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고모님께 세배를 가다.

기본카테고리 2010. 2. 28. 16:55

지난 주 일요일에 청평 고모님께 세배를 드리러 가려고 했다가 항동 일요일 OB 번개가 있었던 데다가 며느리 장염이 다 낫지 않아서 한 주 미루었다가 이번 주에 가기로 하였다.

경석이는 친척댁에 가는 것을 귀찮아 하고, 3.1 일에 요당리에 우리 집안 대표로 갈 일이 있음을 핑계로 하여 빠지고 아내와 며느리, 한경이,기선네네 식구들이 함께 청평을 갔다.

유아 전용 카 시트를 사서 달았더니 한경이는 거기에 앉아서 차분하게잘견딘다.

전에는 조수석에서 이것 저것 만지고, 뒤에 앉히면 자꾸 앞으로 오려고 하고 꽤나 산만하였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일은 아이나 어른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저 유아용 카시트는 제법 비싼 것이라며, 조금 싼 것은 16 만원이지만 이것은 35 만원 짜리라는데 무척이나 편한 것 같다.

둘째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서 고급으로 샀다고 한다.

다리까지 꼰 채 참 편하게 잘 잔다.

한경이가 깊게도 잔다.


고모님 내외와 기선이.

고모부가 경석이 어릴 때에 아주 귀여워 하시고 잘 놀아 주셨지만 경석이는 생각이 안난다고 한다.

고모부가 경석이 손을 잡고 뛰라고 하면 상당히 오랫동안 열심히 뛰었고, 장난감을 가지고 경석이를 어르다가 떨어뜨리면서 "에구구구!!!" 하시면서 그것을 허겁지겁 집는 시늉을 내시면 엄청나게 깔깔 거렸다.

나는 고교 3 년을 상도동 고모님댁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었고 신세를 많이 져서 늘 감사해 한다.


고모님은 늙은이들과는 같이 사진 찍지말라고 충고하신다.

곧 죽을 사람들이기 때문에 안 좋다는 것이다.

아마 "편찮은 어른들께는 세배를 드리지 않는다."하는 속설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여럿이 찍고 보니 참 대견하다.

사는 본이 무엔가.

계수가 한경이를 데리고 산 가까이 갔다가 제기차기 할 수 있는 풀을 뽑아 와서 제기차기를 한다.

계수씨도 헐랭이를 잘 찬다고 하면서 차는데 맞추지 못한 장면이다.

세배와 점심을 끝내고 나와서 한경이와 한 컷 찍었다.


고모님은 고모부님 퇴직금을 청평에다 텃 밭이 딸린 집을 구입하셨는데 고모부가 퇴직하신 후에 다이너스티 피라미드에 들어 가셨다가 수 천 만원 손해를 보신 것을 보면 고모님의 선택이 정확한 듯 싶다.

공직에 오래 동안 봉직하던 사람들은 퇴직 후에 사기를 잘 당한다는 말이 거의 맞기 때문이다.

여기 아침고요수목원 가는 길에서 허브농장을 하시면서 늘 일과 더불어 생활하신다.
석민이가 데리고 있는 하얀 놈이 얼마 전에 산 비숑프리제 종의 강쥐이다.




선영이와 한경이.

한경이는 할머니를 부를 때 "엔네" 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들리는 걸까?

음운학 상의 어원을 찾을 때 어린 아이들의 발음을 참고하면 어떨까?

아내 보다 작은할머니를 더 잘 따른다.

점심을 먹고 집 뒷 산 흙길을 산책하고 내려 오고 있다.

그런데 내 손을 잡고서 자꾸 그 쪽으로 가자고 하는데 아마 땅의 푹신거림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2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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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맥문동 주목 회양목

기본카테고리 2010. 2. 18. 12:45

어제 밤엔 눈 오는 줄도 모르고 잠을 잤다.

함박눈이 짧은 시간에 꽤 많이 쏟아졌다는 뉴스를 듣고는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을 내다 보니주목과 철쭉 인동에 예쁜 눈꽃이 피었다.

맥문동이 눈에 푹 잠겼다.

눈이 주목에 가지런히 내려 앉았다.

앵두나무 등걸 너머로 회양목의 눈꽃이 예쁘다.

무성한 철쭉 가지에 소담한 눈꽃이 앉았다.

인동 눈꽃


감나무 등걸과 하늘을 덮은 가지들

<2010.2.18>

스콧 & 헬렌 니어링의 좌우명 [펌]

기본카테고리 2010. 2. 18. 12:17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자료를 모으고 체계를 세울 것.
연구에 온 힘을 쏟고 방향성을 지킬 것.
쓰고 강연하며 가르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늙음은 땅과 죽음 사이에서 순환하는 삶의 내리막 길을 가는 것입니다.
늙음은 몸의 기력이 떨어지는 분명한 단점과 아울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이제 큰 언덕을 넘은 것으로, 많든 적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일을 해 왔으며,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습니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생각과 명상, 은둔과 무집착을 해야 합니다.

당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살고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이 세상은 당신이 그다지 크게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조금씩 자기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가도록 성장함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 자신입니다.
적극성, 밝은 쪽으로 생각하기, 깨끗한 양심, 바깥 일과 깊은 호흡, 금연, 커피와 차를 포함해 술이나 마약을 멀리함, 간소한 식사, 채식주의, 설탕과 소금을 멀리함, 저 칼로리와 저 지방,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음식물.이것들은 삶에 활력을 주고 수명을 연장시킬 것입니다. 약, 의사, 병원을 멀리 하십시오.

죽음은 단지 지평선입니다.
지평선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한계를 표시하는 것일 뿐입니다.

나는 바닷가에 서 있다.
내쪽에 있는 배가 산들바람에 흰 돛을 펼치고 푸른 바다로 나아간다. 그 배는 아름다움과 힘의 상징이다.
나는 서서 바다와 하늘이 서로 맞닿는 곳에서 배가 마침내 한 조각 구름이 될 때까지 바라본다.저기다. 배가 가버렸다. 그러나 내쪽의 누군가가 말한다. '어디로 갔지?'

우리가 보기에는 그것이 전부이다.
배는 우리 쪽을 떠나갔을 때의 돛대, 선체, 크기 그대로이다.
목적지까지 온전하게 짐을 싣고 항해할 수 있었다.
배의 크기가 작아진 것은 우리 때문이지, 배가 그런 것이 아니다.

'저기 봐! 배가 사라졌다!' 고 당신이 외치는 바로 그 순간, '저기 봐! 배가 나타났다!' 하며
다른 쪽에서는 기쁜 탄성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1. 마지막 죽을 병이 오면 나는 죽음의 과정이 다음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보이며, 죽음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처럼 보인다.
-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죽음이 가까이 왔을 무렵에 지붕이 없는 열린 곳에 있기를 바란다.
- 나는 단식을 하다 죽고 싶다. 그러므로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음식을 끊고,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로 마시는 것도 끊기를 바란다.

2. 나는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다. 그러므로 어떤 진정제, 진통제, 마취제도 필요없다.

3. 나는 되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가고 싶다. 따라서,
- 주사, 심장충격, 강제급식, 산소주입 또는 수혈을 바라지 않는다.
- 회한에 젖거나 슬픔에 잠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리를 함께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마음과 행동에 조용함, 위엄, 이해, 기쁨과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누기 바란다.
-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이다. 나는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충만하게 살아왔으므로 기쁘고 희망에 차서
간다. 죽음은 옮겨감이거나 깨어남이다. 모든 삶의 다른 국면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

4. 장례절차와 부수적인 일들
- 법이 요구하지 않는 한, 어떤 장의업자나 그 밖의 직업으로 시체를 다루는 사람의 조언을 받거나 불러들여서는 안되며,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내 몸을 처리하는데 관여해선 안된다.
- 내가 죽은 뒤 되도록 빨리 내 친구들이 내 몸에 작업복을 입혀 침낭 속에 넣은 다음, 스프루스 나무나 소나무 판자로 만든 보통의 나무 상자에 뉘기를 바란다. 상자 안이나 위에 어떤 장식도 치장도 해서는 안 된다.
- 그렇게 옷을 입힌 몸은 내가 요금을 내고 회원이 된 메인 주 오번의 화장터로 보내어 조용히 화장되기를 바란다.
- 어떤 장례식도 열려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죽음과 재의 처분 사이에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사나 목사, 그 밖에 직업 종교인이 주관해서는 안 된다.
- 화장이 끝난 뒤 되도록 빨리 나의 아내 헬렌 니어링이, 만약 헬렌이 나보다 먼저 가거나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누군가 다른 친구가 재를 거두어 스피릿 만을 바라보는 우리 땅의 나무 아래 뿌려주기 바란다.

5. 나는 맑은 의식으로 이 모든 요청을 하는 바이며, 이러한 요청들이 내 뒤에 계속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존중되기를 바란다.


스코트가 가기 한 달 반 전인, 그 이의 100세 생일 한달 전 어느날, 테이블에 여러 사람과 앉아 있을 때 그 이가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 이는 신중하게 목적을 갖고 떠날 시간과 방법을 선택했다.
정연하고 의식이 있는 가운데 가기 위함이었다. 그 이는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고자 했다.
단식에 의한 죽음은 자살과 같은 난폭한 형식이 아니다.
그 죽음은 느리고 품위있는 에너지의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원한 것이다.

그 이는 안 팎으로 준비를 했다.

그 이는 언제나 '기쁘게 살았고, 기쁘게 죽으리. 나는 내 의지대로 나를 버리네.' 라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을 좋아했다. 이제 이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그 이는 스스로 육체가 그 생명을 포기하도록 하는 자신의 방법으로 죽음을 준비했다.
나는 동물들이 흔히 택하는 죽음의 방식,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어나와 스스로 먹이를 거부함으로써 죽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조용히 받아 들였다.

한 달 동안 그 이가 뭔가 마실 것을 원할 때 사과, 오렌지, 바나나, 포도같이 그 이가 삼킬 수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쥬스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그 이는 '이제 물만 마시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는 병이 나지 않았다.

여전히 정신이 말짱했고, 나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몸은 수분이 빠져나가 이제 시들어 가고 있었고, 평온하고 조용하게 삶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었다.

1983년 8월 24일 아침 나는 그 이의 침상에 같이 있으면서 조용히 그 이가 가는 것을 지켜 보았다.반쯤 소리내어 나는 옛 아메리카 토착민들의 노래를 읊조렸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해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나는 그 이에게 중얼거렸다.
'여보, 이제 무엇이든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가세요. 같이 흐르세요.
당신은 훌룡한 삶을 살았어요. 당신 몫을 다 했구요.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세요.

빛으로 나아가세요.사랑이 당신과 함께 가요.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잘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그 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

나무의 마른 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20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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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세간과 시간

기본카테고리 2010. 2. 18. 10:57

오늘 아침에 아내가 "한경이가 없으니 일이 없어. 바깥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 오면 한경이 살림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어지러웠는데 이젠 깨끗해요." 라고 말한다.

아이 하나가 있으면 축소판 어른 한 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른 하나 이상의 살림이 생기는 것 같다.

어른들의 물건들은 거의 정체적이지만, 아이의 물건들은 정말로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옷 양말 손수건 턱받이 장난감 그림책 먹거리와 그것을 위한 도구들은 거의 쉴 새 없이 쓰여진다.

정말로 치울 틈이 없을 정도이다.

어린애가 있으면 어린애에게 시선을 뗄 수가 없고, 쉼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아이를 중심으로 해서 집안의 많은 일들이 이루어진다.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는 집안의 중심이 된다.

어른들의 살림이래야 집에서 매일 입는 옷, 외출할 때 입는 옷, 씻고 먹는데에 필요한 도구들.....

한 번 장만하면 몇 년 이상 고정되는 사물들이다.

시간의 흐름이 정체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갓난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기 까지는 새 살림이 빠르게 바뀌게 된다.

한경이가 이제 20 개월이 되어 가는데다가, 오월이면 작은 녀석이 태어나면 아이 살림은 앞으로도 10 여 년 이상은 빠른 주기로생겼다가 없어질 것이다.

아내는 이럴 때 어지럽고 차분함을 반복해서 맞게 되어 피곤하겠지만 나는 이러한 것이 살아 있음을 늘 느끼게 하고, 정체된 어른들의 생활이 갖는 나른함을 씻어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특히나 아파트 라는 평면 공간에서의 삶이 아니라 이층과 마당이 있는 입체 공간이라는 데서 누리는 대가족이 함께 하는 삶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따로 살다가 일이 있으면 찾아오고, 아들과 손주들이 보고 싶으면 내가 찾아 가는 그런 것이 아니라 늘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자식과 손주가 너무 뛰어나서 공부와 자기실현과 성취욕이 커서 내가 그 뒷바라지를 하는 것을 내 만족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답하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이민을 가서 우리 부부나 아들 내외, 혹은 손주가 떨어져서 살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다.

한국에선 왜 못 산단 말인가?

얼마나 영화를 보고, 얼마나 잘 될 것이라고 가족 간의 별리와 해후를 생활화 하겠는가?

나는 한국에서라도 행복을 느끼며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항상 이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의 욕심을 크게 갖지 않아야 할 일이다.

<20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