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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8 [老詩] 남일이......
- 2014.03.21 모두가 사라진 달이 아닌 달의 좋은 콘서트-다른 세상의 달을 보며
- 2013.06.12 2012 겨울 눈 마당
- 2013.06.11 2012 가을 마당
글
[老詩] 남일이......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더니
너무 좋은 사람은 일찍 간다더니
자네가 딱 그 짝이네 그랴
전 날 산에서 헤어진 친구들
아침에 할아비가 갈아 준 기저귀
기분좋아 방실 웃던 아이의 가슴을
얼마나 적시려고 그렇게 간단 말인가
관석이 때엔
과로하지 말라고
2 주 전에 이야기라도 해 줬는데
니가 가슴이 불편하다는
이야길 미리 들었다면
심장 검사를 해 보라고 했을 것을
내가 근래에 못 나가서
놓쳤구나
야! 유 원장!
내가 가슴이 가끔 답답한데 왜 그러냐고
네가 물었을텐데.......
동네마다
집안마다
모임마다
한 둘씩은 꼭 있어
빛을 발하던
경우 바른 사람
그의 말이면 누구나 고개 끄덕이던 귀한 사람
자네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네
옳은 말 하되
치우치지 않았고
활달하게 즐기되
품위를 잃지 않았고
늘 앞장서지만
후미를 챙기던
자네
허연 머리칼
지혜롭고 잔잔한 눈 웃음을
이제 어디서나 볼꺼나
산에는
완연한 초봄인데
연두색 새 순이 차례 내기를 하지만
개나리 매화 진달래 목련 벚꽃 모란 산수유
올해엔 한 잎도 예쁘지 않을 것 같네
미세먼지 황사로 뒤덮여서
별로 안 이쁠 거 같아
내 눈에 뭐가 끼어 있는데 어찌 아름다울까
누구라도 가는 길
친구가 먼저 갔다
그대가 가고 보니 빈자리만 커 보이네
산에서
회의장에서
밥 먹으면서
술자리에서
보고 말하고 느끼는
그 빈 느낌을 어떻게 풀꺼나?
어디서든지
자네를 이야기 하겠다
자네가 얼마나 좋은 벗이었는지
멋진 놈이었는지......
201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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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모두가 사라진 달이 아닌 달의 좋은 콘서트-다른 세상의 달을 보며
또 올 가을은 유난히 바삐 지나고 겨울도 빨리 온 것 같구요.
그러나 그에 따라 봄도 빨리 올 것 같지는 않고 올 겨울은 유난히 길 듯 합니다.
몇 년 전에 이 자리에서 연주회를 할 때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지요.
이 몇 년 새에 우린 얼마나 변했을까요?
무릇 생명이 있는 것들은 다 변하되 생명이 없는 것들은 변하지 않고,
가고 오는 세월 속에 인간은 변화무쌍하나 인간이 그린 음악은 한결같은 생명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서울싱잉커플즈 합창단의 노래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수 년 동안 싱잉커플즈가 부른 노래들을 주옥으로 편곡한 김준범 선생님이 이번엔 지휘까지 맡아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냈고 그 구슬을 꿰는 아름다운 실이 된 단원들이 호흡을 잘 맞춘 연주회라는 느낌입니다.
작년 연주회에서 가을이라는 노래와 그 가사에 큰 감흥을 받은 바가 있었는데 그 곡을 작곡한 분을 기억하고 있던 차에 이번에 지휘봉을 잡은 모습을 보니 새삼 반가웠습니다.
작년 연주회까지 지휘를 하시던 오세종 선생님은 나중에 로비에서 뵈었는데 부산시립교향악단으로 가시게 되었기 때문에 김준범 선생님이 맡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서울싱잉커플즈 서른네 번째 콘서트는 한 편의 수필 같이 편안하게 구성된 느낌입니다.
무슨 오라토리오니 모차르트니 대관식 미사니 등등처럼 너무 무거워 진지함과 의미를 찾거나 느끼고 싶은 곡들이 아니라 귀에 익은 찬송가와 가곡 가요 민요들로 이루어진 흐름에 그냥 맡기길 바라는 연주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부는 겨울... 그 긴 겨울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여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것 듯한 “손 모아 맘 드려”입니다.
즉 신 앞에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써 준비하여야 한다고......
하나님을 찬송함으로 포근하고 아늑한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친근하고 편안하게 엽니다.
2부의 첫 곡 “사랑”은 정호승 시인의 시에 김기영 씨가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감성과 영감어린 말에 잔잔하고 서정적인 곡이 잘 어울려 보입니다.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 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마지막 별 빛
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 꽃.......
이 네 소절에 나온 단어만 해도 자연 전체 아닐까요?
그리고 여기, 흰 냉이 꽃이라니?
정말 기가 막히는 끝말입니다.
두 번 째 곡인 “산 낙지“ 는 정호승 시인의 곡에 김범준 지휘자가 곡을 붙인 노래인데
앞으로 산 낙지와 강낙지는 금값이 되겠더군요.
당장 친구들 뒷풀이에서 산 낙지 회는 먹지 말아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 말입니다.
저는 대학교 때 산 낙지라는 간판을 보고 산에 사는 낙지로, 세발 낙지는 발이 세 개뿐인 낙지로 오인한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토막난 채로 꿈틀꿈틀 거리는 것을 보고 저 걸 어떻게 먹나 하면서도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와 호기심에 못 이겨 젓가락으로 잘 집히지도 않는 발을 입에 넣었을 때 입 안의 천장과 안 볼 잇몸 등에 들러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떼어서 씹는 것은 그야말로 엽기 실천이요 한국판 몬도가네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가지곤 하였지요.
산 낙지를 이야기하며 바다가 뛰어 내린 절망을 절벽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곡의 경쾌함으로 덮으려 한 것 같습니다.
술은 마시되 산 낙지는 먹지 말자면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바다의 어머니를 보려는’ 것은 오히려 한 번 더 먹고 싶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하하...... 이것은 지나친 나의 역설이었습니다.
3 부는 조용필의 노래 “여행을 떠나요“ 라는 제목이 붙은 스테이지로써 울릉도트위스트와 7080 메들리로 구성되었습니다.
짙은 곤색 투피스, 하얗고 넓은 카라의 여학생 복, 검정 교복에 완장을 찬 남학생, 교련복, 군복, 트렌치코트 입은 남자, 노타이의 드레스셔츠의 남자, 넥타이 차림의 남자, 스웨터 입은 정장의 숙녀, 노동자, 시골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울릉도행 배를 타고서 한 편의 뮤지컬을 공연하는 것 같았습니다. 울릉도 트위스트라는!
그 후 이어지는 7080 메들리들은 70년대 80년대를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어울렸던 사람들, 그 시대를 노래했던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 주는 듯합니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 주려는 듯이 부르는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은 심수봉이 지켜봤던 70 년 대 말의 ‘그 때 그 사람’을 연상시켰습니다.
7080의 가왕, 아니 가황인 조용필의 노래가 많이 나왔습니다.
나는 배호와 조용필 노래를 제일 좋아 합니다.
자기 혼을 다해서 노래를 부른 사람 중의 가장 대표적인 가수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70 년대엔 정말 쥐어짜듯이 처절하게 노래하는 배호-배호의 징글벨을 아시나요?
80 년대엔 울부짖듯이 노래하는 조용필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조용필 꺼 중에서 특히 ‘큐’ ‘킬리만자로의 표범’ ‘리드 미 온’ ‘간양록’ ‘한오백년’ 들을 좋아하고 잘 부르고 다녔지요.
이번 콘서트에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
김학래의 ‘내가’, 김수철의 ‘젊은 그대’ 가 유난히 저의 마음과 귀에 남더니, 3부 스테이지의 이름으로 삼은 ‘여행을 떠나요’ 에 맞춘 5 인조 코믹 댄스가 관객들의 웃음과 흥겨움을 물씬 자아냈습니다. 제 눈에도 참 귀여웠습니다. 실례^^
역시 노래에 춤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어느 합창단에서 이런 시도를 하겠습니까? 40 년 관록의 서울싱잉커플즈 아니면 못할 연출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합창단의 노래들은 오래 전부터 편곡의 최고봉 김준범 씨가 주로 담당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지휘까지 맡으셨으니 올해의 콘서트는 지휘 안무 연출을 다 한 것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참으로 감탄했습니다.
마침 지휘자가 어제가 결혼기념일이라면서 부인께- 같은 단원이심- 장미꽃을 드리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물론 전 단원과 전 관객들이 축하 박수를 보냈지요.
언젠가 한 친구가 “결혼은 남녀가 했는데 왜 남자가 챙겨야 하지?” 하길래 나는 “시집오다 라는 말은 있어도 장가오다 라는 말은 없지 않냐?” 그래서 남자가 여자에게 해 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거 같다고 말하니 그럴싸했습니다.
4 부는 늦가을의 뜨락으로 이번 콘서트의 메인타이틀입니다.
제가 이 날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 음악프로에서 디제이가 11 월을 소개하면서 아메리카 각 부족의 인디언들이 11 월을 뭐라고 부르는지를 들었습니다. 다 기억은 못하고 몇 개만이 어렴풋이 기억나서 나중에 확인했습니다.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크리크 족
만물을 거둬들이는 달 - 테와푸에블로 족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체로키 족
그 중 체로키 인디언 부족이 11월을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 콘서트의 테마로 삼았으니 뭔가 통했나요?
그래서 나는 이 후기에 제목에서 12월이라는 의미의 “다른 세상을 보며”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날의 드레스코드는 짙은 여성은 남색(보라색?), 남성은 검정색, 은행나무 색의 바닥, 최윤진 반주자의 금색 드레스가 역시 멋있는 조합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등산 중 쇄골 골절로 인한 샤넬명품 스프린트를 푼 여성희 단원의 근성에 더 감탄했습니다.
정희성 시인의 아련하고 아름다운 추억과 고운 사랑의 시어에 걸맞는 첼로와 비올라의 선율이 마음을 적시고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피아노의 은은한 리듬, 합창단의 부드러운 코러스가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있네,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가 여운으로 남아 연륜과 깊이가 우러나는 합창임을 깨닫습니다.
김소월의 “못잊어”는 김소월에 대한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참 오랜만에 듣습니다.
오늘 싱잉커플즈의 이 노래에서 거친 절규가 아닌 부드러움이 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을 주어 더 편안했지요.
정일근 시인의 시와 조우현 님의 편곡인 “사랑합니다”, 이수인 님의 '별'이 11월 노래의 절정을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강과 대밭과 초사흘 달과 함께 한 별에 대한 추억들이 뚝방을 걸으며 부르던 노래들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여린 감성과 아련한 정서를 자아내더군요.
5 부는 전래 가락 스테이지로 ‘아리랑’ ‘노들강변’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등을 신명나게 부르는 무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따금 안익태의 애국가 보다는 아리랑을 국가로 바꾸자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아리랑은 천하의 어떤 음치도 자신 있게 부르는 명곡입니다.
아리랑고개에서 나오는 고개란 평지가 아닌 넘어가는 장소이지요.
평지가 아닌 고개. 꼭 11월의 의미와 같다고 새삼스레 생각했습니다.
한복의 소매자락을 형상화한 아리랑 담배의 디자인은 참 예뻤습니다.
노들강변 노래를 들으면 나는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40 넘으셨을 때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들강변을 따라서 부르시던 것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 휘휘 늘어진 가지마다 잡아 맨 무정세월 한 허리, 흐르는 강물 구비마다 머무른 한숨들.....”
이 노래에 나오는 백사장이란 단어로 사대 강으로 사라진 많은 강의 백사장이 생각나기도 하였습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를 부르던 어느 해의 콘서트도 생각나구요.
그리고 가야금 반주도 훌륭하였으며 그에 맞춰 부른 전래놀이 노래도 참 재밌었습니다.
어릴 때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을 놀릴 때 많이 불렀던 흥겨운 노래들이 저 멀리의 시간에 대한 추억을 안겨 주었습니다.
버짐 앉은 사람, 눈꼽 붙은 친구, 땟 꾸죽물 흐른 아이 놀리기......얼레리 꼴레리.....
엄니 앞니 윗니 빠진 중강새 노래들이 4-50 년 전의 세계를 눈과 귀가 선하게 해 줬습니다.
또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노래도 들었는데 이 노래는 19 금의 노래라고 확인하였습니다.
친구들 뒷풀이에서 사치는 샅이고 사뽀뽀는 샅끼리 뽀뽀하는 것임을 확인하고는 한참 웃었지요. 우린 어릴 때 아무 것도 모르고 대단히 진하게 놀았던 셈입니다.
마지막 노래, '아름다운 나라'를 올해 콘서트의 결론으로 매깁니다.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이 땅,
강물 빛 소리 낙엽소리 바람 꽃 소리 들 풀 짖는 소리,
아픈 청춘도 고우니 맘 즐겁지 않을까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여기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 듣고 있는 나와 너는 행복한 우리가 아니냐?
마지막의 앵콜 곡 이벤트로 초록츄리닝 웃도리에 빨강바지를 입은 단원이 노래에 맞추어 국민체조 실연을 했는데 모두가 하나가 되는 마당이었습니다.
한 해 건강하고 힘차게 산 모두를 위한 노래와 율동이었습니다.
11월의 테마인 올해 콘서트의 대단원을 이렇게 체조와 ‘즐거운 나의 집’ 의 합창으로 장식하였습니다.
친구들과의 뒷풀이에서 오랜만에 빼갈을 많이 마셨습니다.
무슨 술이든 한 잔이라도 들어가면 얼굴이 붉어지기 때문에 거의 안 마셔 왔는데 이 날은 11월 비가 내리고, 노래가 좋아서 친구들과 주거니 받거니 대작을 해 가면서 오랜만에 많이 마셨지요. 나는 원래 빼갈과 양주 같은 독주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기왕이면 독한 놈을 마시고 얼굴 붉어지는 것이 덜 민망하기 때문이지요.
오늘 끝까지 같이 한 정세용 이윤영 김원석 조남일 김희순 기백석 친구들, 참 정다웠습니다.
“빈 가슴 가득 그대를 담은 저녁‘이 행복한 것 이상으로 오늘 나는 행복했습니다.
매 해 지루한 글을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13.11 월 중동 64 홈피에 올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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