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이라는 말...

기본카테고리 2006. 2. 24. 16:24

...... 취재수첩을 덮고 사무실을 나오면서, 한나 아렌트의 글을 생각했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의 충실한 부하로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고 나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말했다.

아이히만은 잔혹한 살인마의 얼굴이 아니라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이었으며,

손에 피를 잔뜩 묻힌 괴수는커녕 부드러운 남편이었다고 적었다..........

인터넷 한겨레에 실린 어느 수습기자의 "살인자를 만나고" 의 소회이다.

며칠 전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살인한 부자 중, 아버지가 조사받는 것을 보고 쓴 글이다.

술 마시고 욕설하고 웃고 떠들고 작은 일들에 대해 걱정하고 야단치는 평범한 사람...

범죄형, 꼭 살인과 성폭행을 저지르고 말 타입이 꼭 있을까?

선한 사람도 평범하거니와

보통 사람도 평범하거니와

악한 사람도 평범하다.

고문의 백과사전이라 할만한 이근안이나

간첩을 조작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불구로 만든 그 사람들도 밥 먹을 때엔 식기도를 하는 사람이었다.

인혁당 사건이라는 누명을 씌워 사법살인을 자행한 판검사들도

교회에 가면 얼굴 가득히 웃음이 가득한 신도였는지도...

절에 가서는 불상에 꼭 절하고 기와불사를 꼭 행하던 신도였는지도...

아이들에게 잘 자라라고 훈계하던 자상한 아버지였겠다.

아내에게 살림 좀 알뜰히 하라고 잔소리 하던 남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파트가 어디가 얼마나 오르고 집 장만을 위한 돈 걱정을 하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악한 일은 스스로 하는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데서 나온다는 것,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아이히만이 유태인 말살이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은 결코 그의 악마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고력의 결여’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어떤 일, 특히 개인과 전체 문제에 있어서 비판적인 자세를 버린다면 예비 범죄자이리라.

나도...

< 2006.2.24>

노무현 정부 3 년에 대한 비서실장의 강연

기본카테고리 2006. 2. 17. 10:36

이병완 “오죽하면 한국신문과 거꾸로 가면 투자성공”
15일 주재대사 대상 강연 “친북반미정권이 미국과 FTA를 맺는가”
입력 :2006-02-15 14:20이기호 (actsky@dailyseop.com)기자
참여정부 출범3주년을 맞아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판만 하는 비관론자들에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정파적 이해를 떠나 진지하고 책임 있는 공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실장은 15일 각국 주재대사와 대표부 대사 등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외공관장회의에서 ‘참여정부 3년, 회고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는 경제위기론, 색깔론 등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출범 이래 꾸준히 성과를 올렸음을 강조한 동시에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의 비관적 보도에 화살을 날렸다.

그는 또 참여정부가 이들의 공세 속에서도 △원칙을 지켜왔고 △경제호전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보수우익에 의한 색깔공세는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장기적 미해결과제를 꾸준히 해결하고 있다는 점과 △양극화 해소에 주력 △책임 있는 논쟁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출범3주년에 대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혹평에 역공을 펼쳤다.

이 실장은 특히 IMF 8년 만에 국민소득이 2배로 성장한 세계11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양극화 현실을 지적하며 “심각한 고민과 위기의 진실을 고백하는 순간 이를 표피적인 세금논쟁으로 화석화시켜 버리는 풍토에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국민 모두의 진지하고 책임 있는 공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모았다.

“야당·보수언론 공세 속 단기부양 유혹 참기 어려웠다”

출범 초기부터 경제위기론에 시달려온 참여정부는 경제정책, 특히 경기논쟁에 관한한 독한 마음을 먹고, 원칙을 지키고 버텨왔다는 게 이 실장의 주장. 그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경제위기론과 민생파탄론 속에서 오히려 중장기적 안정정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졌다”며 “과거 단기 부양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6공초기 불경기일수록 중장기적 안정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창했던 조순 경제팀은 채 뜻을 펴기도 전에 언론과 정치권의 집중타를 맞고 쓰러졌다”며 ‘총체적 위기론’의 등장과 1990년 ‘4·4대책’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4·4대책’이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으로 1990년과 91년 9%의 고성장을 이뤘지만 이듬해부터 급격한 경기위축과 부동산파동을 초래했다는 것.

1993년 문민정부 초기에 등장한 ‘신경제 100일 계획’과 국민의 정부가 2001년 언론과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실시한 경기부양책인 카드채와 신용대란도 마찬가지다. 이 실장은 “거품경기의 끝은 결국 IMF위기였다”며 김영삼정권의 실정을 꼬집고,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단기 부양책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를 지적했다.

그는 “솔직히 정권초기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의 유혹을 버텨 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며 “일부언론과 정치권에선 연일 민생파탄, 경제위기를 외치며 참여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지지자들의 불만족 속에서도 원칙을 지켜왔음을 강조하고, “원칙을 지켜간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신문과 거꾸로 가면 되는 것이 투자원리”

이 실장은 경제전망과 관련해 “좋아지고 있다”며 “그 추세는 미래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90조원에 달했던 카드채 위기를 극복하고, 400만명에 육박했던 신용불량자수도 290만명대로 줄어들어 거의 정상수준이라는 것. 그는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라며 “서민경제를 짓누르던 국내 소비침체에서도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003년 초 580선에서 출발했던 주가지수가 사상최고인 1300선으로 상승했고, 193 베이시스포인트(bp)였던 외평채 가산금리도 63bp로 떨어졌다. 지난해 1/4분기 2.7%였던 GDP 성장은 4/4분기 5.2%를 기록했고 올 1/4분기는 그 이상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무역규모도 매년 1000억 달러씩 성장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2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실장은 “중요한 것은 이런 경제흐름이 과거와 같은 3저(低)호황이나 중동특수 같은 일시적 현상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고유가와 환율문제 등 쉽지 않은 국제환경 속에서도 첨단기술과 제품의 경쟁력으로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경제는 그동안의 축적된 내공을 바탕으로위기 국면이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 견해를 드러냈다.

보수언론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지적됐다. 경제파탄, 위기론이 휩쓸던 2004년 상반기에 한국인들이 10조원이 넘는 국내주식을 팔아넘기는 동안 외국인들은 오히려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매집했다. 이 실장은 “오죽했으면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신문과 거꾸로 가면 되는 것이 투자원리’라고 비아냥거렸겠느냐”며 언론의 부정적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참여정부가 2002년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가장 큰 요소는 ‘낡은 정치의 청산’이라는 공약이었다”고 말하고, “불경기가 오면 언론의 비판이 시작되고,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표를 의식한 압력이 가중되면, 결국은 건설경기 자극 같은 손쉬운 경기부양책의 유혹에 넘어갔다”며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친북반미정권과 아시아 최초로 FTA협상?

참여정부 출범 이래 꾸준히 제기돼온 ‘좌파정권’ ‘반미정권’ ‘한미동맹파탄정권’ ‘친북정권’ 등의 ‘색깔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낡은 정치의 전형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인 색깔론에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색깔론자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역사의 변론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좌파정권, 반미정권이 현재 아시아에서 최초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했으며 이는 FTA협상에 앞서 “서로 윈-윈하기를 바란다”는 미국의 환영입장을 고려할 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 “지하에 있는 매카시도 포복절도할 일”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실장은 또 “참여정부는 교과서적인 민주주의 철학과 원칙을 지키는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말하며 다시 보수 언론을 겨냥했다. 그는 “아마추어 정권이 실수도 많이 했다”며 일견 이들의 지적을 수용하는 듯 했으나 ‘결정적 실수’로 “일부 언론과의 전쟁”을 꼽고, “이 역시 크게 보면 ‘낡은 정치의 청산’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낭패와 실망, 그리고 일종의 두려움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고 말한 그는 “참여정부는 그들의 현실적 실체를 부인하지도, 반성을 촉구하지도 않았다”며 “그들이 역사 앞에 한 번도 진정으로 반성한 적이 없었음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언론시장과 여론시장의 공정한 게임을 위한 관계정립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책임 있는 논쟁을 위한 정당한 전제 주문

“오늘의 우리 언론을 굳이 분별한다면 이른바 ‘반노(反盧)신문’과 ‘비노(非盧)언론’이 있을 뿐입니다. 반노신문의 몇몇 주역들에겐 ‘반노이즘’만 있을 뿐입니다. 과거 반공장사, 안보장사, 반김(反金)장사로 재미를 봤듯이 지금은 ‘반노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행태가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들이 그들이고 그것이 그것입니다.”

이 실장은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독자들도 바뀌고, 반노신문 내에도 언론의 정도를 지향하는 차세대들이 커가고 있다”며 “머지않은 장래에 또 다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보였다. 또 “어려운 3년이었지만 참여정부는 결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방기한 적은 없다”며 “권력과 권력기관의 민주화는 정착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선거문화개선, 방사물폐기물처리장, 행정도시건설, 6자회담 성사, 용산미군기지 이전 등 장기적인 국가 미해결과제를 해결한 점을 강조한 그는 “참여정부는 이제 지난 3년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에 내재된 본질적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며 “바로 양극화문제의 해결과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의 대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론의 표류’를 지적한 이 실장은 “원인과 해법을 두고 본질을 외면한 정쟁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떻든 좋다”며 “정쟁이 아니라 언론과 학계, 정치권이 좀 더 정확한 사실과 합리적 논거로 진지하게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책임 있는 논쟁을 위한 전제에 대한 정당한 인식’을 주문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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