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이 애비 자랑

팔불출이래도 좋아~ 2009. 10. 30. 12:17

오늘도 아침에 산에 갔다오니 땀이 범벅이다.

티셔츠를 벗고 런닝 셔츠를 머리 위로 벗으면서 얼굴이 안 보일 때 한경이에게 "할아버지 없~다~" 하니 한경이가 헤헤헤 웃으면서 뽀로로 방망이로 머리를 때린다.

몇 번을 그렇게 하니 금방 익숙해지고 꽤 재미있어 하면서 좀 더 계속하자는 시늉이다.

그것을 보고 있던 경석이가 한경이에게 "너 왜 우리 아빠 때려?" 하면서 짐짓 야단치니 멈칫거리다가 또 하고 또 한다.

한경이가 외갓댁에 다녀와서는 요사이 유난히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안으라고 한다.

언젠가 날 잡아서 실컷 놀아 줘야 겠다.

어제 아들 경석이가 홍대 앞에 가서 헌혈을 하겠다고 하여 그 이유를 물어 보니,

친구 아버지가 수술을 하실 예정인데 헌혈증이 필요할 것 같아서 헌혈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속으로 기특한 녀석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오늘 한겨레신문을 보니 신종 플루의 유행으로 헌혈이 줄어서 혈액비축량이 줄어 큰 문제라는 소식이 실렸다.

그것을 보고선 아들이 더욱 대견하였다.

나도 몇 년 전 단체 헌혈을 시행하여 보았는데 너무나 까다로와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헌혈이었기 때문이다.

.............................................................................................

헌혈 급감…피마르는 혈액본부

[신종플루 확산]
신종플루 여파 비축량 3.2일치뿐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 플루)의 유행으로 학생 등단체 헌혈이 줄면서 혈액 비축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보건복지가족부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기준 혈액 비축량이 3.2일분에 불과해 적정 비축량인 7일분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비축량이 4.5일분이었으며, 지난달 초에는 9일분이 넘었다. 혈액형별로는 O형 비축량이 1.4일분으로 가장 적었고, A형 1.9일분, AB형 4.2일분, B형 6.5일분 등의 차례였다.

김순희 복지부 공공의료과 사무관은 “이렇게 혈액 비축량이 줄어든 것은 신종 플루의 유행으로 학교 등에서의 단체 헌혈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혈액관리본부는 신종 플루는 물론감기 증상을 보여도 헌혈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헌혈 이후라도 신종 플루 의심 증상을 보이면 해당 혈액을 폐기하고 있다. 김 사무관은 “헌혈의 집에서 근무시간을 오후 6시에서 2시간 늘리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신종 플루 예방접종이 시작되면 혈액 비축 현황이 나아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24시간이 지난 뒤부터 헌혈을 할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

<2009. 10.30>

'팔불출이래도 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여운 청소부 한경  (0) 2009.11.07
2009 가을 마당과 한경  (0) 2009.11.07
한경이에게 드디어 소유개념이 생기는가?  (0) 2009.10.12
아들과 손자  (0) 2009.10.09
2009 추석 가족노래방  (0) 2009.10.05

한경이에게 드디어 소유개념이 생기는가?

팔불출이래도 좋아~ 2009. 10. 12. 18:55

한경이를 2 층 베란다 옥상에 처음 내 놓았다.

몇 년 전 대대적인 집 수리를 하면서 이층 베란다 바닥을 소위 도끼다시위에 파란 에폭시 칠을덧 씌웠는데,

칠장이가 날림으로 한 탓으로 공기가 들어가 여기저기 기포가 생겨 조금씩 들떠 있고, 찢겨 있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잘 안 나갔다.

이 날은 가을날이 참 좋아 한경이에게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당을 보여 주고 싶어서 데려 나간 것이다.

품에 안고서 다닥다닥 달린 주황색 감을 보여주고 밑의 잔디밭을 보여 주었더니 이것저것 손 짓을 하면서 궁금해 한다.

손을 잡고서 집의 뒷 쪽으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 장난감 미피카에 태워서 어르기도 하니 무척이나 좋아 한다.

한경이에게 "어야 가자~" 그러면 내 옷 부터 챙기기 위하여 옷장을 열고서 부지런히 찾는데 앞으론 2 층 베란다에도 자주 데리고 나와서집의 예쁨을 어릴 때부터 인식시켜 주어야겠다.

한경이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엔 물 병, 물 휴지, 마른 휴지, 손수건들을 준비해서 간다.

오늘도 한경이 자전거에 이것들을 싣고서 명지전문대에 가서 한참을 놀고 있는데 한경이 또래의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서 아빠와 함께 나타난다.

몇 개월 되었냐고 물어 보니 19 개월이라고 해서 한경이는 15 개월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아이가 간단한 말도 제법 또렷하게 하고 걸음걸이도 안정적이며 자동차의 방향전환을 아주 능숙하게 하면서 다닌다.

한경이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시키거나 제가 스스로도 곧잘 하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적극적이지 않고 수세 방어적이다.

이 아이에게도 악수를 시키니 멈칫 거리고 경계를 한다.

그 아이가 한경이 자전거에 흥미를 갖고서 이곳저곳을 밀고 다니며 노는데도 한동안 멀뚱히 보기만 한다.

그런데 나와 같이 벤치에 앉아 있던 한경이가 조금 지나니 내려가서 제 자전거 쪽으로 걸어 간다.

왼쪽엔 그 아이, 오른쪽에 한경이가 서로 자전거를 잡은 상황이 되었는데, 한경이가 자전거에 올라가려고 시도한다.

두 아이가 제 고집을 부리려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은근히 걱정을 했더니 아이 아빠가 아들을 데리고 장난감 차 쪽으로 데려 갔다.

"드디어 한경이가 제 물건에 대한 개념이 생기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생각이 거의 맞았음은 바로 확인이 되었다.

집에 오는 길에 한경이 또래의 여자 아이가 한경이 자전거에 관심을 두고 만지니까 내게 안겨 있던 한경이가 내리더니 제 자전거 쪽으로 가서 올라타려고 한다.

그래서 안고 걷는 것이 힘들던 차에얼른 자전거에 태우고 달려서 집으로왔다.

한경인 멋도모르고 바람 가르는 속도감에 입을 크게 벌려 웃으며 좋아한다.

이 이야기를 에미와 아내에게했더니 모두 "그런가 봐요" 한다.

더 두고 볼 일이다.

한경이는 요사이 걷고뛰어 다니면서 조금 높은 곳이 있으면 손 잡고 올라가자고 하면서, 또 내려 올 때에도 꼭 손잡고 내려오늘 놀이를 좋아한다.

집의 계단, 학교의 돌 계단에서는 아예 재미를 붙였다.

아이가 크면서 이젠 꼭 옆에 붙어 있지 않고 위험한 것에 너무 가까이 하지 않게만 하면 되기 때문에 덜 힘든 게 사실이다.

운동장의 흙 장난을 좋아하면서도 이젠 입에 잘 가져 가지도 않는다.

이렇게 철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드는 것 같다.

<2009.10.12>



< Debarge - A Dream>

'팔불출이래도 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 가을 마당과 한경  (0) 2009.11.07
한경이 애비 자랑  (0) 2009.10.30
아들과 손자  (0) 2009.10.09
2009 추석 가족노래방  (0) 2009.10.05
한경이와 명지전문대 축제 구경  (0) 2009.09.26

아들과 손자

팔불출이래도 좋아~ 2009. 10. 9. 16:13

내 책상 유리 아래엔 경석의 돌 복 사진과 경석이의 해병대 사진이 늘 날 반기고 있었다.

돌 복을 입은 경석이 사진은 15 년쯤 되었고, 백령도에 가서 경비견과 같이 찍은 사진은 아마 4-5년 되었나 보다.

올해 7월 한경이가엄마와 나들이 가서 찍은 모습이 하도 귀여워서 두 장 갖다가 애비 사진과 나란히 놓고 보니 저절로미소가 지어진다.

요즈음 세상이국민 감시와 도청, 탄압 등의 답답한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란한데 아이들 사진이라도 자주 봐야 겠다.

사실 우리 세대가 민주화운동을 한 것은우리의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1985 년 경석이의 돌 복, 아마 지윤이의 돌무렵인 9 월 쯤일 게다.]


[2005 년 해병 경석]


[2009 년 7 월 한경]

<2009.10.9>



<Mimi Hetu - Papa Aime Maman>

'팔불출이래도 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경이 애비 자랑  (0) 2009.10.30
한경이에게 드디어 소유개념이 생기는가?  (0) 2009.10.12
2009 추석 가족노래방  (0) 2009.10.05
한경이와 명지전문대 축제 구경  (0) 2009.09.26
자리 6  (0) 2009.09.25

2009 추석 가족노래방

팔불출이래도 좋아~ 2009. 10. 5. 15:24

올해엔 감이 유난히 굵게 익어가고, 감 잎새도 안 말리고 큰 것 같다.

많이 떨어지지도 않고 씨도 많지 않아 눈 온 후가 자못 기대된다.

감이 주황색으로 진하게 익어 가는 때에 추석이 껴 있는 건지, 추석 때 감이 그렇게 잘 익는 건지 모르나

어쨋거나 추석과 주황색 감은 우리 집의 상징이다.

올 추석에도 형제들이 다 우리 집에 모였다.

줄곧 형만 오셔서 차례를 같이 지냈는데 최근 2 년 이래로는 형수님도 오시게 되어 참으로 기분이 좋다.

자형이 일 주일 전 가벼운 중풍이 온 관계로 올해엔 빠졌고 인숙이 신랑과 수진이가 빠져서 많이 서운했지만

후락이네가 다 모여 참석한 식구들이라도 즐겁게 보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기선이가 열 나흗날 모시고 왔고, 형과 형수가 속초에서 올라와서

어머니 옆에서 같이 주무셔서 정말로흐뭇하다.

한경이로 하여금 증조할머니 손을 잡게 하고 뽀뽀하게 하고, 어머님이 한경이 손을 잡게 해 드리니 더욱 흐뭇하다.

인숙이가 추석 날 차례 지내기 전인 이른 아침에 오고 차례 지내기 바로 전에 세째 작은어머님이 참례하셔서

어머니를 마루로 모셔 나와 의자에 두 분을 나란히 앉혀 드리고 차례를 지냈다.

선영이와 경석이가 올해에도 차례 준비, 음식 준비를 잘 해서 대견스럽다.

명절 차례와기 제사는 집안 마다, 지역 마다 다름을 항상 확인하곤 웃음 짓는다.

그저 산 사람들이 스스로 정한 것을 수 백년 지키며 내려 오다 보니 이렇게 조금씩 다르게 된 것 같다.

그러니 이것을 두고 시비와 논쟁을 벌인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감옥에서 짜장이 더맛있느지, 짬뽕이 더 맛있느니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과일 놓는 순서도 홍동백서, 좌홍우백, 조율이시금.....

나는 어릴 때 밤일낮장 주소야대 운운하면서 웃긴 적이 있었다.



제주를 백세주로 쓴 덕에 음복이 즐거웠다.

청주는 찝찔하고 쌉싸롬하여 영 마시기가 내키지 않았는데 백세주로 하니 음복하기에 부담이 없다.

아침을 오손도손, 왁자지껄하면서 잘 먹고 나서술 상이 벌어졌는데 인숙이 형 형수의 술 장단을

경석이가 맞추니 소주병이 제법 쌓였다.

형수와 인숙이가 서로 간에 과거 이야기와 추억담을 주고 받다 보니 불과 두 시간 정도에 네 병 정도를 마시는 것 같다.

조금 지나니 형 부부가 속초행 버스 시간이 11시 라면서 나가야 한다고 서두른다.

그래서 10 여 년 전에 들여 놓은 노래방을 키려고 하니 영 음성이 안 나온다.

우리집의 전문기사 기선이가 여기 저기 만지작거리니 작동이 된다.

오랜만의 가무를 집에서 식구들과 즐기게 된 것이다.

형수가 원래 노래를 참 구성지게 잘 하는 솜씨를 가진 분이었는데 그동안 쓰질 않아서 목이 푹 가라앉았는데

한 곡 두 곡 부르다 보니 목소리가 트이기 시작하고 옛날 솜씨가 그대로 나온다.

나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하여 한경일 안고 "가을비 우산 속에" 를 불렀다.

한경이가 얼마나 그윽하고 진지하게 쳐다 보는지 정말 귀엽기 짝이 없다.

할아비가 마이크 잡고 노래 부르는 것이 신기한지 뚫어지게 보면서 미소를 짓기도 하고 마이크에 입을 대 보기도 한다.

계수씨가 사이드 댄서 노릇을 예쁘게 한다.



결국 속초의 형과 형수님은 표를 무르기로 하고 오후에 나가셨다.

<2009.10.5>

'팔불출이래도 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경이에게 드디어 소유개념이 생기는가?  (0) 2009.10.12
아들과 손자  (0) 2009.10.09
한경이와 명지전문대 축제 구경  (0) 2009.09.26
자리 6  (0) 2009.09.25
PC 앞의 한경  (0) 200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