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777건
- 2005.04.26 김정란 교수의 "여자 박정희" 론
- 2005.04.26 '' 한반도 평화 위협 가하는 국가는 미국ㆍ일본''-대학 신입생 의식 조사
- 2005.04.25 용어 정리: 보수와 보수주의.....
- 2005.04.25 방북을 앞 둔 분들을 위해 썼던 글
글
김정란 교수의 "여자 박정희" 론
한나라당은 간첩 발언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
나는 중얼거린다.
한나라당이 아직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일은 비존재의 연속이다, 라고.
한나라당이 저지르는 짓거리를 보면서 나는 절망과 울분을 넘어선 어떤 곳에 가있다.
어떤 근원적인 지겨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일이 요구하는 엄청난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 앞에서
느끼는 무참함.
나는 그냥 한 마디로 결론내린다.
한나라당은 정상적인 정치집단이 아니다. 저 집단은 그냥 대한민국이라는
아주 특이한 상황이 만들어낸 정치적 유전자 변이체, 대한민국의 분단상황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맥락 위에
기생하면서 지역주의로 연명하고 있는 비이성의 덩어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멀쩡하던 사람들도 저 당에만 들어가면 그 변이체에 빠르게 감염되어 버린다.
야비함의 결정체. 뻔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집단. 생존 본능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무시무시한 몰이성의 현신(現身).
한나라당이라는 소위 정당에게 한 마디만 묻자.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흘리게 하고도 아직도 피가 더 필요한가?
그렇게 온갖 고문을 통해서, 두들겨 패고, 짓밟고, 거꾸로 매달고, 콧속에 고추가루를 들이붓고,
전기고문을 하고, 그렇게 해서 죄없는 젊은이들을 간첩으로 조작해 왔으면서도 아직도 모자란가?
박근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여자 박정희 씨에게 묻는다.
당신 아버지가 그토록 숱하게 조작해서 고문하고 찢어죽였던 수많은 가짜 간첩들의 피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21세기 벽두에 또 다시 간첩 타령을 하고 있는가?
대체 얼만큼이나 더 당신 가족에게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피를 가져다 바쳐야 만족하겠는가?
당신은 박정희의 딸에 불과하지 않다.
당신은 실질적으로 그 시대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당신은 당신 아버지 치하에서 벌어졌던 숱한 인권 탄압과 간첩 조작 사건의 책임 당사자다.
당신 아버지가 우리 민족을 때려잡은 일제에 봉사한 군인이었던 것,
그러다가 해방 이후에 잽싸게 변신하여 남로당 군책 노릇을 하다가 동료들을 밀고하여
그 피값으로 출세의 발판을 마련한 것, 그것은 왜 스스로 문제삼지 않는가?
그런 식이라면 당신이야말로 대장 간첩의 딸이 아닌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덧붙인다면,
나는 당신이 공산주의자의 전력을 가진 사람의 딸이라고 문제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툭하면 “간첩” 타령을 하기 때문에, 왜 같은 기준을 당신 아버지에게는 적용하지 않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일 뿐이다.
여러 가지 객관적 기록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그 일을 언제 한번 당신의 부친이나 당신이 떳떳하게 해명한 적
있는가?
그러한 자신의 아버지의 엄연한 좌익 경력은 덮어두고, 대체 무슨 염치로 이미 판결이 내려졌고,
사면 복권받아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21세기 벽두에 “간첩” 타령이라는 말인가?
한나라당은 분명히 국회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아직도 간첩으로 암약중”이라는 엄청난 말을 쏟아냈다.
그것은 국기를 흔드는 엄청난 발언이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나라당은 면책 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야비한 폭로를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증거를 들고 국회 바깥에서 국민을 상대로 실상을 알려야 한다.
입만 열면 “애국” 타령을 하는 여자 박정희 씨가 아닌가?
그런 엄청난 일을 폭로하는데, “애국적”인 여자 박정희 씨와 그녀의 부친을 위해 멸사봉공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엄청난 일을 알리는데 면책특권이라는 우산을 써서야 되겠는가?
박정희 씨가 고문했던 민주화 "간첩"들도 빨개 벗겨져서 고문당했다.
면책특권의 방패는 벗어야지 어느 정도 "애국 세력”의 위신이 서지 않겠는가?
상대는 빨개 벗겨놓고, 자기들은 갑옷을 입고 싸운다면, 그래서야 어디 씩씩한 “애국 세력”의 체면이 서겠는가?
한나라당은 모든 것을 걸고 이 엄청난 일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증명하지 못할 시에는 한나라당은 당장 책임을 지고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현재 간첩으로 암약중”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이보다 더 위중한 일은 없다.
2004-12-10 13:23 상지대 교수
'그리고 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진 한국의 기준은?- 여당 정치인들의 답변 (0) | 2005.04.26 |
---|---|
[펀 글] 살 빠지는 순서 (0) | 2005.04.26 |
'' 한반도 평화 위협 가하는 국가는 미국ㆍ일본''-대학 신입생 의식 조사 (0) | 2005.04.26 |
용어 정리: 보수와 보수주의..... (0) | 2005.04.25 |
방북을 앞 둔 분들을 위해 썼던 글 (0) | 2005.04.25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 한반도 평화 위협 가하는 국가는 미국ㆍ일본''-대학 신입생 의식 조사
<교수신문>은 4. 26일 전국 5개 권역 대학 6백30명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신입생 생활 실태 및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86~1987년에 태어나 '6월 민주화 항쟁'과 '88올림픽'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
사춘기가 시작할 무렵 IMF사태로 가족과 국가가 뿌리째 흔들리는 것을 경험한 세대,
2002년 월드컵과 미군 장갑차 사건을 경험하며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며 타인과 연대를 경험한 세대.
일명 '광화문 세대'로 불리며 오는 2007년 첫 총선과 대선을 치르게 될 올해 대학 신입생들의 정치ㆍ
사회 의식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이들 신입생들은 정치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표시하면서도, 미국ㆍ일본을 견제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에 위협을 가하는 국가로 미국(54.8%)과 일본(22.7%)을 지목해 기성세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외교ㆍ안보관을 보여줬다. 북한을 지목한 학생은 14.0%에 불과했다.
통일과 관련해선, 50.5%의 학생들은 '남북한 상호체제 유지 및 자유로운 교류'를 원했고, 20.5%의 학생들은
'민간에서 정치 분야로 점진적 통합'을 선호했다.
요컨대 71%에 이르는 대부분 학생들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기반을 둔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점진적인 통일이 이뤄지는 것을 지향한 것이다.
'현 상태 유지(16.2%)'나 '남한 흡수통일(9.7%)' 등을 선택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뉴스는 인터넷으로 접해", "책, 교재 포함해도 한달 2권도 안 읽어"
이들 학생의 과반수는 인터넷 포털(50.3%)을 통해 뉴스를 접했고 TV(27.8%)가 그 뒤를 이었다.
종이신문을 꼽은 학생은 13%에 불과했으며, 선호하는 일간지는 <한겨레>(31.0%), <중앙일보>(17.1%),
<조선일보>(13.7%), <동아일보>(11.7%) 순이었다.
대부분의 학생(76.5%)은 대학교재를 포함해도 한 달 독서량이 2권 이하에 불과했으며, 여가 시간의
상당 부분(55.4%)에 컴퓨터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학생들은 성공하기 위한 요건으로 능력(4백44표), 인맥(3백46표), 학벌(3백21표) 등을 꼽아,
능력을 우선시하면서도 인맥과 학벌을 아직 우리 사회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펀 글] 살 빠지는 순서 (0) | 2005.04.26 |
---|---|
김정란 교수의 "여자 박정희" 론 (0) | 2005.04.26 |
용어 정리: 보수와 보수주의..... (0) | 2005.04.25 |
방북을 앞 둔 분들을 위해 썼던 글 (0) | 2005.04.25 |
소위 "수구 꼴통"들이 말하는 집시 자유.. (0) | 2005.04.25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용어 정리: 보수와 보수주의.....
보수: 오랜 습관·제도·방법 등을 소중히 여겨 그대로 지킴
보수주의: 보수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 또는 진보주의에 대하여 현상유지적 태도 일반을 가리키는 말.
첫번째 용어법으로 처음 사용된 것은 1818년 프랑스의 F.R. 샤토브리앙이 자기 잡지에 《보수주의자》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고, 두번째 용어법은 미지에 대한 공포심, 과거로부터 이어온 습관에 관한 고집 등
어느 것이나 안전에 대한 본능적 욕구에 뿌리를 둔 개인 또는 집단의 심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보수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 또는 진보주의에 대하여 현상유지적 태도 일반을 가리키는 말.
첫번째 용어법으로 처음 사용된 것은 1818년 프랑스의 F.R. 샤토브리앙이 자기 잡지에 《보수주의자》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고,
두번째 용어법은 미지에 대한 공포심, 과거로부터 이어온 습관에 관한 고집 등 어느 것이나
안전에 대한 본능적 욕구에 뿌리를 둔 개인 또는 집단의 심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런 뜻으로의 보수주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보수주의와 반드시 필연적인 대응관계는 없으며,
심리적으로 보수적 경향이 강한 사람이 정치적으로는 혁신적 이데올로기를 지지하거나
또는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종종 관찰된다.
일상적인 용어법에서는, 두번째 의미의 보수주의는 보통 <보수적>이란 형용사의 중심적인 의미를 지니고는
있으나, 그것이 보수주의란 말의 주된 용어법은 아니다.
이 말의 발생원에 가까운 1830년대 영국의 R. 필이나 B. 디즈레일리(둘 다 총리를 지냈음)는,
군주정치 아래에 있는 귀족을 사회의 지도계층으로 하면서 민중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사회야말로
조화적 이상사회라고 하였고, 더욱이 그것은 영국에서 이미 기본적으로 실현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산업자본주의의 지배와 그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주의에 대한 전통적 지배층의 거부반응이었는데,
새로운 산업사회의 비인간성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는 지향하는 이상사회의 이미지는 전혀 반대였지만,
발생기에 있던 사회주의와 같은 입장에 있었다.
사실 양자를 지지하는 사회층은 귀족·농민·비숙련노동자 등인 경우가 많았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의 보수주의를 에워싼 이런 사정은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거기에는 어느 정도 이론의 공통성도 생겼는데, 그러한 공통성의 기원은 거슬러 올라가서 프랑스혁명에 대한
각국 귀족의 반응에 있다.
최초의 이론가인 영국의 E. 버크의 혁명비판서 《프랑스혁명의 성찰(1790)》은 각국어로 번역되어 적어도
19세기 중엽까지는 보수주의의 성전이 되었다.
버크는 혁명의 본질을 화폐소유계급이 자기이익 확대를 위하여 추상적 사변에 불과한 계몽사상을
무기로 삼아서 하층대중을 선동해서 만들어내고 있는 <철면피의 순수민주정>에 있다고 비난하고,
이에 대하여 영국의 전통사회에는 인간사회의 모든 모순의 조화, 모든 덕과 완성이 이미 실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크의 이와 같은 격렬한 이데올로기적 태도의 밑바닥에는 동시에 이성에 의한 인간의 진보에 대한
깊은 회의와 인간은 방치해 두면 거침없이 무질서로 달려간다는 비관적 인간관이 있었다.
버크의 시대에는 보수주의란 말이 아직 없었으므로, 버크는 보수주의자라고 자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샤또브리앙 이후의 보수주의는 인간관까지도 포함해서 버크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고 힘입은 바가 컸다.
농업중심의 전통사회와 귀족지배의 붕괴가 이미 명확해진 19세기 중기 이후의 각국 보수주의는,
그것이 새로운 부르주아 지배층의 현상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가 된 것을 계기로 명확하게 반사회주의의
주장을 전면으로 내세우게 되었다.
사회주의 인터내셔널리즘에 반대하기 위해서도 내셔널리즘이 주장되었고, 제국주의 정책이 지지되었다.
오늘날의 보수주의는 미국이나 그 밖의 나라에서 신보수주의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으나,
각국에 공통된 것은 자본주의 옹호와 반공주의(反共主義)이다.
그러나 그 지지층은 이전보다도 훨씬 다양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의 보수주의는 불가피한 변화를 현실적으로 인정해 나가려는 경향이 있고,
이런 점에서 똑같이 과거의 유토피아를 추구하면서도 타협을 배격하고 완고히 그 실현을 이룩하려는
반동주의(反動主義)와는 개념상 구별된다.
실제로 보수주의자와 반동주의자는 성격유형으로서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지만 양쪽을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버크:주요활동은 전제화의 경향을 굳히는 조지 3세와 측근에 대한 비판, 미국식민지와 화해주장,
아일랜드해방 등이었다.
국왕과 궁정세력을 비판해 영국의 전통적 혼합정체와 정당정치의 의의를 주장한 《현대불만의 원인고찰(1770)》이나 선거구 유권자의 이익요구를 의원에 강요하는 데 반대하여 일반대표이론을 제창한 《브리스틀연설(1774)》은 이 시기의 걸작이었다.
프랑스혁명은 전유럽의 옛 체제를 파괴로 끌어간다고 간파하고 《프랑스혁명의 성찰(1790)》을 써
혁명을 비판하였다.
즉 민주주의는 모두를 수평화하여 사회의 좋은 풍습을 파괴하는 것, 사회는 여러 신분을 포함한
다양성 중 통일>이라야 하고, 세습왕정·귀족, 국교제인 그리스도교는 없어서는 안되는 것,
영국 전통적 체제는 이들 모두를 갖춘 <모든 학문·기예·미덕>의 완전체제, 즉 문명사회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프랑스혁명의 성찰》은 낭만주의나 보수주의의 고전(古典)으로서 유럽 전체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수구: 묵은 관습이나 제도를 그대로 지키고 따름
혁신: 제도나 방법,조직이나 풍습 따위를 고치거나 버리고 새롭게 함
개혁: 정치 체제나 사회 제도 등을 합법적·점진적으로 새롭게 고쳐 나감
진보: 사물의 내용이나 정도가 차츰차츰 나아지거나 나아가는 일
혁명: *비합법적 수단으로 정치 권력을 잡는 일. 또는,국가나 사회의 조직·형태 따위를
폭력으로 급격하게 바꾸는 일
*(사물의 상태나 사회 활동 따위에) 급격한 변혁이 일어 나는 일
'그리고 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란 교수의 "여자 박정희" 론 (0) | 2005.04.26 |
---|---|
'' 한반도 평화 위협 가하는 국가는 미국ㆍ일본''-대학 신입생 의식 조사 (0) | 2005.04.26 |
방북을 앞 둔 분들을 위해 썼던 글 (0) | 2005.04.25 |
소위 "수구 꼴통"들이 말하는 집시 자유.. (0) | 2005.04.25 |
[펀 글] 도올 김용옥 선생의 글- 대북 문제 (0) | 2005.04.25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방북을 앞 둔 분들을 위해 썼던 글
준비하느라고 얼마나 고심하고 노고가 많으십니까?
원래 오가기 힘든 땅이기에 더욱 설레고 벅찬 기대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공적인 임무와 개인적인 감동의 무게가 참으로 무거울 겁니다.
저 역시 그랬었지요.
저의 99년 방북 경험담을 여러분께 들려 드립니다.
.................................................................................
*** 더 신경 쓰는 북 쪽 사람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신경을 쓴다면 우리보다 저 쪽 사람들이 아마 더 썼을 겁니다.
그리고 저 쪽 사람들은 이 쪽의 맘을 보다 편하게 해 줘야 하고 열게 해야 하고
안전을 보장해야 하고 좋은 인상을 갖게 해야 하고, 또 자기네의 열악성을 감추고
우월한 부분을 자랑도 해야 하니 더 고생하였을 겁니다.
검증과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자존심 상하는 부담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이러 저러한 걱정은 젖혀두고라도 저 쪽 사람들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이 쪽 사람들의 심적 불안을 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맘 편하게 해라......."
그리고 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쪽 사람들의 긴장을 풀게 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술 담배 잘 하고 잘 놀고, 육담도 잘 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도 아마 그 기술의
일환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한민족의 대표 얼굴인 "소탈함"을 그대로 보여 주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엔 그렇게 술을 고래로 마시는 사람들 얘긴 드물더군요.
****한민족의 고유 정서- 소탈함
그 대신 북경과 평양 일정에서 만나게 되는 시설의 관계자들, 그리고 안내원, 접대원,
운전수, 해설원, 실무 참사에 이르기까지 소탈하고 부드러운 인상은 거의 공통이었지요.
친절하고 잘 웃고........
이에 맞춰 우리도 겸손하고 상냥하고 친절하고 부드러워야겠지요.
그러나 지나친 저자세와 편의적인 타협은 당연히 금물입니다.
*
****모르면 편하게 물어 보라
모르고 궁금하면 물어 보는 게 상책입니다.
그 사람들이 웃옷 깃에 부착하고 있는 것......
'뺏지' 라고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어 보았을 겁니다.
그 얘길 듣고 솔직히 물어 보니 "초상휘장" 이라고 하면 된답니다.
그리고 김일성, 김정일 등에 대한 호칭 같은 것, 우리도 그 쪽에서 부르는 호칭을
따라 가는 게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 혹은 총 비서 등 등........
****입국 신고서와 짐 검사
순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맞 닥뜨리는 것이 입국신고서입니다.
어느 나라 항공에도 다 있는 것이지만, 우리의 신경을 자극 하였습니다.
바로 "민족"을 쓰는 난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도 그냥 요식 행위를 위한 난이지 꼭 뭘 테스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한민족이라고 썼고, 상임 대표 님은 같은 민족끼리 무슨 민족이야 하면서
안 쓰셨고, 누구는 조선민족, 또 누구는 우리민족으로 각자 다르게 썼는데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짐 검사가 상당히 꼼꼼해 보였습니다.
특히 책에 대해선, 엄격히 물어 봅니다.
꼭 가져갈 것인가를 묻고는 반드시 가져갈 것을 약속하게 합니다.
그러나 책의 목록을 작성한다거나 압류하는 일은 없습니다.
***** 김일성 주석 부자에 대한 경의 표시
북에 가면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이 김일성 부자에 대한 경의 표시입니다.
기독교 신자는 특히 우상숭배 아닌가 싶어 더욱 거부감을 갖게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멀뚱멀뚱 혹은 뻣뻣하게 서서 눈을 부릅뜨고 있을 수도 없고,
옆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을 수도 없구요.
김일성 부자에 대한 경의 표시는 곳곳에 다 있습니다.
만경대 고향집 생가에도 있고, 혁명기념탑에도 있고 묘향산 국제 친선 박람관엔 밀납 동상도 있습니다.
우린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하니 안내원이 꽃다발 준비를 권하더군요.
뭐 강요는 아니라고 하면서.....
그래서 7 불 짜리 꽃다발을 사서 김 일 성 주석 동상에 가서 헌화하고 묵례를 표했는데
우선 안내원들이 상당히 고마워 하고,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의 집에 초대되어 갔으면 어느 정도 그 집에 대한 존중심과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상례인 것처럼 자연스레 대처했으면 합니다.
스님이 교회에 왔을 때, 목사님이 사찰에 갔을 때 경건함을 보이는 것처럼....
빨리 적응을 하려면 거기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낯설고 물 설은 땅에서, 수 십 년 간 다른 문화와 정치 속에서 살아 온 데를 갑니다.
아니 적대하던 곳으로 가는 겁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이 보이기 보다는 집과 제도를 더 잘 보기 쉽겠지요.
그러나 평양행 비행기를 타고나서부터 사람이 먼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수 천 년 동안 같은 말을 써 오고 하나의 정서를 간직해온 한 핏줄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풀어진 경직성
출퇴근 시간이 되어 교통이 번잡할 때 사람들은 꼭 교통경찰의 신호에 따라서만
길을 건너가지 않더군요.
일 주일에 한번 있는 평양 대청소의 날에는 전차 철길을 닦는 사람들이 일할 때엔
전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한가로이 내려와 무한정 기다립니다.
도토리를 따서 자루에 담아 등에 진 젊은이, 까맣게 탄 아주머니가 예사로 활보합니다.
인민학교 아이들은 재갈재갈 떠들며 떼지어 갑니다.
세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정성옥의 환영 행사에 나온 시민들은 모두 밝은 웃음을
띠고 있었으며 몇 몇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춥니다.
인도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정성옥이 자기들 옆을 지나게 되면 정성옥의 손이라도
잡아 보려고 대열을 무너뜨려 가면서 도로 한복판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한 떼의 아주머니들에게 캠을 들이 대니 손을 흔들며 반색을 하기도 하고
옆에서 자기네도 찍어 달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다른 데, 다른 경우는 모르겠으나 평양의 정성옥 환영 인파에서 보고 느낀 것은
당국의 지독히 경직된 규제와 주민의 위축은 이제 풀린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심하게 얘기하여 나사가 풀린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할 정도였습니다.
***** 변경되는 일정, 중간 협의 - 묘향산 둘러보기
일요일은 다 쉬기 때문에 묘향산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묘향산 둘러보기는 애초의 일정에 없던 것을 저 쪽이 끼워 준 것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일정협의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한 마디 하겠습니다.
평양에 가면 바로 호텔을 잡고 일정협의를 하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 쪽에 미리 제시한 방문처와 할 일들을 토대로 하여 저 쪽에서
안내원을 통하여 협의를 합니다.
대개 이 날의 일정협의와 합의가 방문기간의 주요 틀이 됩니다.
물론 중간에 재조정을 할 수도 있으나, 우리 뜻대로 이루어진다 라기 보다는
저 쪽 편의에 따라 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이 쪽의 설득력과 의지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도 가능합니다.
김정숙 탁아소를 우린 꼭 들르고 싶다고 했을 때 저 들은 이상하게 기피를 하더군요.
애들이 낮잠 자는 시간이다, 밥 먹는 시간이다, 원장이 없다는 등등의 핑계를 대면서......
그러나 우리가 어린이 의약품 지원을 위해 왔는데, 아이들도 안 볼 수는 없다고
계속 버티자 시간을 잡아 주더군요.
한 마디로, 정당한 것에선 꿀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묘향산......
기기묘묘함과 웅장함을 겸하여 갖춘 명산이라는 묘향산.....
여기에서는 묘향산이 아닌 북한산 도봉산 어귀 정도의 냄새만 맡고 왔습니다만.....
가고 올 때의 풍경과 사람 사이의 정..... 관광지 풍물을 언뜻 봤지요.
비가 부슬부슬 오는 평양과 묘향산 가는 길...
어느 강줄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강에서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는 사람도 눈에 띄고
체로 사금을 걸러내는 사람도 눈에 띄더군요.
도토리 짐을 등에 지고 가는 아낙네와 청소년들도 자주 보게 되고.....
자전거를 탄 사람도 가끔 보이더군요.
묘향산에 가면서 안내원들이 자랑을 하였습니다.
묘향산 입구 계곡에선 불고기를 구워 먹어가면서 술 한잔 할 수 있다.....
멱도 감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나도 멱을 감을 수 있느냐고 하니까, 된다고 장담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향산 호텔에 가니까, 비가 와서 그런 준비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안내원들은 여기 향산 호텔 접대원과 묘향산 해설원들과 아주 친하여
스스럼없는 농담도 주고받고 히히덕거리는 폼새가, 꼭 서울 같습니다.
*****관광 목적이 아닌 묘향산 행
묘향산에 데리고 온 목적은 금방 드러났습니다.
당일로 와서 묘향산을 얼마나 등산하겠으며 뭘 보겠습니까?
여기에 바로 김 일 성 부자가 세계 각지, 심지어는 이 쪽의 재벌 들, 언론사 사장들이
선물한 것을 모아 놓고, 밀납 인형까지 만들어 경배를 받는 국제 친선박람관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코스의 방문은 빠뜨릴 수 없는 절차이고 뭔가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도 있는 것 아닌가 미루어
추측하게 되더군요.
*****선물을 거부하는 관습
그래도 우린 특별 대우를 받아 건성건성 볼 수 있는 특권을 받아 대충 지났지만
일단 여기에 발을 디디면 여기 안내원의 꼼꼼한 해설을 받아 다리가 아플 정도로
걸어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여기 박람관에서 근무하는 해설원 들의 서열과 기세가 상당히 세어서 우릴 안내한 안내원들이 쩔쩔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구경을 다 마치고 기념품을 파는 곳에서 옥으로 된 반지와 목걸이 펜단트를 많이 사면서
짐짓 깎아 달라고 하니까 아주 곤란해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사서 안내원이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 하니까 아주 질색을 합니다.
선물 받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과 조심스러움이 아주 티가 날 정도입니다.
*****관광지 안내원들의 씩씩함
묘향산 여자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서산대사가 수도했다는 금강굴엘 올라가는 가는데
이 안내원의 장난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아주 활달하고 시원시원합니다.
휘파람이라는 노랠 불러 달라고 하니 선뜻 부르고, 금강굴 앞에 있는 개복숭아를 따서
아무렇게나 쓱쓱 문질러서 먹으라고 주기도 하고 팔짱을 끼고 사진도 같이 찍더군요.
아주 정 가게 하는 아가씨였습니다.
이 안내원에게도 옥 반지 라도 주려니까 안내원이 정색을 하고 못 주게 하더군요.
계곡에서 불고기를 굽고 술 한잔을 못하고 향산 호텔에서 정식으로 때운 것을 아쉬워하며
그럼 계곡에서 멱이라도 감자고 하니까, 나 혼자 감으라고 합니다.
그래서 묘향산 계곡에서 멱까지 감고 왔습니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는 것은 친해지면 얼마든지 스스럼없이 가까워지고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캄캄한 평양
향산에서 평양으로 오는 길은 너무나 늦어져서 깜깜하더군요.
그 깜깜한 길을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라이트도 없이 잘 왕래합니다.
차는 거의 안 다녀서 오직 캄캄함뿐이었지요.
평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검문까지 받게 되었는데
통행증이 있어서 인지, 안내원의 끗발 때문인지 별 일 없이 통과하였습니다.
평양에 들어오니 가로등은 거의 없었고, 기념물-개선문 같은- 있는 곳만 환하여
평양의 전기 사정이 열악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로등도 없는 평양 시내의 길가에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지 더위를 피하려고 나왔는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 옆을 쌩쌩 달려가는 우리는 저들에게 무엇인지 새삼 가슴이 무거워 지더군요.
'그리고 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반도 평화 위협 가하는 국가는 미국ㆍ일본''-대학 신입생 의식 조사 (0) | 2005.04.26 |
---|---|
용어 정리: 보수와 보수주의..... (0) | 2005.04.25 |
소위 "수구 꼴통"들이 말하는 집시 자유.. (0) | 2005.04.25 |
[펀 글] 도올 김용옥 선생의 글- 대북 문제 (0) | 2005.04.25 |
이라크 침략에 대한 세계 지성들의 편지를 보고 북한을 생각 합니다 (0) | 2005.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