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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1.07 사학법 파동 관련 좋은 글 모음(펌)
- 2005.12.27 [펌] 황교수, '만들 때까지 만든 척 하기'전략 채택- 미 일간지
- 2005.12.17 경각산 정기 비행
- 2005.12.17 밀양과 화왕산 여행기
글
사학법 파동 관련 좋은 글 모음(펌)
의약분업과 닮은 블러핑- 서프라이즈 06.1.7 에서
사학법 파동을 두고 얼핏 그 형태적인 모습이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의 의약분업과 비슷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당시 의사단체들이 집단휴진, 폐업 사태등과 지금 사학재단의 학교폐쇄, 신입생 거부등을 보면 장면 장면이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그러는 것 같다.
지금 사학재단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시추에이션이다.
그들의 전략은 지금의 사학법 개정 파동을 과거 의약분업시 장면으로 오버랩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판이 흘러가게 하기 위하여 그들은 지금 의도적으로 상당히 무리하게 보이는 초강수를 선제공격용으로 날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하지만 지금 사학재단이 행하는 액션은 본질적인 자신들의 바램이 아니라 일종의 블러핑이다. 따라서 정부여당 즉, 정책당국이 이런 블러핑에 절대로 현혹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의약분업은 여야가 수년간 의논하여 의견을 수렴한 후 그 여파를 고려해서 시행을 1년 연기까지 하면서 까지 만든 국회의 합의안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은 왜 초기갈등 구조 해소에 실패했을까?..이건 정책당국이 갈등구조를 풀 때 합의의 구도에 대한 잘못된 세팅을 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국책사업이나 국가 미래과제 또한 기타 국민 전체의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정과제는 협소한 해당 이해관계자 만의 논의로 구도를 짜면 실패한다.
정부가 국민을 단지 정책의 수용자로만 객관화시키고 논의구조를 끌고 가면 그때는 이해당사자들이 자기들 꼴리는 대로 국민을 갈등구조 속에 끌여들여 판을 헤집어 놓는단 말이다. 여기에 가장 잘 먹히는 전술이...바로 국민을 볼모로 잡는 의도적인 블러핑이다
의약분업 당시 국민들은 의사들과 약사들의 이해관계를 강건너서 구경하는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의약분업이 되니 ...국민들 입장에서 절차상의 번거로움이나 비용의 상승등 달가롭지 않는 일들이 생산되게 되어 ..더욱더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게 된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당시 국민의 정부 정책당국의 잘못이라고 본다
판이 이렇게 돌아가니 의사단체의 블러핑이 먹히게 된다. 의료대란이라는 표현으로 매스컴에서 불을 지르니 국민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설익은 정책으로 괜히 객관적인 입장의 국민만 괴롭다"라는 신음이 터져나오게 된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갈등구조를 해소하느라 의료보험 수가가 대폭 증가하여 의사들은 적잖은 이익을 보상받았고 그 뒤 건강보험의 적자폭을 메우느라 국민의 비용은 좀더 증가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전쟁터에서 적군도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로서 소명을 망각하고 의료행위를 중단한 의사들이 지탄받아야 하지만 사태가 국민인내심의 임계점을 넘어 버리니 투쟁의 성과가 오히려 의사단체에게 돌아가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애초부터 의약분업문제는 국민을 방관자나 구경꾼으로 내버려둘 문제가 아니였다..정부는 의사의 입장도 아니고 약사의 입장도 아니..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협상에 참여하여 국민다수가 구경꾼이 아닌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게끔 만들었어야 하는 거였다.
풀어서 말하면
복지부가 의사협회 - 약사협회 - 시민단체 모아놓고 사회나 보는 구조가 아니라 의회와 더불어 국민을 대리하여 국민패널로 논의에 참여하는 구조가 되었어야 국민이 구경꾼이 아닌 이해당사자로서 이익단체들로부터 공공의 이익을 관철하는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라는 거다..
사학법 개정이후 지금 사학들이 잘 이해가 안되도록 과도한 오바액션을 취하고 있다. 상식적인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처사다..
7~8명인 이사회에 달랑 한두명이 들어가서 이사회 속기록이나 점검하자는 수준인데..그것을 두고 학교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다니...도대체 얼척이 없다...그렇게 사학법 개정이 폭발적인가?...
하지만 이건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 슬쩍 생각할만한 수준이다
만일 정부가 이렇듯 막연하고 뭉뚱그려 생각하고 대처한다면 이건 사학법 파동을 의약분업 사태로 몰고 가려는 사학재단의 농간에 빠져드는 수순이 된다..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저건 사학재단의 블러핑이다...저들은 블러핑을 통해서 사학법 개정의 문제가 단지 사학재단과 전교조의 문제로 귀결되게 하고 교육부는 그저 이해 관계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자의 역할이나 하라는 뜻이다.
만일 판이 이렇게 사학재단이 원하는 식으로 돌아가면 국민은 괜히 이해관계의 틈에 끼여 피해만 보는 구경꾼의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교육부와 여당은 이해관계 정리도 못하고 괜히 설익은 정책을 입안한 꼴이되고 국민들은 자녀를 학교에 못 보내 교육부재라는 피해만 고스란히 입고....
결국 이렇게 조정되다 보면 갈등의 해소는 사학재단의 투명성은 투명성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정부의 재정을 사학재단에 더 지출되는 과정으로 해소될 것이다..
사학들이 학교 폐쇄하는 최후의 블러핑을 양보했으니 정부나 시민단체도 뭔가 한두개는 양보해야 할 것이 아니냐라는 논리로 귀결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지금부터 정신 바짝차려야 한다
첫째 절대로 사학재단의 블러핑에 현혹되어선 안된다.. 저들이 블러핑으로 나오면 그 블러핑을 맞받아 쳐야 한다..따라서 애초부터 공립전환이라는 카드는 미리 꺼내들고 논의를 시작하는게 맞다. 사립학교 싫으면 공립으로 전환시킨다고 못을 박아야 한다.
둘째, 정부는 항상 학교에 자녀를 보내야하는 학부모의 시각에서 정책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인 국민을 방관자로 만들면 안되고 그 자체로 이해관계자가 되게 해야 사학의 투명성 강조라는 사학법 개정의 취지가 제대로 먹혀 들어간다.
따라서 정부든 여당이든 어설프게 국회에서 재개정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절대안되는 것이다. 그런말이 나오는 순간 전체 사학재단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더 큰 오바 블러핑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공은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국민은 그저 불안한 마음에 구경이나 하는 구경꾼이 되는 것이다
이러면 그 정책은 변질되거나 결국 망하게 된다
이번 사태는 누가 뭐라고해도 전적으로 학부모인 대다수의 국민과 일부 몰지각한 사학재단의 전선이다. 따라서 정부는 학부모의 의지를 대변하여 하늘이 두쪽나도 절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교사편성, 교육시설관리, 학사일정등의 모든 학교행정을 철저하게 준비하여 학부모들에게 공개보고 하겠다는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종교재단의 건학이념과 하나님 뜻-김정란 교수의 글에서-06.1.6
종교재단이 세운 학교일지라도
하늘나라가 아닌 이 땅에 세워진 이상
이 땅의 제도적 합리성을 거부해선 안 된다
종교적 가치는 공적 가치를 감싸야 한다.
"교육, 희망을 노래하자"
제천 간디학교 양희창 교장 인터뷰…"사학법 반대하는 기독교인 이해할 수 없어"
-06.1.6 뉴스앤조이에서
양희창 선생(제천 간디학교 교장)은 교육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많은 기독교 학교가 진정 기독교 정신에 맞는 교육을 한다면 희망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교가 세상의 기준을 따라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법만 주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독교 학교의 교육은 세상의 기준과 다른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개정 사학법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양희창 선생은 교육은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독교 교육은 세상 교육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 선생은 최근 이런 차이점이 없어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1월 2일 대구에서 만난 양희창 선생은 이번 개정 사학법과 관련, 개신교계가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방방 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반발하기 전에 우리가 그동안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는지 자문자답 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학을 운영하는 기독교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정말 깨끗한 교육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소수의 비리로 전체 사학을 매도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기독교인을 향해서는 "기독교인답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학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학이 아니었다. 사학은 말 그대로 건학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사학이 이런 부분에 충실해왔다고 자신할 수 있나. 말로만 사학이었지, 공립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사학법이 개정되면 학교 폐쇄니, 신입생 모집 거부니 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사학법 개정, 기독교인이 왜 반발하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사학법이 개정되면, 종교교육을 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양 선생은 지금 많은 학교에서 하고 있는 예배 중심의 교육은 종교교육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종교교육이 지극히 형식적인 기독교인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양 선생은 기독교 학교면 기독교 학교답게, 불교 학교면 불교 학교답게 학교를 운영하면 그것이 곧 종교교육이라고 했다.
"지금 많은 종교학교가 예배를 의무적으로 드린다. 그러나 이런 걸 강요한다고 해서 신앙이 학생들 마음속에 들어가나. 천만의 말씀. 오히려 편협한 종교라는 인식만 아이들에게 심어준다. 특히 입시에 '올인'하는 교육은 하나님 중심 교육에 어긋나는 교육 방법이다. 입시 교육은 경쟁 교육이다. 다른 사람을 누르고 내가 일등이 되라는 얘기다. 하지만 하나님 중심 교육은 상생의 교육이다. 우리 모두 다함께 살자고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어떻게 함께 가나."
그의 비판은 계속된다
"종교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교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왜 그러나. 건학 이념을 한 번도 실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 학교는 '맘몬 교육'을 하고 있다. 많이 가져라. 행복할 것이다. 예수님이 그렇게 살았나. 학생들에게 가난하게 살라고 왜 얘기 못하나. 다 머리가 되면 꼬리는 누가 하고. 몸통은 누가 하나. 우열반 제일 먼저 만들고, 서울대 들어가면 현수막 제일 먼저 다는 학교가 종교 학교다."
양 선생은 교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개방형 이사제도에 대해서도 내공을 기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건학 이념이 굳건하다면 개방형 이사가 오히려 학교의 이념에 감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의 이념을 지키려는 마음이 강하다면, 한두 사람의 이사가 절대 장난칠 수 없다고 말하는 양 선생은 전교조가 진짜 빨갱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학교에서 몰아내라고 했다. 그만큼 개방형 이사제도가 겁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양 선생이 몸담고 있는 간디학교는 어떻게 운영될까. 산청 간디학교의 경우를 물어봤다. 이 학교의 경우 이사가 모두 여덟 명이다. 교사 출신이 세 명, 학부모 출신이 두 명,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 받은 사람이 세 명이다. 여덟 명 중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 받은 세 명이 소위 말하는 개방형 이사다. 이러다보니 물론 갈등도 있다. 양 선생은 그러나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양심을 지킨다면 이런 갈등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적당히 긴장할 수 있다는 것도 개방형 이사의 장점이다. 양 선생은 이사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학교를 운영 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고 했다.
"머리가 돼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라고? 성경에 그런 말 없다"
양 선생은 기독교 학교의 교육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기독교 학교가 하나님 기준에 맞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기준에 맞는 아이들을 길러낸다고 했다. 그는 머리가 좋은 것은 하나님의 주신 달란트 중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영성이 뛰어난 아이들, 가치관이 바른 아이들을 길러야지, 머리가 좋은 아이들 길러서 세상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예수님이 제자 뽑을 때 성적순으로 뽑았나. 아니다. 기독교 학교가 살아남으려면 자본으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 승부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다 옛날 말이다."
듣기에는 다 좋은 말인데 과연 이것이 실현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솔직히 힘든 일 아니냐고 말이다. 여기에 대해 양 선생의 대답은 확실하다. 그래서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삶의 모델을 교회가 창출해야 된다고 했다. 우리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스스로 그런 삶을 살아야 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혼자 하기 힘들면 연대해서라도 대안적인 삶, 대안적인 교육을 창출해야 한다. 머리가 되지 않고 꼬리가 되도 살아갈 수 있구나 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길이 보인다. 가난하게 살 각오를 왜 안 하나.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 아니다. 이미 주어진 달란트를 개발하는 것이 축복이다. 왜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야 하나."
약 한 시간에 걸친 인터뷰 끝나고 양희창 선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에게 있어 교육은 '꿈을 꾸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직접 작사한 '꿈꾸지 않으면'이란 노래를 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는 언제쯤 아이들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꿈꾸지 않으면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알고 있네 우리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학교폐쇄 서약은 조폭 혈서 방불
신입생 배정 거부땐 손해배상 청구"
[격정 토로] 상문고 이사장 역임했던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06.06 오마이뉴스에서
▲ 박경양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6일 사학재단의 학교 폐쇄와 신입생 거부 움직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직후 만난 그는 재단의 움직임을 맹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영화 <두사부일체>를 기억하시는가. 2001년 나온 이 영화의 모태가 된 학교가 있다. 서울 상문고가 그곳이다.
영화에서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 계두식(정준호 역)은 일자무식이다. 그는 이런 약점을 털어버리려고 한 사립고교(상춘고)에 들어간다. 상춘고에서 두식은 '해도 너무한' 사립학교의 비리를 목격한다. '성적을 조작하라'고 교사한테 엄포를 놓는 재단이사장, 이를 세상에 알렸다고 학생과 교사를 개 패듯 때려 교문 밖으로 쫓아낸 재단.
계두식은 말한다.
"하늘같은 선생님을 자기 말 안 듣는다고 짜르는 게 그게 학교야. ××야. 돈 없어서 몸이라도 팔아서 학교 다니는 애를 개 패듯이 패갖고 쫓아내는 게 학교야. 너는 그거 그냥 넘어가냐."
이 영화가 대박을 터뜨린 때, 공교롭게도 이 학교 재단이사장을 맡은 이가 있다. 바로 현재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경양(49) 목사다. 그는 비리 재단이 쫓겨나간 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관선 재단이사장과 이사를 맡은 바 있다.
"영화에 나오는 '상춘고'와 '상춘만', 누구 배역이 누구인지 다 알더군요. 상문고 졸업생과 교사들 얘기를 들으면, 영화랑 정말로 똑같았다고 합디다. 그 때마다 슬픈 생각이 들었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6일 사학재단의 학교 폐쇄와 신입생 거부 움직임에 반대하는 학부모 기자회견 직후, 오전 10시30분부터 한시간에 걸쳐 박 회장을 만났다. 그는 추위에 목도리를 한 채 언 손을 비비면서 "어제 사립학교장들이 학교 폐쇄 서약을 하는 모습은 바로 조폭들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 야비하다, 왜 대학은 그대로 신입생 뽑고 중고생들만 거부하겠는가"
- 사학비리의 종합전시장이라고 일컫는 상문고 재단이사장을 했는데….
"사립학교에서 이사장을 해보니까 정말로 잘 알겠더라. 사립학교 운영은 마음만 먹으면 이사장 개인이 운영하는 학교다. 상당수의 학교가 이사들의 도장을 행정실에 맡기도록 한 채 허위 이사회를 열고 있다. 사립학교 복마전은 정치권 이상이다."
- 참교육학부모회가 제일 먼저 학교 폐쇄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왜 그런가.
"나는 지금 사학재단의 행태를 보면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인질범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이들 교육권을 이렇게 다 짓밟아도 되는가. 우리 어린 아이들은 말을 못한다. 아이들이 알까도 무섭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대신해서 학부모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 바로 전 기자회견에서 사학재단에 대해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렇게 화가 나는 일인가.
"사학법인은 정말 야비하다. 대학과 중고교를 같이 운영하는 재단이 많은데, 대학은 그대로 신입생 뽑고 어린 중고생들만 거부하겠다고 나선다. 대학은 구조조정한다고 하니까 정말로 겁이 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교육자라는 분들이 할 짓이 아니다. 평범한 어른으로서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 어제 서울지역 사립학교 교장선생님들은 서약서를 썼다. '학교 폐쇄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수십년 동안 아이들 앞에 섰던 분들이 바로 교장들 아닌가. 나는 어제 그 소식을 들으면서 조폭들이 모여서 혈서 쓰는 모습을 떠올렸다. '조직 배반하지 말라', 이런 내용 말이다. 아이들을 사지에 몰아둔 채 사학이라는 조직에 충성맹세를 한 교장들은 교육자로서 마지막까지 간 것이다."
"재단의 행태는 학습권 침해가 아니라 말살"
▲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생이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런 모습을 상당수의 언론들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보수언론들은 사학법 문제에서는 진짜 전단지 노릇을 하고 있다. 사학 재단과 연결된 자기들 이익이라는 잣대로 기사를 쓰기에 바쁘다. 전교조 하루 연가를 놓고 '교육대란'을 부르짖던 언론들이 이런 사태에 침묵하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도 그렇고, 사학재단도 그렇고, 일부 언론도 그렇고. 자기 패거리들의 이익 때문에 교육을 짓밟고 있는 것 아닌가. 기득권야합이고 조폭연대다."
- 서울지역 교사들은 '사학비리'를 고발했다가 학부모들이 고발해서 학습권 침해죄로 1백만원씩 물어낸 사례도 있다.
"그래 좋다. 사학재단의 폐교는 학습권 침해가 아니라 학습권 말살이다.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순간, 사학법인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 재판부는 선임판결 내용을 잘 따라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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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각산 정기 비행
그날 유명산에선 바람이 약하고 배풍이 섞여 있었지만 처음엔 후방이륙으로 편하게 이륙하였고,
두 번째엔 전방이륙을 했지만, 견제 타임을 자꾸 건너 뛰어서 필만 고생 시키고 말았지요.
이륙실패 세 번...
어휴, 힘들고 창피해라...
이륙장에서 워낙 지친 덕에 바리오 음 들으며 그냥 단단비행의 편안함을 만끽 하였다.
유명산 이륙장이 편하다는 것은 적당한 경사도가 있기 때문에 기체가 쉽게 떠 오른다는 것도
생각이 안 났던 것 같다.
그러므로 견제를 확실히 해 주어야 머리 위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잊었던 듯......
원래 이륙실패는 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해지지만, 필에게 미안스럽기 짝이 없었다.
비행을 다 끝내고, 저녁 먹으면서 매탤과 필로부터 따끔한 충고를 듣고는, 전방이륙을 좀 더
연습해야겠다는 결심을 또 해 본다.
11.17일의 경각산 비행은 하늘 행복 만끽하기 비행이었다.
울산의 하늘치기, 베스트플라이의 북적거리는 분위기, 모르진과 단골 후배의 참석은
항동정비를 늘 빛내 주는 양념이고 종합판 이다.
비행만이 있는 정비가 아니라, 웃음과 화합이 있는 정비의 맛을 늘 깊게 해 준다.
2년 만의 고을 비행도 뜻 깊었던 듯 싶고...
나는 이제 미미에서 하늘여행으로 이적하여, 아직 익숙하지 않았지만항동식구라는 동질감으로 인해
참 편했다.
차차 적응하기로 결심 한다.
딱 나의 취향에 맞을 분위기 같지만 비행 고수들이 많은 곳이라서 폐나 끼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정비에서는 초보자 배려가 참 극진하기 때문에 정말로 좋다.
비행 경력 7년 짜리 만년초보 비행자를 내 버려 두지 않아서도 좋다.
이륙장에서, 착륙장에서, 하늘에서나.....
바람이 약간 세고, 이리 휙 저리 휙 휙 부는 바람에 공중에서 꽈배기 처럼 뜨기도 하고
한쪽으로 휘익 쓸리는 동안에 열심히 쫓아가서 띄우는 맛이 또 일품이었다.
항상 세심한 배려 덕에 이번에도 세 차례의 비행을 잘 마쳤다.
바리오 음과 고도를 눈여겨 보아 가면서 게 오랜만에 게 걸음 비행을 시도하였다.
1 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맘에 찬다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그냥 바람 좋은 날, 약 2-30 분 정도만 산책을 하면 너무나 행복하다.
몇 번씩 이륙하면서라도, 2-30 분씩 떠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사면과 봉우리들을 보는 것...
고고도 비행에 비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 한다.
맨 얼굴에 부딪는 늦가을 찬 바람, 바람 소리...발 아래 경치...저수지 물 색.....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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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화왕산 여행기
전국적으로 큰 눈이 올 거라는 예보에 가슴이 설레는 출발이다.
어제 필에게 전화하여 웬만하면 같이 가자고 전화하니 바빠서 힘들지만, 노력 하겠다 했는데
오늘 필에게서 같이 갈 수 있다면서 인터넷으로 열차 표를 구했다는 전화가 오다.
토요일 오후 시간이 널널한 관계로 5시 40분 쯤 한의원 출발, 광명역에 도착하니 차를 주차할 데가 없어서 그냥 차선 가운데에다가 주차하고 들어가서, 필을 반갑게 만나다.
향기가 서울역에 도착하여 줄을 잘 못 기다리다가 티켓팅 시간을 놓쳐 천안아산 까지 표 한 장만을 확보하였다고 징징 짜는데, 그 결과 나는 간신히 특실 칸 표를 끊었다.
향기가 놓친 표를 필이 잡아서 같은 칸, 옆 자리가 되어 참으로 신기하였지만
모두 특실로 와서 같이 가기로 한다.
향기는 입석으로 밀양까지 겨우 연장하였으나 특실에서 세 명이 재미있게 쭈욱 간다.
서울 쪽에는 눈이 엄청 쏟아진다는 메시지가 와서, 이번 남쪽 겨울여행도 눈 여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향기는 입석 손님으로서 특실에 제공되는 물과 사탕을 뻔뻔스럽고 여유롭게 받는다.
액정으로 표시되는 속도는 거의 290 여 킬로 이상...필이 자기의 네비게이션으로 측정해
보기도 한다. 역시 비행하는 사람들은 못 말린다.
2. 밀양 도착, 콘도, 심야 대담
두 시간 10분 정도 만에 밀양 도착...사람들이 제법 많이 내린다.
역을 나서니 가을과 하늘치기 도리가 반갑게 맞아 악수를 나누고
뼈대가 있는 집의 옆집인 복 터지는 집에 들어가서 반가운 얼굴들을 모두 만났다.
가게의 상호는 지방일수록 톡톡 튀고 기발한 것 같다.
리냐드님 아이거 창과도 뜨거운 해후...
창, 정말 오랜만이다. 리냐드님, 창과 함께 여행을 오니 가거도 생각이 나다.
하늘치기는 이번에도 또 참석하였다. 정말로 의리의 사나이답다.
직장에 묶인 생활이 싫어서 개인택시를 하기 시작한지 벌써 12 년이 되었단다.
택시 꽁무니에 달려 있는 안테나 종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집에 감나무 배나무 등 과일나무가 있어 심심치 않게 따 먹는다고 하여 모두 부러워 하였다.
밀양에서 까만 시골 길을 달려서 부곡을 향해 모두 출발,
하늘치기의 택시 아이거의 소렌토 가을의 레조 창의 갤로퍼....많기도 하여라...
나는 당연히 가을의 레조 조수석에 앉았고 도리는 운전석에 타다.
가을의 운전 기술을 보니 거의 레조와 하나가 된 듯하다.
시디에선 클래식이 조용하게 흐른다. 베토벤이라 하여, 대가의 음악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참 친숙함을 제공하는구나 라고 감탄하였다.
콘도의 주차 공간이 아주 적어 콘도 어귀에 편법으로 세워 놓고 언덕을 오르다.
방에 올라와 짐 들을 풀고, 석류와 감을 먹고 나서 못 부는 색소폰을 잠깐 불고
분에 넘치는 박수와 칭찬을 받다.
필이 서울파라 하늘여행 클럽이 베스트플라이와 합치는 것에 서울파라의 일부 회원이
염려를 하였다 해서 보류를 했다고 한다.
나는 “보류한 것이 아주 잘 된 일이라고” 한 마디 하였더니 그것이 스카이필과의
항동 분위게 대해 토론을 하게 만들었다.
“매탤이나 매가가 너무 편협해서 별로 안 좋다, 하늘여행도 걱정이다, 만약 통합을 한다면
난 하늘여행에도 못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였는데, 갑론을박 뜨겁게 토론 하였는데 항동에
늦게 들어 온 하늘치기가 오히려 열린 자세와 포용적인 자세를 갖고 있어 공감이 갔다.
일부 사람들에게 낯가리게 만드는 것, 배타적인 분위기를 특징으로 삼아 그렇게 하자는 이야기,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해도, 결과가 그렇게 된다면 마찬가지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3. 12.4 일 화왕산, 표충사, 토종닭 백숙- 열차 놓칠 정도로 즐겁다
아침에 계획이 분분하다.
화왕산 등산, 부곡 온천욕, 표충사 관람...심지어는 얼음골 구경 이야기까지...
시간 스케줄 상 얼음골은 안 되고, 잘 하면 온천욕은 할 수 있겠다.
도리가 정리한 이 번 여행 컨셉, “여기가 아닌게벼”는 어제 밤에 콘도 가는 길을
잃을 때부터 화왕산 등산로 입구 찾기 혼동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나의 드라마 허준 촬영지와 열차 놓치기로 확대되고 만다.
매표소 입구에 차 두 대를 세워 놓고 소렌토와 갤로퍼만 관룡사 까지 가기로 한다.
관룡사의 투박하면서도 정감 가는 삼층 석탑을 보고는 바로 등산을 시작하다.
관룡사는 관룡산에 있는 것이고 관룡산은 화왕산 산행 도중 오른쪽에 위치한 봉우리인데
시간 관계 상 건너뛰기로 한다.
관룡산 쪽에서 내려오는 길에 눈길이 되어 태백산의 오궁썰매가 생각났다.
리냐드님의 챔프, 아이거의 백구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등산을 잘 하는데, 간혹 백구가 힘든지 안아달라고 한다.
서울 쪽엔 여기저기서 폭설이 내린다는 문자가 왔을 정도인데 화왕산엔 그냥 살포시 쌓였다. 눈 보기 힘든 하늘치기에게 책임지고 눈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쏟아지는 눈이 아니라
쌓인 눈이라도 보여 주어 다행이다.
화왕산 능선은 화왕산성이 둘러 있으며 완만하고 산 아래 펼쳐진 경치가 참 좋다.
경북대학교 별보기 오두막을 지나 면면히 이어지는 능선을 힘들이지 않고 걷는다.
씨 떨어져서 몇 년 안 되고 능선 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키가 덜 자란 리키다 소나무 가지와 잎에 살짝 얹어진 눈이 예쁘다.
화왕산 정상이 가까운 능선에서 왼쪽을 내려다보니 산성의 윤곽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산성과 능선 사이엔 너른 억새밭이 펼쳐 있는데 은색으로 빛나던 꽃들은 갈색 입새처럼
메말라서 어느 순간에 억새가 으악으악 하는 소리를 낼 것만 같다.
어떤 능선 굽이에서 갑자기 산이 울어 대는 듯한 바람 소리가 윙윙 난다.
억새 대신 내는 소린가......
화왕산 제 2 정상을 눈앞에 두고 리냐드 가을 일행을 불러 보니 아무 반응이 없다.
야호 삼아서 큰 목소리로 부르니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우리 보다 조금
밑이다.
사진과 뉴스에서 많이 나오는 억새 사이 길로 사람들 얼굴이 보인다.
하늘치기 가을 도리 스카이필... 리냐드님이 무릎이 아파서 더는 못 오른다 하여
아이거가 같이 낙오하였다 한다.
화왕산 제 2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다 훤하다.
필의 말에 의하면 몇 년 전 리그전에서 글라이더가 백 대 이상이 한꺼번에 떴을 때
얼마나 장관을 이루었는지 모른단다. 울긋불긋한 기체들이 하늘을 수놓는 장면,
하얀 억새 꽃 들판을 배경으로 하여 단번에 여기저기서 기체가 떠오르는 장면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능선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검은 절벽 그늘과 골짜기의 음지에 쌓인 눈들이 묘한 무늬를
이루는 것이 참으로 진기하다.
여행이란, 떠나오기 전엔 ‘다 그게 그거지, 뭐 별것 있나...산 절벽 강 절....다 그렇지’ 하다가도
막상 현지에 와서 부딪쳐 보면 그렇지가 않다.
느낌이란 것이 살아 있는 생물인 것 같이 새록새록 숨을 쉬고 새 얼굴을 들이민다.
공기가 그렇게 만드는 것인가?
정상에 오르니 두 번째의 꼭대기가 역시 아래로 보인다.
정상 가까운 봉우리는 꼭 정상 같이 느껴지게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확연히 발아래다.
도리는 고소공포증이 있는지 절벽 가까이에 서질 못한다.
절벽 끝까지는 충분한 공간이 있지만, 아예 손사래다.
도리는 얌전한 태에 비하면 웃음이 크고 거침이 없다. 성격이 아마 외모 보다는 굵기 때문인 듯...
기념사진들을 찍는 것은 역시 하늘치기의 몫이 되었다.
사진기 자체가 프로 냄새가 나고 큰 망원이 달려 있는데, 주인의 덩지를 닮아 이놈도
덩지가 꽤 큰데, 이것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이 사진 찍기란 게 여간한 정성이 없으면 안 된다. 자신은 거의 찍힐 기회도 없으니
정말로 영양가 없는 중노동인데, 하늘치기는 아무 내색도 없고 듬직하기만 하다.
4. 억새 밭 가운데 쉼 터
쉼터가 있는 기슭에 내려오니 오뎅 빈대떡 막걸리를 판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지, 비닐 깔개가 쫘악 깔려 있고 이동화장실이 여러 채
설치되어 있다.
뜨끈뜨끈한 오뎅 국물, 빈대떡에 조 껍데기 술을 몇 잔 들이 키니 너무나 흥겹다.
세상 사는 게 별 거냐? 하는 생각이 든다.
꿈지럭 거릴 수 있을 때 가고 싶은 데에 가고
지각이 살아 있을 때 보고 싶은 사람도 보고,
좋은 일이라도 할 기회 있을 때 해 보고
이 좋은 일들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이게 행복이 아니냐?
화왕산 억새 벌판 파란 비닐 깔개에 앉아 파아란 하늘과 바람을 맞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런 시간도 우주의 시계에선 먼지와 같은 찰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이 찰나의 시간에
행복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5.아래로 내려오는 길
계곡으로 하여 내려가는 길인데, 호젓하면서도 빠르다.
조금 내려오니 리냐드님과 아이거가 따라 와서 일행이 다 합쳐졌다.
계곡의 물소리와 물색이 제법 깨끗하다.
화왕산 계곡에는 널찍널찍한 바위들로 보를 몇 군데 막아 물을 저장하여 가뭄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덕에 창녕의 농사에서는 한발이 없을 것 같다.
보를 쌓은 바위들이 하얗고 깨끗한 것도 인상에 남는다.
밑에까지 내려오니 짐작대로 바로 관룡사 입구이다.
창과 하늘치기가 차를 가지러 관룡사로 급히 갔다고 한다.
이곳에도 가뭄을 대비한 수중댐(보)이 만들어져서 올라가 보니 물이 아주 잔잔하고
맑아 물가의 나무들과 바위가 선명하게 비친다.
물 위에 떠 있는 나뭇잎들이 고요하다가 어느 순간에 바람이 불면서 물결이 일어
가장자리로 잎들을 밀어 낸다.
그 때에 물에 그려지는 무늬가 참 곱고 아른아른하다.
수면 아래 피라미들이 몇 마리가 한가해 보인다.
음....춥지도 않을까? 추위를 못 느낄까?
싱거운 생각을 다 해 본다.
물가 바위에서 한참을 상념에 빠졌다가 차가 온다고 하여 내려갔다.
6. 하늘치기 이야기
하늘치기의 울산 택시를 탔다.
나무 가꾸기를 좋아하고 잘 하여 감나무 배나무 등 과일을 잘 따 먹는단다.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하는데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는 젊은이라는 인상이고
신체적 나이 보다는 정신적 나이가 더 많은 느낌을 받는다.
아는 것도 많고 감성도 풍부하고, 성품이 넉넉해서 어디 가서나 환영을 받을 법 한데,
서른여섯인가 되도록 결혼을 못해서 그런가 좀 어두워 보일 때가 있다.
하늘치기의 차에선 가요를 듣는다.
어쩌면 이번에 차마다의 노래를 듣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7.표충사 가는 길- 창의 차에서
표충사 가는 길엔 원주의 창 갤로퍼를 탔다.
시디에서 들리는 음악은 네팔의 토속음악이라 한다.
비슷한 가락으로 반복되는 것이 귀에 금방 익숙해지고 꿈속에서 부르는 노래 같고
새벽을 헤매는 영혼의 노래 같기도 하고 애절하면서, 어떤 것은 활달하다.
‘노래 참 좋네’ 하니 ‘정말 좋으세요?’ 한다.
‘그럼, 얼마나 좋으냐? 우리 민요처럼 금방 편안해 지는구나’ 했더니 의아해 한다.
창의 차에선 네팔 음악을, 하늘치기의 차에서 가요를, 가을의 차에선 베토벤의 음악을
들었으니 정말로 귀와 마음이 호사한 셈이다.
먼 길을 졸면서 음악 감상하는 사이에 표충사에 도착하였다.
왜병과 싸운 사명대사의 충절과 수도를 기리기 위하여 세운 절이며 사당이기도 하다.
좀 특이한 깃발이 걸려 있는데, 어쩌면 승병을 모으던 그 때의 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 때 승병을 모아서 먹이고 훈련하던 도구들을 진열해 놓은 것이 여느 절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목에 힘깨나 쓰는 벼슬아치들이 지킨 것이 아니라 농민 상민, 심지어는 중들이
지킨 나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8.가을의 친구가 경영하는 닭백숙 집
가을의 친구 집은 어느 산의 계곡 가에 지어진 백숙 집이다.
큰 나무 난로에 불이 활활 타고 있어 불을 쪼이고 고구마를 구워달라고 부탁도 한다.
아침에 맛있게 먹은 청국장을 이 집에서 주었다는데, 된장 항아리들이 제법 많다.
토종 까만콩으로 된장과 청국장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까만콩 청국장 콩을
사서 가을과 리냐드님에게 조금씩 선물하고 집에 가져가기로 한다.
백숙은 토종닭으로 만들어 고기가 쫄깃하고 묵은 김치가 일품이라서 향기는 김치를
몇 번이나 시켜 먹는다.
송실주를 서비스로 내 놓아 모두 실컷 먹고 마시는 사이에 시간이 좀 많이 흘렀다.
9. 놓인 열차는 숨이 차다.
예약된 KTX 시간이 6시 6 분이라서 어느 정도 안심을 하였지만, 일찍 출발하기로 한다.
가을 차를 타고 부지런히 가는데 밀양 시내에 차가 많다.
아슬아슬한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 열심히 가는데, 역에 도착하니 딱 1 분 전이다.
그래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구내로 뛰어 들어가니 숨이 턱에 닿아 앞에 길게 놓인
층계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필이 배낭 까지 받아 들었으나 뛰지를 못하겠다. 너무 배부르고 술에 취했다.
결국 열차 앞에 가니 문이 닫혀 있다. 단추를 열심히 눌러 대도 꼼짝도 하지 않고
그냥 출발하고 만다.
아...무정한 열차여, 잔인한 기관사여~
역무원이 열차 출발 후 10 분 내에 반환하여야 손해액이 적다고 하여 또 바쁘게 창구로...
다음 차를 물어 보니 7시 7 분 열차라는데 표는 한 장도 없다 하여
결국 동대구 까지 끊어서 차 내에서 입석으로라도 연장하여 올라가기로 하였다.
도리가 안타까워하면서 부산 가는 열차 타러 들어가고 가을은 멀리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게 보이는 듯하다.
아이거 차를 불러서 타고 갈 마음도 들지만 도저히 자신이 안 선다.
필도 그냥 가자고 한다.
10.서울 가는 KTX - 패러 보수교육
열차는 7시 7 분에 정확히 왔다.
좌석에서 앉아 가다가 승무원이 지나갈 때 필이 쫓아가서 이야기를 하니 여승무원에게
말하고 표를 연장하라고 한다.
동대구를 지나 무사히 표를 연장하고 통로의 승무원 의자에서 널널 하게 앉아서
필에게 패러 교육을 받으면서 왔다.
릿지를 할 때 8 자를 그리면서 사면으로 들어갈 때, 지능선까지 가서 턴을 해야지
미리 턴을 하거나 지나쳐서 턴을 하면 결국 고도를 까먹고 만다는 것이 요점 이다.
돌발 상황을 당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취할 방법들, 예를 들면 한 쪽이 접히면
그 쪽을 탁탁 견제하면서 털어 주라는 것, 견제를 풀로 하여야 할 경우, 착륙할 때 웬만하면 방향 전환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착륙장에 들어오기 전에 굳이 고도를 미리 깎아서
들어오는 것 보다는 우선 들어 와서 높으면 한 두 번 더 갔다 오는 게 좋다는 것....
이 글을 쓰는 순간엔 대개 잊어 버렸지만, 열차 안에서는 머리에 쏙쏙 들어 왔었다.
이런 저런 가르침을 받는 사이에 9시 반 정도 되어 광명에 도착 한다.
11. 광명 도착- 눈 덮어 쓴 백마
차가 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필과 작별을 하고 얼른 나가 보니 백마가 눈을 푹 덮어 쓰고 있다.
키를 따고 문을 여니 얼어붙어 잘 열리지 않는다. 자리에 앉으니 덮인 눈으로 인해
어둑어둑하고 침침하다.
우산대를 꺼내 앞 유리와 창들의 눈을 닦아 내고는 출발을 하였다.
일박이일의 여행, 만 하루의 여행치고는 굉장히 멀었고, 아기자기하고 사연이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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