 남대문 활짝 열어라 동대문 남대문 활짝 열어라
열어라 활짝활짝 열어라 천지사방 어둠아 멀리 가거라
동서남북 귀신아 꺼져 버려라 하나님의 밝은 빛이 비쳐온다
눈물과 한숨은 사라져라 하나님의 기쁜 소식 들려온다
.......................................................
이 씩씩하고 굵은 반복이 힘을 실어 왔고 이 힘참이 이번 콘서트의 얼굴로 제게 비쳐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청중들의 속을 확 트이게 만들어 본 콘서트에 임하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해 주려는 듯 했지요. 콘서트를 대하는 약간의 어려움이나 머뭇거림, 낯 섬 같은 것들은 다 치워버리라는 뜻도 있었지 않나 싶었습니다.
거기에 종교 음악으로서의 성격인 ‘신을 향한 마음의 문’ 을 활짝 열어 어둠과 한숨 등을 걷고 기쁜 소식을 맞아들이라는 메시지가 같이 들어 있으니 참으로 최고의 오프닝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콘서트의 자리 배치가 전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전에는 1,2 열엔 여성 단원이 3,4 열은 남성단원이 자리 했지만 이번엔 몇 스테이지에서 한 줄에 남녀가 한 명씩 섞이거나 남녀가 두 명이상씩 뭉쳐서 노래함을 보고는 이런 배치가 예전의 분위기보다 더 남성적이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콘서트 끝난 후의 뒤풀이에서 종훈의 설명을 듣고는 지휘자의 ‘조화’ 마인드가 있었고, 그것이 단원들의 ‘집중도’를 높였음을 알게 되었지요. 또 네 번째 스테이지에선 여성을 앞의 두 줄에, 남성을 뒷 두 줄에 배치한 것, 네 번째 스테이지에선 여성 단원에게 다양하고 화려한 복장을 하게 해서 앉히고, 남자는 서서 노래하게 함으로써 뭔가 새로움을 꾀하여 힘을 느끼게 한 것도 좋아 보였습니다.
이번 연주회의 스테이지 구성은 서장- 성가, 우리 가곡, SSC 현악 앙상블, 세계애창곡, 오페라합창곡, 뮤지컬합창곡, 종장-With Love 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피아노 반주와 함께 타악 엘렉톤이 같이 어우러지기도 하였는데 타악은 흥겨움을 굉장히 고취하였고, ‘을’의 견문 상 낯선, 전자 올갠 같은 엘렉톤은 (혹시 실례가 되는 표현은 아닐런지요?) 합창의 난해함을 약간 덜어주는 느낌이었는데 뒤풀이에서 종훈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하!” 했지요.
여전히 피아노 반주는 전에 어깨에 나비를 달았던 분이시지요?
마음의 문을 강력하게 열어젖히고 나서 제일 먼저 내 속으로 들어 온 것은 ‘그리움’입니다.
누군가 무엇인가 어딘가에 그리움 없는 사람 어디에 있을까요?
고향 사람 일 사랑 푸르렀던 이상......
오늘은 삭막하고 낙엽 같아 보이는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 한 구석에 남아있는 ‘추억’이란 공간의 자물쇠를 열게 만들 것 같습니다.
귀에 아주 익숙한 우리 가곡들, “그대 있음에” “가고파” “동그라미”가 마른 헝겊에 물 스며들 듯이 파고들었습니다.
마침 콘서트 날 저의 고향에서 시제가 있어 저희 3 대가 같이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마른 옥수수 대에서 미처 수확하지 않은 옥수수를 따서 껍질을 벗겨 옥수수를 모아 가지고 다니며 밭에서 뛰어 노는 것을 보고 와서인지 우리 가곡이 참 편했습니다.
현악 앙상블 역시 보통 사람들의 귀에 익은 베토벤의 “Ich liebe Dich”와 브람스의 “항가리무곡 5”를 연주했는데 창밖에서 바이올린으로 구애하는 친구를 첼로를 가진 친구가 친구의 연애작전을 진지하게 도와주는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솔직히 바이올린 첼로 등의 악기를 연주할 때 활의 미끄러짐이 그렇게 아름다운 지는 오늘 첨 알았지요.
구애의 대상이 곡을 듣기만 하다가 창문을 살짝 열어 활을 움직이는 팔과 표정을 보게 되면 사랑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들은 바도 있지만 현악 앙상블의 연주자들이 싱잉커플즈 단원의 자제라는 것에 더 친근감이 가고 부럽더군요.
세계애창곡 합창 스테이지는 피아노 타악기와 엘렉톤의 협주 반주로 진행되었지요.
노래와 함께 합창단의 손가락 튕기기 어깨치기 손뼉 치기 등이 어우러진 “리베르 탱고” “바모싸발라”는 한 마디로 흥겨운 장단이 흐드러진 마당이었지요.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이 악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박자와 리듬에 따라 저절로 들썩이는 어깨, 저절로 까딱이는 머리, 클라이맥스에서
“오우!!!” 하는 외침과 호르라기 소리가 참 유쾌했습니다.
모르고 들으니 “바보사람아”로 들리기도 하고 “바싸라바라”로 들리기도 한 ‘젊은이들의 댄스 파티’가 참으로 경쾌무쌍하였습니다.
Opera Chorus 스테이지에서는 테너가 함께 부른 “결혼축하객들의 합창”, “결혼행진곡”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대장간의 합창”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합창곡들을 만났습니다.
“결혼식 축하객들의 합창”이 바로 제가 초등학생 때 배운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의 원곡임을 알고는 깜짝 놀라고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지의 곡 설명에서 ‘스코틀랜드의 세력 다툼에 희생된 한 쌍의 연인의 비극을 그린 것’ 이라는 구절과 ‘잔인과 명연기를 발휘하게 하는 선율의 아름다움이 훌륭하게 조화되어 뛰어난 극적 효과를 보여 준다’ 는 설명이 수용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게 바로 ‘을’의 한계인 것이겠지요.
그 다음 이어지는 “결혼행진곡” 은 부부 단원들이 행진 합창을 재현함으로써 결혼식-결혼이 아닌 예식-을 나이 들어서 한 번 더 하고 싶어 하는 소망을 대신 해 주었다고 짐작한 것은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치 흐뭇하고 부럽더군요.
수 십 년 지난 지금 결혼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랑만 생각하던 그날’을 곱게 추억하게 합니다.
그저 웃기만 했던 그 날, 즐겁기만 했던 그 날.
결혼 60 주년에 그 날을 싱잉 단원 부부께서 한 번 더 만들어 보시지요?
이스라엘 여자들이 머리에 썼던 쓰개처럼 여성 단원들이 머리와 얼굴에 스카프를 두르고 부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망치’ 소리만이 귀에 남는 “대장간의 합창”은 알량한 저의 클래식 청각을 익숙하게 다독거려 주어서 좋았지만
단원들은 Opera Chorus의 모든 곡들 , Musical Chorus 의“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메모리”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투나잇” 등의 곡들을 외우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서 노래를 계속하는 사람들은 나이 들어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종훈과 여성희 여사가 매년 젊어지는 것을 보면 삼천갑자 동박삭의 샘물과 같은 것이
바로 음악인 것 같습니다. 매 년 감상하러 오는 친구들이나 후기를 쓰고 있는 저도 그러리라 확신합니다. 음악이야말로 퇴행치료제, 항노화, 리저브네이션의 첩경이니까요.
여섯 번째 스테이지인 “Musical Chorus”에서 그저 듣기만 하는 저로서는 곡들이 주는 어두움과 무거움의 분위기 속에서 운명이란 것에 직면하여 어찌 할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깊은 비원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그 느낌을 가지고 어느 그 날, 아름답던 시절이 차분하게 떠오르는 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에 나왔던 나탈리 우드를 생각하고 워즈워드의 시, “초원의 빛”을 떠올리고 따라가듯이......
지금 생각나는 것은“한 때 찬란했던 광채가 영원히 사라졌다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이여! 초원의 영광이여!” 라는 쪼가리 밖에 없지만 참 청순하고 예뻤지요.
남녀 단원들이 토니와 마리아처럼 계단에 앉아서 노래하는 모습도 청순하였습니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소제목인 “With Love”를 그대로 콘서트 제목으로 땄을 만큼 모든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이번 콘서트의 노래들 역시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의 바다로 들어감을 봅니다.
‘계절은 시시 때때로 변하고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도 음악은 항상 당신과 나의 맘속에 있어 행복과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는 첫 곡은 곡조와 분위기에서도 깊고 길게 흐르는 강물과 같은 노래였지요.
그리고 싱잉커플즈가 현악앙상블 피아노 타악기 엘렉톤과 함께 ‘하나님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이곳에서 떠나 저의 길을 가기를 원합니다......내 온 맘 다해 하나님을 섬기길 원합니다. 온 맘을 다해 내 사람들을 사랑하고 지키기를 원합니다.’라고 한 고백과 감사에 저도 청중들도 깊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앵콜송 “사랑으로” 더 편안하고 행복한 저녁을 맞게 되었으며 단원들과 청중들이 함께 부른 “즐거운 우리 집” 으로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지 않던 콘서트의 막이 내렸습니다.
매 해 이 콘서트에 재정적으로 도움 주는 이윤영과 오늘 귀한 수정방으로 자리를 훈훈하게 해 준 성재 씨 에게 감사하며
매 해 참석하는 기백석 김희순 이홍중 친구들은 무지 반가웠습니다.
올해에도 군만두가 일품인 곳에서 굴짬뽕을 맛있게 먹게 되어 더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두서없는 후기를 기다리고 읽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2014 .11.25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