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폭행에 관한 단상...

그리고 뭔가... 2005. 4. 13. 19:23

남편의 폭력으로 몸과 마음에 멍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끔 들을 때가 있습니다.
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여 참고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것도 결혼 초에 해당하는 것이고
점점 더 상습화 합니다.
이 "물베기"란 말, 또한 어느새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부부간의
"행복한 잠 자리"로 상징되고 덮여지기도 하지요.
실제론 "아내 강간"일 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건 이미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아내 폭행"으로
바로 표현해야 옳습니다.

가정폭력이 오래 동안 드러나지 않고 더 심각해지는 것은 본인들과 가족들이 숨기기 때문입니다.
이경실최진실 김미화 등이그렇게 심한 폭행을 당한 것은 그동안 숨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이경실이 자신만의 문제로만 생각해 왔다가 더 숨길 수 없을만큼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알았겠지요, 가끔 그렇게 맞으면서 참아 온 것을...
본인들이 스스로 드러나지 않도록 해 왔고 가족들도 그에 따라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맞았다는 뉴스를 보고는 "아니 그렇게 사이좋고 행복하게 산다더니......

티비에서도 여러 번 봤는데........순...."

한편으론 불쌍하고 한편으론 안됐고,또 한편으론 기가 차고,
또 한편으론 속았다는데서 어이없어 하고, 한편으론 은근히 비웃고 싶어하고......

그러다가 하루 이틀 지나면서 저질 이하의 스포츠신문과
방송 연예뉴스 덕에 폭력문제가 본인들의 외도 여부,이혼여부와 법정다툼으로 시선이 옮겨 가고......

이렇게 남의 일이 되어 갑니다.

나는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여성과 이야기 하게 되면 그 상습성을 확인하곤
우선 도망가거나 무조건 신고 하거나 고소하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이혼까지 고려하라고 합니다.
대개 아이들 때문에 어떻게 하느냐고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엄마가 맞고 살면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개" 임을 설득합니다.
약자를 때리는 사람들은 더 큰 물리력 앞에서는 유순해지기도 하고
비겁할 정도로 꼬리를 내리거든요.
폭행자는 맞는 사람의 어마어마한 공포, 긴장,수치감, 자기모멸, 무력감, 열등감을 모릅니다.
다만 자신이 당해야 어느 정도 알 수 있지요.

주위에서 가정폭력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무조건 중지시키는 건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공개시키는 것이고, 저항하게 하고, 신고하게 하는 것입니다.
싸우지 않고는 일방적인 폭력을 중지시킬 수 없습니다.

이라크 파병

그리고 뭔가... 2005. 4. 13. 19:15

우리에겐 이미 미국에 대한 환상은 없습니다.
한국 민중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폭압을 맞았을 때 하나의 환상을 갖고 있더랬습니다만.
미국은 인권보호국가 이므로 독재자의 탄압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광주 민주화운동 때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가까이 왔을 때엔
이 환상의 극을 보았습니다.
미국이 전두환 군부세력을 몰아내 줄 것이라고도 .....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것은 미국이 방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운동권과 지식인 층에선 한국의 분단과 독재정권의 장기화에
미국이 주도적으로 역활을 했거나 배후로 작용했거나 묵인 방조함으로써
독재정권에 협력했다는 것을 진실로 인식하였지요.
그 후 들불처럼 일어난 반미 구호가 섞인 시위, 미 문화원 점거 농성...
그것으로는 미국과 독재정권의 그 강고한 고리를 도저히 깰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벌어진 학생과 노동자들의 분신 사태들......
이들의 처절한 피흘림이 없었다면 아직도 우린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
천사의 나라, 사랑의 나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난 그래서 지금까지도 김지하의 "굿판을 걷어라" 하며 분신을 꾸짖은
그의 "생명철학"을 믿지도 않을 뿐더러 진정성이 없는 꽹과리로 봅니다.
춘원의 "사랑" 처럼.....

이 이야기 부터 꺼내는 것은 미국은 하나의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을 상대로 우리가 우리만의 정의와 명분을 지킬 수 없는 현실이
엄존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상호방위조약으로 묶여 있는데다가 한반도 내에서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하여 혈맹임을 내세워 미국의 참전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늑대가 시내물에서 물 마시고 있는 새끼 양을 잡아 먹으려면 어떤 이유로든 잡아 먹을 수 있습니다.
정몽준이는 투표 열 시간 전에 "미국은 우리의 우방인데 북과 미국 사이에서
우리가 중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공조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국민들을 상대로 하여 맺은 후보자 간의 약속을 파기할 수 있는 빌미의
내용으로써 작용하는 대미관계가 제공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이러한 나라의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정당이래야 고작 국회의원 110여명의 소수정당이라는 현실,
국회 절대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주의적 수구정당의 존재,
이들은 최대한의 조기파병과 전투부대의 파병을 주장하고 있지요.
신문 여론 시장의 75%를 수구언론, 분단고착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 방지",

아니 "남북한 간의 동족상잔 반대"라고 하는 것에 이의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국익이라는 말에 상대적인 많은 요소들을 감안할 수 있는
운신의 틈이 대통령에게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국익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라크 전이 끝나고 나서 미국이 영변의 핵시설을 폭격한다고 할 때
남한의 반대에 동조할 외국이 얼마나 될 것인가,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자고 미국의 부도덕한 침략전쟁에 가담함으로써
이라크를 초토화시키고 이라크 국민을 죽이고 고통주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 옳은가,
이 참전으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공격하자고 할 때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억제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

국민적인 반전과 평화 의식은 그야말로 나무랄 데가 없는 것인데
이를 거부함으써 생기는 우리 내부의 갈등과 분열은 어떻게 할까,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해 놓고 국민 여론은 이렇게 무시할 수 있나,
이상과 인도주의를 말하면서 참전을 선택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하나,
이상을 유보시킬 수 있는 현실의 엄혹한 무게란 어느 정도여야 하나,

어느 것 하나 흑백을 가르듯이 쉽게 결정할 수 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고려를 넘은 고뇌를 했을 것이며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서 판단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역사적으로 종주국 혹은 강대국이었던 중국 대륙의 패자들과 관계했던
사례들을 떠 올렸을지도 모릅니다.
구한말, 열강에 둘러 싸인 조선을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요.
대의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어느 것 하나만을 선택하여야 했을 우리나라의 역사를

떠 올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이해"를 하려 합니다.
비록 노사모에 가서 "참전반대"에 클릭을 했지만 내가 뽑은 대통령의 이번 판단이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명분의 땅을 최소한이라도 확보해 나가기' 를 희망합니다.
전투병이 아닌 것에 조금 안도하고, 이라크 민중에 대한 학살이나
탄압 같은 것엔 참여하지 않을 것을 믿으며......

그러나!

모든 전쟁이 비극이고 모순이고 아이러니이지만 이번 전쟁은
더 그렇다는 것에 당혹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누구든지 빨리 끝나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이란 게 이라크의
빠른 초토화와 조기 항복을 의미한다는 것에 선뜻 맘이 가지도 않고
이라크의 대미 항전이 오래 가고 효과적이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그 과정과 결과란 게

결국 더 많은 인명 피해와 세계경제의 파탄과 우리경제의 침체라는 걸 맘에 걸려 하고......

결국! 결론은 딱 한 가지......
전쟁은 없었어야 한다는 거지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가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부정한 선거 부정한 대통령 부정한 전쟁....."
"부정한"이 정확한지, "허구적"이라고 했는지 확실히는 모르겠구요.
대통령을 잘못 뽑은 미국, 수 많은 기권자들이 생각 났고
2000년 총선과 2002년 지방자치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대량 기권으로
가능했던 우리나라의 정치판도도 생각 났습니다.
좀 더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아마 노무현은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한반도에 닥칠 수 있는 미래의 결정적인 위기에서
우리가 미국을 향해 "한반도에선 결코 전쟁은 안된다!"라고
할 수 있고,이렇게 하여 전쟁을 막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2003 년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어딘가에 올렸던 글>

어느 정치 지망생을 두고서

그리고 뭔가... 2005. 4. 13. 18:37

정치인에게 어떤 가치관을 들이대서 판단을 할 때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관을 두고 판단하게 되겠지만

순결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참 답답 합니다.
특히 이 사람이 평소에 당을 달리 해서 출마를 했을 때,

이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고 옷을 바꿔 입은 것이라면 여전히 순결하다고 봅니다.

때로는 비교우위성과 합리적인 상대성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나라당에도 좋은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우리가 젊을 적의 이상을 실현하면서 살아 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한 번 걸어 보는 거지요.

<2004년 총선 때, 탄핵태풍으로 수 십년 꿈을 날려 보낸 친구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