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꽃 벽지

기본카테고리 2008. 5. 8. 14:35



5 년 여 만에 안방에 도배를 바꿨다.

지난 1 월에는 경석이네 방과 이층의 도배를 새로 하였는데, 경석이 신혼방은 분홍에 큰 꽃이 그려진 꽃벽지이다.

아내가 노란 바탕에 꽃이 있는 무늬라고 하여, 그냥 노란 빛이 연하고 작은 꽃들이 박혀 있는 평범한 벽지로 알았기에 괜찮을 것 같다, 당신 마음드는 대로 하라고 하였지만 이렇게 진하고, 가지와 꽃이 큰지는 미처 짐작도 못했다.

귀가하여 안방에 들어가서 턱 보니 아주 진노랑이 눈을 쏜다.

그리고 꽃 보다는 굵고 긴 가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뜸 나온 것이 "에휴~"하는 한숨소리이다.

"이렇게 노란 것이었어?"

"왜 마음에 안 들어요? 천정은 그래도 당신 생각해서 그냥 흰 색으로 했기 때문에 괜찮지 않아요?"

"너무 노래서..그리고 꽃나무가 너무 커서..."

"몇 년 지나면 또 바꿀건데 뭐....." 하며 아내가 조심스러워 한다.

내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돈을 턱 내놓으며 "새로 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 하나로 아내와 싱갱이를 하여 온탕 냉탕 열탕을 오가며산전수전할 것도 아니고,

처음이니 눈에 설지 자주 보다 보면 마음에도 익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커튼을 바꾸고 나면 괜찮을 거라는 소리도 있고,

우리 장농의 꽃 무늬와 어울리지 않느냐는 위로도 있고,

남자야 원래집안 보다는 바깥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은 반면에 집에서 오래 있는 것은 여자이니까 "당신 맘에더 들어야지"

하면서 받아들였다.

벽의 상단에 걸어 놓은 "화기치상"을 되씹으면서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이 글씨는 나의 은사께서 20 여 년 전에 개인전시회를 하실 때에 사둔 것인데, 오늘을 위해서 저 자리에 굳건하게 있었나 보다.

다행히 잠을 잘 자서 더 이상 어필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단지 "저 꽃이 무슨 꽃이지? 큰 송이로 핀 것은 모란이나 함박꽃 같은데, 벚꽃처럼 다섯갈래로 나뉜 작은 송이는 무슨 꽃이람?" 할 뿐이다.

<2008.5.5>

<Evgenia - Duo Flowers -L Delibes>



오월의 남산 풍경 몇 개

기본카테고리 2008. 5. 8. 12:56

백단 벗 수문과 남산엘 걸어 올랐다.

공교롭게도 서대문도서관이 휴관이라서 남산도서관으로 왔더니 여기도 5.31 일까지 공사중 휴관이다.

그래서 이태원에서 사업하는 수문일 불러내어 남산엘 오른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벗과 돌계단을 씩씩거리며 올라가다 보니남산은 이제 엄청 우거져서 나무들이 무척이나 굵고 높아져

밀림을 이루고 있다.

애국가 2 절 가사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 무색하게 남산에는 소나무가 줄어들고 있단다.

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등 활엽수들이 많이 우거졌다.

막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졌다가 갠 후이기 때문에 공기는 참 시원하고 맑아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이다.

아래 송화가루가 둥둥 떠 있는 두 장은 수문이가 오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소나기가 온 직후에 고인 물위에 송화가루가 떨어져 송화의 내를 만들었다.

마침 비둘기 몇 마리가 이 물에 몸을 담그고 푸득거리는데 목욕을 하는 것 같았다.

마시기도 하는 걸 보니 목이 꽤나 말랐었던 모양이다.

남산에 새 풍속도가 생겼다.

연인들이 자물통을 걸고 사랑을 기념하는 것으로 몇 년 되었다는데 나는 처음 보는 일이라서 참으로 신기하였다.

1층 전망장소와 그 밑의 찻집 실외에 설치한 철망 보호망마다 갖가지 자물통이 매달려 장관을 이룬다.

문화와 세태는 전염되는 것이 확실하고 흘러가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면서 선거 이야기 백단 이야기, 그냥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면서 오월의 한 낮을 즐겼다.

수문이가 교회 행사 이야기 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을 살펴 보니 자식이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였으나,

그 덕에 식구들이 헤어지지 않고 삼대가 한데 살고 어울리는 가족들이라고 해서 내가 한참을 웃었다.

"경석이 공부 안한 것을 위로하고 격려하느라고 그런 거지?" 라고 짐짓 해 보았지만 사실 수문이 말이 맞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서 유학이다 공부다 해서 부모가 멀리 떨어져 살고, 부부 간에도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수문이도 같은 생각이었다.

재현 형님의 손주 보는 낙, 단독주택에서 아들네와 같이 살아가는 행복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남산은 밤에 더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레이져쇼가 펼쳐지므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데 일본인들이 대단히 선호한다고 전한다.

팔각정 밑에 투명한 철사로 만든 사람이 둥둥 떠 있는데 여기에가 레이저를 쏘고 바람이 일면 이 투명인형이 춤추듯이 선회하며 살아 움직인단다.

올해가 가기 전에 밤에 꼭 한 번 와 봐야겠다.




<20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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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월 초 난지도의 풍경 몇 개

기본카테고리 2008. 5. 8. 12:23

5 월 첫 토요일.

춘천의 장원장이 내게 5.4 일 잠실에서 공연하는 "Flower Power Concert" 티켓을 주기 위해 서울에 온다고 하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만났다.

스스로 '개건방 포이' 라고 자처할 만큼 튀는 처녀이다.

우리 학문에 대단한 자부심과 탁월한 논리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 내가 "의인 10 인 중의 하나"라고 평한다.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golden rain tree 라고 하여 호기심이 많이 생겨서 찍었다.

7 월에 꽃이 피었다가 질 때에는 황금비가 내리듯 한다고 하였으니 꼭 봐야겠다.

하늘공원에 오르니 곳곳에 개미가 분가를 하는지 개미떼들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개미들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은 처음 본다.


나무 수국이 탐스럽게 피었다.

보통 키가 크지 않은 수국은 흔한데 나무수국은 많지 않아 기념으로 찍었다.

잎이 유난히 반짝거리고 투명하고 풍요스러워 보인다.



<2008. 5. 3>

<Don Mclean -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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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벚꽃나무

기본카테고리 2008. 5. 1. 12:40

내가 본겹벚꽃 나무중에서는원투쓰리의 겹벚꽃이 제일 깨끗하고 풍성하다.

다른 곳의 것들은 흔한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화끈하게 쏟아지듯 떨어지고 나서의 허전감 때문인지 흔한 느낌을 자아내지만, 여기 것은 우아하고 풍융하고 여유있어 보인다.

일부러 꽃잎의 숫자를 세어 보니 40 잎이 된다.

그러니 조금만 떨어져도 길 바닥에 쫙 깔리는 것이다.

꽃잎들 사이의 봄 하늘 조각이 틈의 아름다움을 준다.

< 2008.4.30>


<바람꽃- 가야금,대금,얼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