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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24 서산 마애삼존불...
- 2010.09.21 긴 게으름과 비에 젖는 2010 추석
- 2010.09.17 한경이의 하부지 놀림...
- 2010.09.16 왜곡 과 회피 의 어의는 무엇?- 천안함 최종보고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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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마애삼존불...
중동 64 커뮤니티에 정회장의 가을 소풍지인 서산 쪽에 대한 사전 답사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에 서산마애삼존불을 보고 온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나도서산마애삼존불을 서 너번이나 보러 간 적이 있기 때문에 무척 공감이 갔고 또 보고 싶어졌다.
누구나 서산마애삼존불의 미소를 극찬한다.
나 역시.
서산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정말로 장난꾸러기 아이 같고,
깊은 학식을 갖고 있는 학자 같고,
많은 것을 겪어 노회한 정치가나 장사꾼 같고,
수줍은 처녀의 미소같이 기가 막히는 신비를 안겨 주는 미소를 짓고 있다.
일제 때 일본 넘들이 그 불상을 바위에서 뜯어가려고 했을 정도이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존불 주변에 유리창으로 막고, 달라지는 햇빛 각도를 이동식 백열전구를 사용하여 움직여 가면서 해설해 주는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작년엔가 가 보니 깨끗하게 다 치워져 있어 참 시원해 보였다.
서산마애삼존불은 백제의 미소라는 표현이 오히려 부족한 감이 있다.
나는 수 많은 불상을 보았지만 이 미소처럼 따뜻하고 살아 있는 사람같은 깊은 미소를 보질 못했다.
다른 불상은사람이 바위나 돌, 청동으로 만든 부처 얼굴 상에 그냥 만든 입 모습이지만,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사람의 미소이다.
바위에 새겨 져서 울퉁불퉁하고 크지 않은 삼존불, 정말로 저절로 친근감을 주는 불상이다.
이 불상을 새긴 사람은 어떤 마음과 염원으로 새기기 시작하여 어떻게 끝을 내었을까궁금함이 저절로 우러난다.
언제 가 볼까?
<20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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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게으름과 비에 젖는 2010 추석
올 추석은 수요일(23일)이라서 여유있는 기업체에선 종사들에게 긴 휴식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첫 금요일인 18 일만 쉬고 다음 주 금요일인 25 을 제끼면 바로 일요일까지 쉴 수 있지 않은가?
쉬거나 놀아도 생계에 아무 지장이 없고, 돈이 나오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좋아할까?
사실 난 노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못해 샘이 나고 은근히 약까지 오른다.
토요일 휴무제, 주 5일 근무제를 노동계에서 기를 쓰고 추진할 때부터 난 노동운동의 진정성이나 도덕성을 낮춰 보기 시작하였다.
적게 일하고 알차게 봉급을 받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겠지만 이것은 결국 새로운 고급 노동계층을 만듦과 동시에 토요일까지 일해야만 하는 하급 노동계층의 출현이 필연적이다.
생산자들의 생산의욕과 생산량이 전과 다름이 없으면 없는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문제라고 본다.
전과 같다면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필요한 것이며 떨어진다면 사회적 재화의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가.
후자로 인해서 소비자가 자신의 기존 수요를 줄이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어쨌건 간에 제 요소 간에 간극은 더 커지는 게 사실이다.
뭐 어찌하든지 간에 나의 직업은 내가 놀면 누가 돈을 갖다 주진 않는 직업이다.
그렇지만 내가 일한다고 해서 평일처럼 내가 돈을벌어 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일해야 할 때 사람들이 열심히 노는 것이나 쉬는 것이 그렇게 부럽다.
또 공휴일이 겹쳐서 그들이 아까워 할 땐 난 은근히 고소하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어젠 오전 내내, 밤, 오늘은 아침부터 장대비가 내린다.
추석 연휴 때에 이렇게 비가 줄기차게 온 적이 있었나싶게 비가 계속 내린다.
놀러가는 사람 분위기 떨구는 비로 인해 농사 짓는 사람들의 시름은 얼마나 깊을까?
우리는 어느 때부터 짚신과 나막신 장사의 희비가 확연해졌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어쩌면 개인주의를 불러 일으키는 급격한 도시화, 공업화가 주 원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아들 내외 손주들과 함께 사는주택이 더 좋아진다.
오늘 아침에도 풀을 뽑으면서한경이의 '머지쩌여여' 가자는 떼를 만류하느라고 고생 아닌고생을 했지만, 이 공간이야말로 나에게 얼마나 딱 맞는지 모른다.
추석이 지나야 가을이 시작된다고 느껴지는 것은 내가 어릴 적에 요당리에서 맞았던 추석 분위기가 몸에 밴 때문일 것이다.
<20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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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이의 하부지 놀림...
94 년에 이 집에 왔을 때욕실 겸 화장실을 고치고 나서16 년 만에 수리를 했다.
지하실 벽과 천정에 물이 스며서 벽이 축축하고 천정에 석회 고드름이 달릴 정도라서 내가 "석회암 동굴"이라고 가끔 부른다.
그래서 250 만원에다, 5 일 정도의시간을 들여서 공사를 했는데 제법 환하고 깨끗하다.
여태까지는 짙은 자주색 바닥과 벽이어서 바닥은 좀 흐린 빈티지 이미지로 하고, 벽은 하얀 타일을 붙였다.
그러고 나니 지하실엔 물이 안 떨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에 에미와 한경 한결이 세 모자는 외갓집에 가서 5일 정도있다가 그저께 왔다.
한경이는 외갓집에만 갔다 오면 항상 어른들을 놀래킨다.
며칠 못 보는 사이에 훨씬 의젓하고 말이 더 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더 밝힌다.
한경이에게 고친 화장실을 열어 보이고 "한경아, 화장실 어때?" 하고 아내가 물으니,
"음. 멋있어." 해서 깜짝 놀랬다고 한다.
그저께 밤에 와서 자고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는 나와는 몇 시간 못 놀고는 어제 저녁에 뽕을 빼듯이 놀았다.
어제 아침에 한경이에게 "한경이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하고 물으니,
좀 생각하는 듯 하길래 지 엄마라고 이야기할 줄 알았더니 "함머니~" 한다.
요 녀석이....
그래서 "한경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지" 하고 물으니,
또 조금 있다가 "함무니~" 한다.
그래서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면서 요 놈이 할아버지를 놀려? 하고 장난치니 저도 웃는다.
그 후 다시 물어 보니 드디어 "하부지" 하는 대답을 정확히 한다.
나하고 화상통화를 하면서 내 얼굴을 보면 나를 놀리느라고 손가락을 입에 쏙 집어 넣는 것과 같다.
이렇게 어른을 놀리기도 한다.
8시에 와서 11시 반까지 놀았으니 꽤나 굶주렸나 보다.
할머니에게도 자꾸 안아달라고 되풀이 하여 집 식구들이 좀 그립긴 했나?
말의 길이가 제법 늘고 표현량은 무척 늘은 대신 그만큼 알아 듣기 어려운 문장도 많아져서 가끔 당혹스럽다.
전엔 "오늘 어디 가?" 가 "하부지 우리 오늘 어디가?" 로 길어졌다.
자꾸 자꾸 안아달라고 한다.
금방 내렸다가 다시 안아 달라고 한다.
잠이 쏟아져서 연방 하품을 하면서도 이층에 올라가서 자자고 하면 한사코 싫다고 하다가 결국 애비가 귀가하여 11시 반이 넘어서 올라가고 말았다.
오늘 아침엔 내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보여 주니 꽤 좋아한다.
물을 마시고 물장난을 하는 사진을 보면서 어디야? 하고 물으니 "놀이터" 라고 정확히 기억한다.
제가 다니는 또래 어린이집의 친구들 이름을 다 기억한다고도 했다.
참외와 수박 따는 사진을 보고서는 깔깔대고 웃고 앵두를 기억하는지 물어 보니 조금 생각하다가는 "애두" 하고 기억해 낸다.
어제 아침에 이층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고 있는데 한경이가 올라 와서 문을 열고 들여다 보더니,
오늘 아침엔 아랫층 화장실에서 씻고 있는데 문을 연다.
자꾸 궁금한가 보다.
이러다가 어린이집 가려니 얼마나 싫을까?
"선생님이 무섭다" 면서 찡찡대다가 결국엔 갔다.
싫은 음식을 두고는 "맵다"고 하는 것처럼 싫은 일엔 "무섭다"고 하는 모양이다.
<20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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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과 회피 의 어의는 무엇?- 천안함 최종보고서[펌]
그동안 제기된 핵심 의문 중 하나는 '물기둥'이었다. 천안함 갑판 위 견시병조차 보지 못한 물기둥을 정부는 높이 100미터, 폭 20~30미터의 거대한 실체로 확언해왔다. 근거는 해안 초소에서 이를 봤다는 초병 두명의 진술이었다. 그러나 언론3단체 검증위가 입수해 공개한 초병 진술서에는 섬광을 봤을 뿐 물기둥은 보지 못했다고 명확히 적혀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초병들이 섬광을 목격한 방향과 장소이다. 그들은 초소 북서쪽 두무진 돌출부에 가려진 섬광을 봤다고 진술서에 적었고 증언했다.
▲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가결과 보고서 발간 브리핑에서 충남대학교 노인식 교수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어느 하나 해소되지 못한 핵심 의문점
그런데 초병이 북서쪽에서 본 정체불명의 섬광은 남동쪽 폭발원점에서 치솟은 거대한 물기둥으로 둔갑되었다. 이를 두고 언론3단체 검증위는 '종로 살인사건에 동대문 살인목격자를 찾은 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진술은 최종보고서까지 살아남아 물기둥 증거로 채택되었다. 이는 왜곡을 넘어 조작이다. 실제로 진술서에 명확히 적혀 있는 초병이 섬광을 본 방향, 즉 방위각의 수치를 280˚에서 270˚로 바꾸어놓기까지 했다. 물기둥을 살리기 위해 조작까지 감수하는 용기가 경이로울 뿐이다.
또 하나의 핵심 의문은 '폭발원점의 위치'이다. 천안함은 폭발원점에서 북한 어뢰공격을 받아 1~2초 만에 두동강 났다고 했다. 이후 동력을 상실한 천안함은 3노트에 이르는 빠른 남동 조류를 따라 표류하다 침몰했다. 폭발 이후 표류와 침몰 과정이 TOD(열상감지장비) 영상에 담겨 있다. 이는 천안함이 TOD 초소로부터 어느 방향, 어느 거리에 위치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결정적 근거이다.
특히 TOD 영상에 표출되는 방위각(TOD 카메라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각도)의 변화를 대입해, 천안함이 폭발 직후부터 어느 정도 이동해 침몰했는지를 계산해낼 수 있다. 미세한 측정오차가 있을지라도, 천안함사건의 주요 좌표(장소)는 반드시 이 계산에 부합해야 한다. 합동조사단도 이를 공개적으로 시인하며 폭발부터 함미 침몰까지 약 7.5˚의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6월 29일 공개설명회). 7.5˚의 각도 변화를 지도에 대입하면 폭발원점과 함미침몰 해점은 500m 정도 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한다.
그러나 정부가 확고하게 특정해놓은 폭발원점과 함미침몰 해점 사이 거리는 200m에도 못 미친다. 아무리 오차를 고려해도 300m에 달하는 차이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차이가 좀 날 수도 있지 않나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폭발원점은 이번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근간이 되는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와 지진파, 공중 음파로 특정했고, 함미침몰 해점은 실물을 발견한 뒤에 확인했다. 틀려서는 안되는 좌표이며, 만약 틀렸다면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폐기하고 시간, 장소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문제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눈 질끈 감는다고 덮일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다.
'스크루 변형'에 대한 분석도 기대 이하였다. 한 방향의 변형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관성력에 여전히 집착했다. 기존의 관성력 개념으로 설명이 안되자 이번에는 '충격관성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그러나 두 방향으로 휘어 S자가 되어버린 스크루 날개의 변형을 관성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심지어 시뮬레이션 동영상은 스크루 회전방향이 실제와 반대로 나타난다. 시뮬레이션 등 공들인 분석 내용을 보고서 본문은 물론이고 부록에도 싣지 못한 이유를 정부는 스스로 알고 있으리라 본다. 이미 사진을 통해 휘고, 깨지고, 찢기고, 긁힌 처참한 스크루의 모습이 낱낱이 공개되었는데도, 여전히 '휨 이외에 손상흔적이 없다'고 해야 하는 절박함만큼은 이해된다.
이밖에 연어급 잠수정의 제원을 전혀 밝히지 않았고, 무기소개책자에 있다고 거짓말했던 어뢰 설계도의 출처, KNTDS 좌표 등 도무지 기밀보호의 실익이 짐작되지 않는 핵심 자료들을 꽁꽁 숨겨두고 있다. '너희들은 보여주는 것만 봐라' 이런 식이다.
허다한 자료 은폐와 아전인수
보고서는 아전인수로 넘쳐난다. 부실한 내용을 무리하게 증거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전인수가 발견된다. 대개의 경우, 필요조건이 되기도 어려운데 충분조건인 듯 우기고 있다. 논리학의 기본을 무시한 대표적 아전인수 사례는 아래와 같다.
희생자와 생존자의 부상상태는 골절, 타박, 열창(裂創) 등이다. 보고서는 이를 버블제트 압력파의 증거라고 한다. 압력파의 가장 대표적인 부상은 고막 파열과 장기 파열 등인데 단 하나의 사례도 없다. '골절, 열창이면 어뢰공격이다'라는 명제는 당연히 성립될 수 없다.
사건 원인과 관련한 생존자 증언은 다양하게 엇갈린다. 잘 모르겠다는 경우가 다수이며 어뢰를 언급한 이들도 대부분 함수와 함미가 분리된 사실을 인지한 뒤에야 어뢰를 의심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직후의 교신에서 '좌초다' '조난당했다' 등의 표현이 실제로 쓰였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보고서는 '생존자 다수가 침몰 원인을 어뢰로 판단'했다고 결론지었다.
CCTV 화면 복원에 대해, 보고서는 '부분 복원'임을 밝혔다. 그리고 최종 촬영된 CCTV의 마지막 화면표시 시각은 21시 17분 03초였다고 한다. 사건 발생시점과 약 5분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 5분 가운데 1분은 '1분 후 저장되는 기기 특성'이고, 나머지 4분은 CCTV 시계 오차라고 설명했다. 참으로 편리한 설명이다. 그러나 설치된 지 반년밖에 안된 군용 CCTV 6대가 한꺼번에 4분 이상 오차가 생긴다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4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부분 복원'된 CCTV 화면만으로는 알 수 없으며, 복원을 안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또한 불분명하다.
장황한 내용으로 오히려 자충수 둔 꼴
범용(汎用)이어서 사실상 범인 특정에 쓰일 수 없는 폭약성분이 이번 보고서에서 부활했다. 우선 폭약성분은 천안함 함체와 해저에서만 검출되고, 어뢰 잔해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알루미늄 가루는 어뢰 잔해에 덕지덕지 들러붙었는데, 알루미늄과 함께 장착된 폭약은 쏙 빠졌다. 도대체 가능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함체 등에서 검출된 폭약성분 중 대부분이 HMX인 점이 눈길을 끈다. HMX는 28개소에서 527.91ng(나노그램)이 검출된 반면 RDX는 6개소 70.59ng에 불과했다. RDX는 동·서방을 막론하고 사용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HMX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베크만방식으로 생산되며 우리 군의 어뢰, 유도탄 등에 쓰인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그럼에도 함체 등에서 발견된 폭약성분이 어뢰격침의 증거로 버젓이 올라 있다. 아군 무기가 폭발했다는 근거라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는 부분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뜸을 들일 대로 들인 보고서에 정부의 논거를 강화할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다. 1번 표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론에 가장 부각된 논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번 표기와 흡착물질의 모순관계를 도외시한 채, 기존의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뢰추진체가 폭발 반동으로 급격히 밀렸든, 열이 전달될 수 없었든 '1번 표기가 남아 있다면, 알루미늄 산화물은 어떻게 어뢰추진체에 들러붙었을까'라는 의문에 '1번 표기는 타지 않는다'는 말만 강조한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어뢰의 폭발력이 TNT 기준 250kg에서 상향 조정되었다. 정부가 지목한 천안함 공격 어뢰는 북한의 CHT-02D이다. 정부가 밝힌 제원에 따르면 폭약량이 250kg이다. 함체 등에서 검출된 HMX와 RDX, TNT에 알루미늄까지 섞인 고성능 폭약이므로 TNT 기준으로는 줄잡아 400kg 정도 된다. 아무리 숫자가 같지만 고성능 폭약 250kg을 TNT 250kg으로 계속 주장하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정부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며 슬쩍 상향 조종했다.
그렇다고 명확하게 폭발력을 증강시키면 천안함사건 규명의 대전제인 지진파, 음파와 상충한다. 규모 1.5인 지진파로 측정한 폭발력은 TNT 150㎏ 안팎이며, 공중 음파로도 최대 260kg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TNT 250kg으로 하자니 어뢰 제원과 상충되고, 고성능 폭약 250kg으로 하자니 지진파 등과 충돌된다. 이래도 모순, 저래도 모순이니 여러 경우를 제시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겨우 새로운 내용으로 들어갔는데 오히려 모순을 키웠다.
흡착물질 열처리 분석도 새롭다면 새롭겠지만, 진작 했어야 할 것이기도 하거니와, 공개가 아닌 독자 실험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검증 대상으로 남는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부터 받아야
정부는 줄곧 국제조사단의 조사였음을 강조해왔다. 보고서 앞머리에 각국 대표 서명을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사단에 참여한 국가가 조사결과에 동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당연하지 않은 일이 불거졌다. 스웨덴 조사단은 자신들이 참여한 부분만 동의함으로써 '북한어뢰 격침'이라는 보고서의 최종 결론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달 가까이 함께 조사활동을 벌이고, 이후에도 각종 정보를 교류한 이들조차 보증하지 못하는 결론을 어찌 국제사회에 내놓겠는가? 정부는 국정조사부터 달게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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