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삼청공원 눈 속 산책

기본카테고리 2006. 12. 19. 17:10

12월 16일은 행사가 두 개 겹쳤다.

백단학회의 밤과요새 내가 유일하게 공적으로 맡고 있는 기관의이사회이다.

이사회를 일찍 끝내려 하였으나 논의 자체가 진지하게 길어져 10 시 반 정도 되어 끝난 후

월드팡팡에 오니 11 시가 다 되었다.

선배님들은 다 가고, 내 밑의 후배들만 남아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충 마치고 나서 나가니 눈이 펄펄 날린다.

차에도 눈이 많이 쌓여 뒷창 유리에서 눈을 쓸어내려야 했다.

눈을 보면 아직도 그냥 설레이고 걷고 싶어지며 감상에 젖어 들고 싶어지는데다 아내와 함께 펑펑 쏟아지는 서울 도심 길을가니 저절로 기분이좋아진다.

아내는 술을 많이 마신 기분까지 곁들여 있어 나의 기분에 편승되어눈 오는 김에 삼청공원 가자고 하니까, 한마디로 오우케이다.

서울 길도눈이 많이 내릴 때엔 운치가 더욱 깊어진다.

서울 가로수는 이제 풀라타너스가 좀 줄고 은행나무가 많아졌다.

길 가의 은행나무 가지에 쌓인 눈들과 간혹 보이는 축축 늘어지고 가지가 넓게 퍼진 침엽수의 눈들이 참 예쁘다.

어떤 사물이 예쁘고 좋을 때 어떻게 예쁜지, 얼마나 좋은지를 표현하려 해도 자세하게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은행나무 가로수, 히말라야시다 나무에 덮인 눈이 어떻게 예쁜지, 왜 예쁜지를 설명하라면, 그냥 예쁜 거야 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마음을 편하게,기분좋게, 흐뭇하게, 감정을 차분하게, 뭔가 아련한 그리움이, 선한 생각이 들게, 눈이 시원해서......

이래서 좋고 예쁜건가?

그래도 이런 이유는 족하지 않다. 결코 족하지 않음은 뭐가 부족해서 인가, 그냥 자연스럼인 것을 억지로 표현하려 한 것인가?

형상의 낯섬, 희소성, 자극되는 호기심이 예쁘게 보이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어떤 이유와 설명을 갖다 붙여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냥 보자.

그냥 즐기자.

그냥 좋아하자.

경복궁 앞의 사거리에서 삼청동 가는 길은 은행나무 길로써 눈을 푹 맞고 있다.

가지만 드러나 있던은행나무에 윤곽을 따라 눈이 두껍게 덮여 감탄을 자아낸다.

테니스 장 쪽에다 차를 세우고 공원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니, 길과 나무에 눈이 가득하다.

온통 하얗다.

키가 큰 노송에도 눈이 많이 쌓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데 눈이 쌓인 소나무를 밑에서 올려다 보니 새로운 그림이다. 까만 배경 위에 하얀 장막이 하나 더 있는데 처음 접하는 느낌이다.

산책 길은 한 사람 정도의 발자국만 희미하게 나 있어 이렇게 눈이 많이 오기 시작하면서는 저 사람이 마지막이었나 보다.

눈이 쌓인지 얼마 안되서인지 정말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정확하게 난다.

오랜만의 눈 속 산책이어서 그랬는지 아내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정말 좋다!"

"와아! 좋다!"

테니스장 위의 계단을 올라서니 바로 삼청공원 입구에서 얼마 안 떨어진 매점이 나온다.

여기서 전 부터 잘 다니는 평지 코스로 방향을 잡아 賞雪과 嘗雪을 만끽한다.

개나리 만발했을 때 휴가 나온 경석이와 같이 사진 찍던 곳에 오니 개나리의 늘어진 윤곽에 가느다랗게 눈이 쌓여 겨울 하얀개나리를 보여 준다. 카메라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 하며 핸펀으로 찍으니 좀 부옇다.

눈 개나리를 이렇게 자세하고 천천히 감상할수 있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이랴?

삼청공원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오래되어 굵고 높게 자란 아까시나무다.

겨울 나무들 중에서 특히 예쁜 것이 하늘 향해 까맣고 울퉁불퉁하게 가지를 벋고 있는 감나무와 아까시나무이다.

감나무 줄기의 회색 결은 꼭 거북이 등 무늬를 닮아 있는데 눈이 쌓이면 더욱 예쁘다.

우리 마당의 감나무의 감을 따는 시기는 눈에 한 번 덮이고 나서이다. 눈이 덮인 감들과 나무 선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오늘의 삼청공원 아까시나무도 하늘을 향해 벋은 까만 원줄기 기둥이 예쁘게 눈에 들어 온다.

꼭대기는 하얀 선이다.

길 가의 철쭉, 영산홍,병꽃 등 키 작은 나무들은 동글동글 눈꽃을 달고 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은 동그란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아주 또렷하여, 여섯 모가 보일 듯이 반짝인다.

까만 공간에 그려지는 하얀 눈을 한층 정겹게 만드는 것이 가로등이다.

날리는 눈송이가 그리는 그림의 다양함이 어지럽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질서를 갖고 날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거꾸로 느낌이 든다.

산책 길에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등 불빛과 조명 효과, 눈의 날림과 반짝임이 오래동안 남을 것 같다.

평탄한 큰 길을 쭈욱 내려갔다가 다시 오솔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 길은 약간 오르막 길인데 역시 한 사람의 발자욱 밖에 없는데, 아주 얕아 걷자 마자 눈이 쌓인 것 같고 길에서는 한 사람도 만나질 못했다.

평소에는 걷고 뛰는 사람이 제법 많았는데 오늘은 하나도 없다. 물론 눈 내리는 날 운동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나처럼 즐기는 사람도 없는데......

이 코스는 참 호젓하다. 서울에 이런 호젓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얼마나 좋은가? 한강과 북한산과 고궁이 가까이 있다는 것과 함께 삼청공원이 이렇게 건재한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조용하게 만들고 ,뭔가 생각하게 만들고, 자연에 기울이게 하는 길이라서 내가 참 좋아한다.

이 좋은 밤 눈길을 어찌 그냥 지난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복작대는 것 보다도 얼마나 좋은가?

우리 부부 둘이서 넓고도 조용한 삼청공원의 하얗고 까만 밤 눈 경치를 맘껏 누렸다.

<색소폰- 눈이 내리네>

<200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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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공원 눈 속 산책

기본카테고리 2006. 12. 19. 11:29

12월 16일은 행사가 두 개 겹쳤다.

백단학회의 밤과요새 내가 유일하게 공적으로 맡고 있는 기관의이사회이다.

이사회를 일찍 끝내려 하였으나 논의 자체가 진지하게 길어져 10 시 반 정도 되어 끝난 후

월드팡팡에 오니 11 시가 다 되었다.

선배님들은 다 가고, 내 밑의 후배들만 남아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충 마치고 나서 나가니 눈이 펄펄 날린다.

차에도 눈이 많이 쌓여 뒷창 유리에서 눈을 쓸어내려야 했다.

눈을 보면 아직도 그냥 설레이고 걷고 싶어지며 감상에 젖어 들고 싶어지는데다가 아내와 함께 눈이 펑펑 쏟아지는 서울 도심 길을내 차를 타고 가니 저절로 기분이좋아진다.

아내는 술을 많이 마신 기분까지 곁들여 있어 나의 기분에 편승되어눈 오는 김에 삼청공원 가자고 하니까, 한마디로 오우케이다.

서울 길도눈이 많이 내릴 때엔 운치가 상당히 높아진다.

서울 가로수는 이제 풀라타너스가 좀 줄고 은행나무가 많아졌다.

길 가의 은행나무 가지에 쌓인 눈들과 간혹 보이는 축축 늘어지고 가지가 넓게 퍼진 침엽수의 눈들이 참 예쁘다.

어떤 사물이 예쁘고 좋을 때 어떻게 예쁜지, 얼마나 좋은지를 표현하려 해도 자세하게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은행나무 가로수, 히말라야시다 나무에 덮인 눈이 어떻게 예쁜지, 왜 예쁜지를 설명하라면, 그냥 예쁜 거야 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마음을 편하게,기분좋게, 흐뭇하게, 감정을 차분하게, 뭔가 아련한 그리움이, 선한 생각이 들게, 눈이 시원해서......

이래서 좋고 예쁜건가?

그래도 이런 이유는 족하지 않다. 결코 족하지 않음은 뭐가 부족해서 인가, 그냥 자연스럼인 것을 억지로 표현하려 한 것인가?

형상의 낯섬, 희소성, 자극되는 호기심이 예쁘게 보이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어떤 이유와 설명을 갖다 붙여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냥 보자.

그냥 즐기자.

그냥 좋아하자.

경복궁 앞의 사거리에서 삼청동 가는 길은 은행나무 길로써 눈을 푹 맞고 있다.

가지만 드러나 있던은행나무에 윤곽을 따라 눈이 두껍게 덮여 감탄을 자아낸다.

테니스 장 쪽에다 차를 세우고 공원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니, 길과 나무에 눈이 가득하다.

온통 하얗다.

키가 큰 노송에도 눈이 많이 쌓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데 눈이 쌓인 소나무를 밑에서 올려다 보니 새로운 그림이다. 까만 배경 위에 하얀 장막이 하나 더 있는데 처음 접하는 느낌이다.

산책 길은 한 사람 정도의 발자국만 희미하게 나 있어 이렇게 눈이 많이 오기 시작하면서는 저 사람이 마지막이었나 보다.

눈이 쌓인지 얼마 안되서인지 정말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정확하게 난다.

오랜만의 눈 속 산책이어서 그랬는지 아내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정말 좋다!"

"와아! 좋다!"

테니스장 위의 계단을 올라서니 바로 삼청공원 입구에서 얼마 안 떨어진 매점이 나온다.

여기서 전 부터 잘 다니는 평지 코스로 방향을 잡아 賞雪과 嘗雪을 만끽한다.

개나리 만발했을 때 휴가 나온 경석이와 같이 사진 찍던 곳에 오니 개나리의 늘어진 윤곽에 가느다랗게 눈이 쌓여 겨울 하얀개나리를 보여 준다. 카메라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 하며 핸펀으로 찍으니 좀 부옇다.

눈 개나리를 이렇게 자세하고 천천히 감상할수 있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이랴?

삼청공원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오래되어 굵고 높게 자란 아까시나무다.

겨울 나무들 중에서 특히 예쁜 것이 하늘 향해 까맣고 울퉁불퉁하게 가지를 벋고 있는 감나무와 아까시나무이다.

감나무 줄기의 회색 결은 꼭 거북이 등 무늬를 닮아 있는데 눈이 쌓이면 더욱 예쁘다.

우리 마당의 감나무의 감을 따는 시기는 눈에 한 번 덮이고 나서이다. 눈이 덮인 감들과 나무 선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오늘의 삼청공원 아까시나무도 하늘을 향해 벋은 까만 원줄기 기둥이 예쁘게 눈에 들어 온다.

꼭대기는 하얀 선이다.

길 가의 철쭉, 영산홍,병꽃 등 키 작은 나무들은 동글동글 눈꽃을 달고 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은 동그란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아주 또렷하여, 육각형이 보일 듯이 반짝인다.

까만 공간에 그려지는 하얀 눈을 한층 정겹게 만드는 것이 가로등인 것 같다.

날리는 눈송이가 그리는 그림의 다양함이 어지럽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질서를 갖고 날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거꾸로 느낌이 든다.

나이 먹어 가면서 달라지는 효도의 자세

기본카테고리 2006. 12. 15. 13:00

어제 어머님의 83 세 생신을 축하드렸습니다.

우리 6 남매 가족들이 다 모인 셈이이지요. 형 대신 조카가 왔지만...
남자들의 포상휴가라는 이름으로 받게 된 시누이 둘, 올케 둘의 마카오 캄보디아 베트남 여행을 즐겁게 마치고 모여서 그랬는지 더 화기애애 합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가면 늘 사진사 역할을 하는 기선이 부부, 이번에도 여전히 계수씨가 사진을 다 찍어 왔습니다. 아내는 여유 분 배터리까지 갖고 가서 가방에서 한 번도 안 꺼냈다고 자랑인지, 동서 칭찬인지를 늘어 놓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미안 함' 은 안 보입니다.

앙코르와트 베트남 하롱베이 등이 주요 관광지였는데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사진이 많았는데나중에 기선이가 빼 보니 450 장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막내 여동생 영숙이가 48 이니 이제 우리집 평균 연령도 어느새 꽤나 높아 졌습니다. 언제 한 번 아이들까지 넣어 합산 나이와 평균 나이를 따져 보아서 2 세들 결혼을 서두르고 아이들을 많이 낳도록 해야겠습니다.

사진들을 보니, 정말 잘보냈다는 생각이 되풀이하여 들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쨌는지 몰라도 아내는 5박 6일 간 딱 한 통화의 전화만 걸어 왔을 정도입니다. 강물같은 세월처럼, 넘겨 버린 앨범처럼, 눈 길 지나온 발자욱 처럼 사진에 이들의 시간이 보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추었습니다. 멈추어진 시간 사진에는 어쩌면 저들의 과거 추억이 숨겨 있는지 모릅니다. 수학여행 신혼여행 등의...아니면 그동안의 소망들이...

보고 듣고 웃고 떠들며 그냥 즐겼다는 것이 역력히 보입니다.

꿈 같은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대견합니다.

이제 얼마나 지나야 저들이 또 같이 갈 수 있을까?

기회되면 보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어머님까지 총15 명...

기운이 좀 나시게 오랜만에 어머니께 약침을 많이 놓아 드렸지요.
그리고 기도를 부탁드리니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우십니다.

나는 어머니의 기도를 좋아하기만 하는 욕심장이지만...
사실 어머니는 계시는 것만으로도 기도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는 운동을 시켜 드렸습니다.
손뼉치기, 잼잼하기, 웃기, 팔뻗기, 어깨부터 손등까지 때리면서 내려오기 등....
어머니는 제법 열중해서 하십니다.

평생 동안의 고된 농사, 냉정한 아버님에 대한 불만, 연탄개스 중독과 교통사고,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절 두번으로
지금은 침대에만 누워 계시지요.

동생이 편안하게 모시고 있습니다.
조카 애들에게 하루에 한 번씩 이 운동을 해드리라고 부탁을 해 봅니다.

우리 어머님은말씀은 여쭙는 것만 대꾸하시고 잘못 움직이실 때 아야 소리를 내시는 정도입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예요?"
"내 생일이래매?"
"몇 살이세요?"
"여든 셋이래매?"
"오늘 누구 얼굴이 안 보이세요?"
"기중이."
"제가 누구예요?"
"막내 사위."
"수진 아빠."

어머님의 대답 말씀은 거의 간접화법입니다.
"뭐 뭐 래며?"

일생을 당신의 생각은 늘 뒤로만 돌리시더니 누워서도 똑같습니다.
지금도 기덕이가 더 잘 해요? 기선이가 더 잘해요?

그러면 다 똑같이 잘해라고 하시는 정도입니다.
모시고 있는 기선인데두......

그래서 식구들이 한참 웃었습니다.
어제 새삼 느낀 것은 부모에 대한 효도의 자세가 자식의 나이 먹음과 부모님의 늙어 가심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지요.

유년기엔부모의 칭찬을 받는 것 자체가 효도이고
청년기엔 부모가 자식 자랑 하시게 하는 것이 효도인 것 같고
중장년엔 부모가 원하시는 것을 해 드리는 것이 효도의 대강을 이룹니다.
또 부모가 연세가 많으시거나 자식의 나이도 많을 때엔 부모의 생각이나 표현보다는 자식의 마음을 그냥 일방적으로 표하고 행동하는 것이 효도인 것 같아 부모가 알아 주시건, 자각하지 못하시건, 원하시건 안 원하시건 간에 선의의 자식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어제 나도 그랬습니다.

나의 색소폰 연주를 알아 주시건 못 알아 들으시건 간에 해피 버쓰데이투유를 불어 드렸고,
김광석의 "어느 60 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려 드렸지요.

나 자신만의효도 만족 감상일지 모르지만, 어머니는 기분 좋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열 다섯 식구가 모여서 사진찍을 때 웃으시라고 하니까 좀 얼굴이 찌그러지시지만,
어머님의 따스함과 천진함이 풍겨나와 얼마나 좋은지몰랐습니다.

어머니는 늘 침대에서만 계실 정도로 편찮으시지만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구부러져서 안 펴지는 무릎이 안쓰럽지만, 그래도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행복한 어머님 생신 날이었습니다.

<2006. 12.13>

가족 간의 화목 유지

기본카테고리 2006. 12. 13. 16:17

아버님의 가훈은 家和萬事成이었다.

아버님이 생전에 제일 많이 강조하셨던 것이 바로 이 말씀이었는데 그 말씀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버님 형제 분들과의 생활 자세이셨고 자식들에게 강조하시던 덕목이셨지 어머님과의 화목이 우리 전 가족의 화목과 평화로 이어지는 것임은 간과하셨던 듯 싶다.

아버님의 외유내강-바깥에서는 부드럽고 집에 들어오셔서는 엄격함-으로 가장 상처를 많이 받으신 분이 어머님이셨고 어머님의 눈물, 한숨, 한은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스며들어와 "별로 화목하지 않은 가정"으로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건 간에 자식들과 어머님이 아버님 돌아가시고도"가화만사성" 이란 덕목을 일종의 이념으로 삼게 된 것은 엄연한 기정사실이 되었고 형제들끼리라도 잘 지내야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묵계로 자리잡았다.

그동안의 살아 온 과정들을 보면가족간에 화목을 유지하는 중요한 몇 가지 선들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었나 싶다.

즉, 가족 간에 서로가 경제적 사회적 성취욕을 나타내지 않으며 -자랑이건 시샘이건 간에-현재의 상태에에 대해 형제끼리 비교를 특별하게 하지도 않고 자랑도 않고 큰 부러움이나 신세한탄도 않고서로 특별히 요구하는 게 없었다.

이렇게 서로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 평범한 일상속의 행복을 지키게 하는 것 같다.

이로써 모이면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치게 되는 것 아닐까?


형제 간에 돈 거래를 했다면 이자 갚아라, 원금 언제 줄래? 떼먹을 거야? 라고 모이는 기회를 재촉의 기회로 삼아 티격대격 하겠지만 돈 거래가 없으니 이런 소리 안해도 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조건이다.

돈이 필요하더라도 서로 풍족하지 못해 놓으니 빌려 달란 말도 못 한다.

또 경제적 도움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별로 없다.

달라는 말 하기전에 잃어 버린 셈치고 도움 줄 수있으면 좋지만그런능력이 되는 가족이 없으니 담백하다.

서로 간에 돈 문제에 대해 아예 체념하니까 맘이 편하다.

그러니 만나면 즐겁기만 하지 않은가?

<김목경-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2006.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