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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4.18 이 가을의 기도
- 2005.04.18 남해 하늘에 퍼진 '떠나 가는 배'...남해 패러 휴가
- 2005.04.16 패러를 위한 3 팀 합동 휴가- 평창 1
- 2005.04.16 여의도 불꽃 놀이와 사람 구경 길...
글
이 가을의 기도
이 세계를 짓고 경영하시는 하나님...
님이 보이신 올 가을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특히 이 땅,
갈라져서 상채기 깊은 한반도
내 땅에
심으신 님의 뜻을 알게 하소서
끊긴 철로
무너진 길 바닥
퀭 뚫린 하늘을 잇고 메꾸고 채우고 있는 이 가을을 감사합니다.
여기저기 뿌려 놓고
묻은 폭탄을
거두게 하시는 이 가을의 역사에 목이 멥니다.
서로의 정신과 몸을 적으로 삼았던 우매,
아니
죄를 뉘우치게 하시고
새 소망을 품게 하시고
겨자만한 사랑이라도 싹트게 하는 그 큰 계획을
이 가을에 볼 수 있는 눈과 귀를 주소서
땅이 땅만이 겠습니까?
하늘이 하늘만이 겠습니까?
바로 사람인 것을
우리 가슴에 뿌려졌던 그 가시와 불
그리고 그것이 그어 놓은 깊은 상처와 눈물 자욱
아니
가시지 않는 피멍임을 모르겠습니까?
우리를 가엾게 여기시고 사랑하심을 알게 하소서
거센 물과 몰아치는 바람이 쓸고 꺾은
우리네 가슴을 어루만져 주소서
우리가 우리를 서로 돌볼 수 있게 함으로써
능히 이길 수 있는 시련임을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올 가을
비행하는 모든 이들의 몸과 영과 가정을 지켜 주시고
보람을 알게 하시고
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소서
이제 추석을 맞아 올 가을의 사랑을 안게 하소서
하나 되어
서로가 서로의 울이 됨을 알게 하소서
누구에게든 한 치 한 뼘 한 걸음씩 닥아가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님이 숨 불어 넣은
올 가을의 뜻과 계획을 겸허하게 맞습니다.
낮추어서 안게 하소서
<2002 년 추석을 며칠 앞둔 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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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해 하늘에 퍼진 '떠나 가는 배'...남해 패러 휴가
김기성 한진택 김진태 정은영 유기덕 리니야드 스잔님네 세식구
스카이필 무애 아이거 박종철 세식구 재열씨 재비꽃...
그리고 중간에 방문한 가을님......
거의 스무명에 가까운 대인원이었습니다.
남해 게시판에 조난 구조 과정 목격담과 감사의 글을 올려
놓고 보니 진이 빠졌네요.
(항동이나 namhae.gr.kr 이나 그냥 한글로 "남해하늘사랑"으로 들어가도 됩니다)
3일 간 거의 잠을 못자 놓으니 몸은 띵띵 붓고
팔뚝이 가려워 긁으니 두드러기 처럼 우들두들 일어나고.....
얼마나 실감나고 재미난 글이 될지......
첫날밤.....8월 1일
남해 망운산 이륙장,kbs 송신소 아래에서 텐트치고 자다...
상주 해수욕장의 무덥고 찌는 날씨는 망운산 이륙장에 오르니
완전히 딴 세상이 되다.
서늘하다 못해 춥기 까지 한 날씨에 총총한 별들...
은하수가 이곳 저곳으로 가로지르며 흐르고 별자리들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고 섬을 둘러 싼 광양 순천 여수 진주 하동
등의 불빛들이 초롱초롱한 경치....
송신탑에 바람이 머물렀다가 빠져나오는 세찬 소리들로
남해의 첫밤이 구성되다..
15년 전에 산 케빈형의 내 텐트를 비롯하여 텐트를 대여섯 동을
치고 나니 이 천막촌 또한 장관이다.
이튿날...8월 2일
바람 소리에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눈을 뜨니
새벽 다섯시 반......
일출을 보자고 하여 부시시한 눈으로 일어나 동쪽으로 가니
해가 막 뜨기 시작하여 붉은 아침 노을이 구름을 붉게 물들여
가고 있다.
이륙장에서의 일출은 비행을 하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감격을
주는 경험이다.
일찍 깬 사람들과 망운산 이륙장 정상에 가서 이륙장 상황과
착륙장 여건, 불시착에 좋은 곳, 섬 주변의 지형지물들을
익히다.
이륙장은 완만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망운산 활공장은 단단비행만으로도 20분이 걸리며
착륙장 까지는 네개의 봉우리를 능선따라 넘어야 한다.
고도가 일찍 떨어지면 네개의 봉우리를 다 넘지 못하기도
하니까 비상착륙 장소를 미리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참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다..풍요로와 보이고...
오전 10시가 넘어서 비행을 시작하기로 하다.
이륙장 바람은 좀 센 편이고 더미로 나간 박종철 팀장을
보니 오래 여기 저기서 놀 바람이 아닌 듯하다.
바로 착륙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바람이 약간 세어 후방으로 이륙하여 좌측 능선을 따라
적당한 고도를 잡고 내려가는데 저절로 흥이 난다.
2월에 시공제 비행을 하고 첨 비행하는 것이니 얼마나
긴장되고 설레었겠는가?
바다가 훤히 보이고 맑은 하늘에 안겨 있으니 노래가 절로 난다.
가곡 가고파의 몇 귀절을 부르니 어느새 착륙장으로 턴을
해야 할 위치이다.
남해 팀의 정회장님과 하치경씨가 유도를 해 준다.
바다에서 왼쪽으로 턴을 하여 남해 스포츠 파크 옆의
운동장으로 잘 들어 가서 학다리 착륙은 못하였다.
착륙장 바람이 쉬운 바람이 못되어서...
다들 오전비행을 마치고 나서 착륙장으로 실어 온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이 점심을 실어다 준 사람은 정병철 씨 팀의 멤버 인데 정병철씨 대신 혼자서 남해에 와서
오후 비행을 하기 위해 이륙장을 오르다가 차가 과열되어 라지에터 뚜껑을 열다가 손가락을
데어 비행도 못하고 그냥 귀가하게 되었다.
참 미안하기도 하고 안 되었다.
오후 비행은 그렇게 좀 무거운 심정으로 임하게 되었다.
바람이 더 세어져 몇 사람은 비행을 포기하였다.
전방이륙이 망운산 이륙장 입지에 맞다고 판단하여
서툰 후방이륙 대신 전방이륙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박종철 팀장의 자세한 주의에 따라 기체가 올라오자 마자
바로 견제하여 뛰어 오르니 역시 후방보다는 훨씬 쉬웠다.
유도에 따라 릿지 소아링을 통하여 고도를 잡아 한참을
비행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지 되지 않았나 싶은데 어깨가 아플 정도로
열심히 릿지를 했다.
착륙장에서 필이 어깨가 아프면 아예 손을 놓고 몸으로써만
방향 전환을 하라고 일러준다.
그렇게 하니 한결 더 편해진다.
어느 지역엘 도달하니 고도도 떨어지는 것 같아 다시 고도를
잡아 끝 능선 쪽으로 가서 착륙하겠다하고 하니 바다 쪽으로
나갔다가 들어 오란다.
바다 쪽으로 가니 필이 노래 한 곡 불러 보란다.
그래서 가곡 "떠나가는 배"를 불렀다.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혼이 잊지 못할 님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날 바닷가에 홀 남겨 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는가......
노래를 부르다 보니 좀 멀리 간 듯 하여 황급히 돌아서
착륙장을 향하였다.
필의 유도를 받아 정풍을 따라서 들어와 무사히 착륙하였다.
반가운 사람이 멀리서 왔다.
바로 가을님이다.
밝은 얼굴과 시원한 말투, 수줍어 하는 눈웃음이 여전하다.
작년 대천에서 내 백마의 고삐를 맡겨 가면서 운전을 시켰던게
주효하여 도로 연수를 하더니 레조를 산지가 벌써 7개월이란다.
옆자리에 타보니 운전이 제법 익숙하고 침착하고 과감하다.
감속을 늦게 하는 듯한 것이 좀 흠일 뿐...
이번에도 회를 4키로나 떠 갖고 와서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 주었다.
반갑고 기쁘고 믿음직 스럽기 이를데 없었다.
두번째 날의 잠은 우리 팀에선 찜질방에서 자자고 하여
네 명이 따로 떨어져 나와 찜질방을 찾았으나 역시 나는
잠을 제대로 못잤다.
40도가 넘는 찜질방 휴게실은 도저히 잘 만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다른 회원들은 잘 잤다고 하니 내가 좀 이상한가 보다.
그 외의 사람들은 남해관광 호텔 뒤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자기로 하였다.
가을님과 리냐드님은 또 이륙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다..
셋째날...8월 3일
아침 밥은 전날 저녁에 동태찌개를 맛있게 내 온 그 식당에서 하였다.
오후에 바람이 좋을 때가 많으므로 오전엔 해수욕을 하고
오후에 비행을 하기로 하다.
남해 관광호텔 뒤의 송림 앞 바다에서 모두 들어가 해수욕을
즐기다.
상주 민박집에서 이동한 여자들과 아이들까지 물 속에 들어가
몇 시간을 신나게 수영 하였다.
가을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다.
점심을 라면을 때우고선 이륙장엘 올랐다.
날씨는 여전히 맑고 깨끗하였으며 바람은 어제 저녁 보다는
좀 순한 것 같았다.
남해팀의 정회장님이 몸소 올라와 이륙장 통제를 맡아 주셨다.
외지에서 많은 클럽이 방문하여 비행을 즐겼다.
청주 스콜피언 대전 까치...천지풍....
보니 이륙 스타일이 조금씩 달랐다.
후방이륙을 정상적으로 하기도 하고 공중에 떠서 몸을
돌리기도 하고 이륙하면 바로 몸을 낮추고 발을 높이 들면서
떠 오르기도 하고.....
다른 팀이 대개 비행을 끝내 가면서 아이거가 스잔님 텐덤 비행을 시켜 주었다.
참 차분하고도 정확하게 비행을 하는 사람이 아이거다.
여자에겐 유난히 자상하여 스잔님을 태우고서 상당히 오래 동안 비행을 한다.
이사람이 얼른 내려가서 착륙장 유도를 맡아 줘야 하는데...
한참을 비행하다가 내려가서 착륙장 콜까지 잘 해 줬다.
물론 나에 대한 콜까지....
모 팀의 한 사람이 후방이륙을 하다가 돌아 서질 못하고
주저 앉아 이륙 실패를 하더니 두 번째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륙장 통제자가 등을 쳐 대고는 억지로 떼밀어 공중으로
띄웠다.
이륙이 불안하더니 콜을 정확히 이행하지 않는다.
오른쪽, 송신소 쪽으로 한참을 날아가서 통제자의 큰소리
꾸중을 들었는지 아슬아슬하게 왼쪽으로 돌려 나온다.
그 후 좌측 능선 쪽으로 적당한 고도를 잡아 날아가더니
능선 좌 사면을 넘어간다.
통제관의 애타는 호통이 점점 커진다.
무전이 들어가면 발을 흔들어 보라는데 반응이 없다
어떻게 하여 오른쪽 사면으로 나왔는데 그런대로 고도가
확보된 듯 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이사람이 바로 두번째 봉우리의 절벽에
걸은 사람이었다.
이 사람으로 인하여 남해 전 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전방이륙으로 떠서 고도를 잡기 위하여 필의 유도에 따라
릿지 소아링을 하다.
턴을 할 때 마다 지적을 받게 되었다.
왼쪽을 돌 때에도 오른 쪽을 적당히 견제하여 팽팽한 긴장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나는 자꾸 만세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자꾸 의식을 하여 팽팽한 압을 느껴가면서 턴을 하여
어느 정도 고도를 확보하였다.
덕분에 단단비행으로 내려 오질 않고 여러 차례 릿지를 하고선
적당한 고도를 확보하면서 내려와 착륙장에 제대로 들어 와
착륙을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두발 착륙이 아닌 털썩 착륙이 되었다.
차렷의 시점을 자꾸 놓치게 된다.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데 아까 그 사람이 절벽에
걸렸다고 한다.
내가 비행할 때 걸린 모양인데 난 보질 못하였다.
절벽에 기체가 걸린 상태고 하네스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
남해팀에서 회를 마련해 놓았다 하여 가보니 전어회 무침이
잔뜩이다.
유자 동동주를 곁들여 전어회를 맛있게 먹고 있는 사이에
현지팀 김종욱 회장이 침낭과 랜턴을 갖고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구조자를 위하여....
혼수상태의 경우를 대비하여 청심원과 따는침, 그리고 침낭을
들고 따라 나섰다.
필과 함께....
이륙장에 오르니 우리 팀의 정은영 회원과 정희섭 회장님,
사고팀의 회원 한 명이 초조하게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낮 부터 지금 밤 9시가 넘도록 있었던 것이다.
이 후의 상황은 "남해 패러 구조 목격담"에 썼습니다.
새벽 세시가 넘어서 텐트 친 곳에 오니 몇 사람들은
길 바닥에서 자기도 하고 있었다.
모기가 별로 없는 모양이다.
잠에서 깬 사람들이 상황을 묻는다.
대충 설명을 해 주고는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으나 제대로
잠이 오지 않는다.
넷째 날...8월 4일
아침이 되어 들으니 헬기가 떴다고 한다.
드디어 구조가 제대로 된 모양이라고 안심을 하다.
아이거에게 인라인을 배우기로 하였는데 어젯밤에 구조대를
따라 이륙장에서 밤을 새우는 바람에 타지도 못하였다.
올라오는 일정은 팀의 사정에 따르기로 하여
우리는 바로 서울로, 서울패러와 리냐드님은 하동을 거쳐서
가기로 하다.
남해대교 건너편에서 섬진강 재첩국으로 맛있게 아침을 먹고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참으로 재미있기도 하고 일도 많았던 남해 여행이었다.
두고 두고 남해의 하늘과 바닷물과 이륙장의 별과 바람이
생각 날 게다.
좋은 비행도.....
종철씨와 필의 정확한 유도, 종철씨의 에어쑈,
무애의 오랜만의 비행, 재열씨의 솔선수범의 기체 팩킹 돕기..
리냐드님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륙장에서의 야영,
시끄러우면서도 귀여웠던 스잔님네 식구들...
오랜만에 같이 했던 김기성 회장과 미미 식구들....
그리고 남해사람들도......
한동안 좋은 기억 속에서 나의 기분을 즐겁게 해 줄 게다.
감사와 뿌듯한 동지애와 더불어서......
<2002 년 8월 남해 패러 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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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패러를 위한 3 팀 합동 휴가- 평창
[프롤로그]
이번 휴가는 왠지 실감이 별로 안 든다.
애초에 같이 가기로 했던 김기성 회장을 비롯한 성남미미 팀원들이 대거 빠지는데다가
3팀 통합 휴가비행이란 게 좀 설게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휴가를 앞두고서 사람들의 분위기도 그렇게 활발하지가 않은 것 같다.
확정되지 않는 참석자...분당 집결지에서 출발할 사람도 몇 명되지 않는다.
날비의 더킹스 폐업과 새 일자리 찾기, 산바라기 쪽 왕형과 그 일행의 산화와 아이거의
침울, 무애의 침잠, 팰킴의 불안정 등으로 좀 뒤숭숭하기 까지 하다.
그나마 필의 묵묵한 준비와 자신감이 평창 휴가에 대한 실체를
잃거나 잊지 않게 해 주는 것 같다.
휴가란 약간은 들뜨기도 하고, 부풀기도 하고, 걱정도 들기도 하고, 긴장도 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거의 없이 그저 밋밋한 느낌이 들뿐이다.
너무 잘 뭉쳐 놀다 보니 이제 관성이 되어 버린 걸까?
아니면 그냥 먹고 마시고 돌아다니고 뚱땅거리고 노는 휴가가 아니라, 비행이라는
약간은 팽팽한 주제가 끼어 있는 데서 오는 부담감 때문일까?
하여튼 이번 휴가는 내게, 가볍지 않은 무게로 이렇게 시작.
8.1 (금) 무덥다
[출발]
오전 9시에 분당 까르프 에서 모인다고 하여 7 시쯤 일어나 인라인까지 챙기고 집을 나서니 8시, 강북강변도로 들어서니 동작대교까지 정체란다.
양화대교에서 차를 돌려 내부순환도로로......몇 군데 고장차량이 있어서 중간 중간에 막히더니
동부간선도로에 내려서자마자 영동대교까지 막힌다.
필과 전화하니 벌써 기다리고 있다 한다.
리냐드님은 마석 에서 출발하여 춘천으로 가서 중앙고속도로 해서 내려온단다.
분당에 도착하니 필과 진태만 보인다.
무애는 내일 도심 윤바람 님과 같이 내려 올 예정이고
팰킴은 이제 일어나서 올 거란다.
조금 있으니 팰킴 도착하여 달랑 네 명이지만 일당백의
기세로써 출발!
아이거 동네에 가서 내 차의 짐을 서울파라의 송정민 팀장의 스타렉스로 옮겨 싣고 나니
이제야 휴가를 떠나는 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필의 오클리 안경]
갈마 터널을 앞두고 갑자기 필이 오클리 선글라스를 까르푸 화장실에 두고 왔다고
안타까워한다.
찾으러 갈까 그냥 갈까 망설이는 눈치이다. 그래서 안 가져 갈 수도 있고 유실물 센터에
맡길 수도 있으니 가보자고 하여 다시 까르푸로 차를 돌렸다.
까르푸로 뛰어 올라간 필이 금새 환한 얼굴로 선글라스를 흔들며 뛰어 온다.
테에서 분리되는 안경알이 되다 보니 누군가가 꺾어 보고선 시원찮은 안경인 줄 알고
그냥 두고 간 모양이라고 필은 추측하였지만, 나는 잃어버린 사람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배려에서 두고 갔을 거라고 추측한다.
어쨌든 참 고마운 일이다.
참 다행이다.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시작한 휴가가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랴?
드디어 기분 좋은 휴가가 예감되기 시작하다.
[서울 파라 식구들의 도움]
이번 휴가는 서울 파라 사람들의 덕을 크게 보게 된다.
우선 스타렉스를 빌려 준 송정민 팀장(필의 말로는 티뷰론과 바꿔서 사용했다지만)과
래프팅 보트를 비롯한 모든 장비를 내 준 허재을 씨, 수건을 기증한 도심, 빼어난 살림꾼
필 등의 헌신으로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휴가를 가질 수 있었다.
자신의 래프팅 장비를 건네 주기 위해 이삿날 임에도 불구하고 곤지암에서 이른 시간부터
기다리고 있던 허재을 씨-작년 남해에서 잘 사귀었던-를 만나다.
래프팅 장비를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하였다 하여 즉석에서 침을 놔 줬는데 그 후 빨리
치료가 되었나 걱정이 된다.
맛있는 소머리국밥을 같이 먹고 드디어 평창을 목표로 출발한 것이 오전 11시 반 정도?
첫 식사가 괜찮은 것으로 보아 휴가 기간 내내 먹거리는 걱정이 없을 거라고 속으로
기대하다.
휴가가 시작되는 날의 날씨로써는 최고이다.
따가운 햇볕 뜨거운 바람, 맑은 하늘.......썬 블록 크림을 잘 발라야겠다고 맘먹는다.
작년 남해 휴가 때에도 우리가 잡은 그 기간엔 햇볕이 쨍쨍하고 더위가 피크를 이루다가
끝나고 나선 비 오고 태풍이 몰아 닥쳐 그 여름이 끝났었는데 이번 휴가도 아마 그럴성
싶다.
일요일 비 예보말고는 무덥다고 하니......
문막 까지 국도를 타고 가다가 영동고속도로로 바꿔 탔다.
새말에서 빠져나가 평창에 도착하니 오후 세시가 좀 안 되었다.
[나라를 더 망신시킨 평창의 분노와 증오심]
시내에 들어서니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에 대한 김운용 씨에 대한 분노와
탄식과 2014년 유치 다짐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매국노 김운용은 공직을 사퇴하라" "처단하자" "실패를 딛고 다시 뜁시다"
하다 못해 교육청 정문에까지 붙어 있다.
"지고도 이기는 페어플레이" 라는 올림픽의 정신 마저 짓밟은, 실패 후의 그
악다구니와 희생양 만들기 광분으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다 먹칠을 해 놓고서
2014년 유치 경쟁 때 다시 표를 달라고 어떻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돈으로 노벨상을 샀다고 악을 쓰던 사람들과 언론들이
떠 올려졌다. 이제 앞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찌 노벨상을 꿈꾸겠는가?
이 더럽고 끔찍하고 맹목적인 지역이기가 낳은 적대감이라니.....
평창은 부도덕한 정치인들에 의해 두 번이나 졌다. 지고도 망신당했다.
[공군병장 김인식 씨]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공군병장 김인식 씨를 끌어내려 착륙장에서 반갑게 인사하다.
이 김인식 씨.......
한마디로 시세 말로 "걸작"에 속하는 사람이다.
요새 사람들은 "걸작"이라는 말을 잘 모르겠지만, 입담이 걸고 유창하고 거침이 없으면서
개성과 자기 주장이 뚜렷하여 기인행각을 보이는 사람으로 보면 된다.
어디로 튈지 그 방향을 분간하기 힘든, 머리 좋고 순발력 뛰어난 꼴통 도깨비 유형이
여기에 속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나쁜 쪽으로 발달하면 사람들을 엄청나게 골탕을 먹이지만,
이 사람은 세상 골치에 매어 살지 않는 쪽으로 발전하여 오히려 여러 사람이 덕을 본다.
경우가 바르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받는 것을 무지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무지 잘 하려 한다.
우리는 이 김인식씨 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 역시 지난 봄 보성 리그전에 응원 갔다가
차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이번에도 숙소 제공과 좋은 식당 주선, 활공장 브리핑, 차량지원 등, 휴가기간 내내 도움을 받았다.
이 자릴 빌어 감사의 뜻을 표한다.
[평창 활공장 여건]
착륙장에 도착하니 인천 조나단과 수원 조나단 팀이 진을 치고 있어 아는 얼굴을 찾아
수인사를 나누다. 인천 조나단에 항동아이디 "도야지"를 쓰는 교수님을 알아 안부를
물었다. 가끔 활공장에서 마주 치는 얼굴들은 항상 반갑다.
김인식씨와 같이 둘러 본 착륙장은 아주 깨끗한 정풍이라서 재작년 같은 에어쇼는 안 해도
되겠고, 이륙장을 올라가니 역시 예쁜 정풍이다.
장암산 활공장은 우선 이륙장과 착륙장이 가까워서 좋고- 15 분 정도- 임도를 잘 포장하여
관리를 잘 해서 웬만한 승용차로도 올라 갈 수 있다.
이륙장엔 넓고 평탄한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으며, 이륙장 여건이 참 좋다.
기체를 펴고 양력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안전하게 뛸 수 있으며 이륙한 후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도록 경사가 적당하여 초중급자들이 참 좋아할 여건이다.
바람은 대체로 고른 편이며 서풍만 끼면 언제나 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시야가 탁 트여서 굽이굽이 평창강과 평창 읍내와 주변의 첩첩의 산 능선 경치가
일품이며 일단 떴다 하면 한 두 왕복의 리지는 저절로 가능한 곳이다.
천혜의 여건을 갖춘 이륙장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비행 성공]
오늘의 바람도 김인식씨 말로는 완전 초중급자 바람이니 맘놓고 비행하라고 한다.
이륙장 에선 언제나 가슴이 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이건 고급 비행자도 마찬가지란다.
필의 표현을 빌면 이 맛에 비행하는 거란다.
나 같은 만년 초보 비행자는 오죽하랴!
비행복을 받혀 입고 무릎보호대, 무전기 확인 후 전방으로 이륙!
이륙장 에선 팰킴 김정술 교관이 있으면 난 편안하다. 게다가 김인식씨가 한쪽 조종줄
까지 잡아 주면서 이륙을 도와 주워 전방으로 제대로 이륙하였다.
긴장을 떨친 후의 작은 숨가쁨과 가슴 뜀이 이번에도 온다.
조금 지나니 바로 안정이 되어 자리도 편안하게 잡고.....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공기, 양다리로 들이닥치는 바람과 탁 터진 시야와 여름의
푸르름과 높은 데서 내려다보이는 뚜렷한 능선 윤곽들이 쾌감을 일깨운다.
그래 이 맛이야!
필의 콜을 따라서 몇 번의 서클링과 게걸음 비행, 8자 비행을 해 가며 약 20 분 정도를
비행하다가 고도가 떨어진 듯하여 착륙하려 하니 사면에 더 가까이 붙여서 릿지를
하라고 하여 몇 차례를 더 왕복하다가 무사히 학 다리 착륙!
나는 확실히 자신감이 부족한 비행을 해 온 것이 증명된 것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비행이 아니라 워낙 드문드문 즐기는 비행만을 하다 보니
단단비행에 만족하게 된 것이다.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대목이다. 비행실력을 좀 더 높이기 위해 모험을 감수할 것인가,
콜을 못 떼는 유치비행을 계속하면서도 단단비행만을 고수할 것인지를......
사실 떴다가 잠시 나는 것만 갖고도 난 꽤나 큰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만족감을
갖고 있으며 좀 더 나은 비행을 해 보고 싶다는 소망도 같이 갖고 있다.
필은 바리오 부터 사서 계기비행을 하라고 권한다.
아, 어쨌든 첫 비행을 성공한 것이다.
어디에 가서든지 첫 비행 성공의 감격을 만난다. 주위의 경치를 살필 여유는 없지만
긴장이 컸던 만큼 안도와 성취감도 더 크다.
착륙장은 완전히 맥반석 불가마 같다.
여름 내내 달구어진 자갈들이 내뿜는 복사열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땀은 비 오듯이 쏟아지고.....
이륙장 바람과 비행 중의 시원함이 그리워지게 하는 열기이다.
이렇게 무더워도 첫 비행의 성공이 두 번째 비행을 기대하게 한다.
착륙장에서 합류한 하늘여행의 황부호 회장님은 역시 실력파라서 꽤 오래 비행하신다.
아마 그 분도 평창의 첫 비행에 무척 만족하실 거라고 생각 든다.
조금 있으려니 진태가 무사히 잘 착륙.....
이륙실패를 몇 번했다 면서 기체가 너무 무거워 지고 감이 떨어져서 애 먹었단다.
작년에 남해에서 비행하고는 첨이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워낙 힘이 좋은 사람이니 금방 적응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무 콜 비행이었다.
첨에 필이 가르쳐 준 요령대로 텐션을 느끼면서 정확한 턴을 시도해 보았다.
왼쪽으로 돌 때, 오른쪽으로 돌 때 그 쪽을 옆구리까지 조종하고 반대쪽은
텐션만 느껴질 정도로 견제를 하라. 항상 조종줄을 어깨까지 견제하고 비행하라.
돌고 나서 만세를 할 때에는 급격한 조작이 안 되도록 하라.
항상 들었던 내용이지만 완전히 자동화하지 않아 잊 버린다.
그만큼 비행을 드문드문 한다는 뜻이다.
혼자서 몇 번 릿지를 하다가 고도가 떨어져서 착륙 준비에 들어갔다.
오른쪽으로 해서 들어가니 거리와 높이가 적당하다.
지면에서 좀 가깝지 않을까 싶은 높이에서 차렷을 하니 학 다리로 잘 착륙하였다.
이 정도가 2미터 정도가 될 듯 싶다.
요번 평창 비행 8회에서 동체착륙은 한 번도 없었다.
[일급 숙소]
숙소는 평창 농공단지 입구의 주진리에 자리 한, 김인식 씨가 1500 만원씩에 경매로 사 놓은 15 평형의 주진 아파트 가동 101호와 106 호이다. 방은 큰 방 하나 작은 방 하나에다가
작은 싱크대가 있는 주방이 붙은 작은 거실 옆에 붙은 욕실과 작은 베란다가 있다.
주위엔 주진 초등학교와 사슴 오리 닭 개를 키우는 농장이 있고 논밭으로 둘러 쌓여 있어 경치가 괜찮다.
김인식씨가 청소에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을 하여 나오는 날 정말로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고 나왔다. 욕실 배수구에 낀 머리카락과 문짝 먼지까지 닦아주었다.
[첫 저녁 식사]
저녁이 되어 8.1 팀이 다 모였다.
황부호 회장님, 스카이 필, 팰킴, 원주 창, 진태 그리고 김인식씨가 함께 하여 저녁을
먹었다.
분당에서 몽땅 준비해 온 필의 저 열성 아니 극성이라니......
삼겹살과 상추, 꼬추장 된장, 맥주와 소주 백세주에 음료수까지 다 혼자서 준비하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스카이 필이 아니라 "필 마마" 라고 불러야겠다.
압력솥에다 밥을 했는데, 물을 얼마나 잘 맞췄는지 밥이 정말 고슬고슬하고 맛이 있다.
삼겹살을 거의 다 먹고 나니 창이 곧 도착한다고 하여 오는 길에 삼겹살을 더 사오게
하여 아주 푸짐한 삼겹살 파티가 되었다.
저녁엔 밥을 아예 안 드시고 반찬만 드신다는 황 회장님도 삼겹살을 맛있게 드셨다.
말씀도 아주 점잖고 부드럽고 친절하시니 참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신가 보다.
식사 기도도 아주 진지하게 하신다.
창까지 낀 대화 자리가 너무나 정다워 그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일찌감치 졸음이
까막까막 온다. 작은 방에 들어가서 누워서 책을 펴들고 조금 읽으니 더 잠이 빨리 온다.
[평창강 야간 고기잡이]
잠깐 잠이 들었다가 두런두런 수선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눈을 뜨니 팰킴과 창이 고기를
잡으러 가잔다. 공군병장한테서 쪽대도 빌렸단다. 나는 운전을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수영복을 꺼내 입고 진태 팰킴 창과 같이 나섰다. 소주와 백세주를 들고서...
낚시점 에서 랜턴 하나를 사고 착륙장 부근 강변에 가니 많은 텐트들이 줄지어 자리잡고
있다.
팰킴이 그물을, 창이 랜턴을, 내가 고기 그릇을 들고 강으로 들어갔다.
팰킴이 그물을 대고 창이 푸다닥 거리며 고기를 몬다.
몇 번인가 만에 팰킴이 메기 새끼라면서 소릴 지른다. 내가 보니 메기 새끼가 아니라
빠가사리나 꺽지 같다. 시꺼멓지 않고 갈색인 것을 보아 꺽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바로 랜턴 전구가 나가면서 고기잡이는 금방 끝이 났다.
물가에 나와 오십세주를 만들어서 권 커니 작 커니 하면서 노랠 부르잔다.
노래방의 폐해는 여기서도 드러났다.
도대체 가사를 끝까지 제대로 아는 노래가 안 나오는 거다.
진태는 아예 의욕조차 내지 못한다. 창과 팰킴은 껄떡껄떡 대면서도 실속이 없다.
돌아가면서 노랠 부르기로 하였다.
그래도 내가 가사 외우는 실력이 좀 나았나 보다.
아니 노래방 나오기 전 노래를 더 많이 부른 세대이기 때문이겠지.....
[팬더 부라더스]
진태와 창은 어느새 말을 튼다. 두 살 차이의 띠 동갑, 39살이라나?
재능교육에 다니는 진태와 연대 원주 캠퍼스 도서관에 근무하는 창이
서로 교차하여 아가씨를 소개해 주기로 한다.
제 머리는 못 깎지만 남의 머린 잘 깎아 주려나?
그러고 보니 수줍음 많은 거나 겸손한 거나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것이 무척 닮았다.
꼭 큰 팬더 작은 팬더 같다.
잘 되길 빌고, 여유 있으면 알피네의 나머지 노총각들에게도 서광이 비치기를 빈다.
서울에선 비가 억수로 온다는데 여긴 별이 총총하다.
카시오페아 자리는 뚜렷하게 보이는데 북두칠성을 못 찾겠다.
나중에 주작 57님에게 물어보니 아마 산 너머에 있을 거란다.
조금 있으니 구름이 잔뜩 끼면서 별을 모두 가린다.
모래 섞인 쥐포와 무화과 안주가 영 맛이 없어진다.
그만 자리를 걷고 퍼덕거리는 꺽지는 놓아주고 숙소로 돌아오니 새벽 1시 반...
첫 날이라서 그런지 다들 잠자는 게 아까운 모양이다.
라면을 끓여 먹자고 하면서 술판 대화판을 다시 벌인다.
비행이야길 하면서 나의 소심한 비행 습관이 주제가 되었다.
창이 단호하게 권한다. 콜을 받지 말라고...
필도 강하게 권한다. 좀더 지상훈련을 많이 하고 계기비행을 하라고...
이번에도 잠을 못 이겨서 먼저 잠자리로 들었다.
노장파인 황부호 씨와 같이 작은 방에서 자다.
8.2 토. 무더우나 해가 별로 안 나온 흐린 날씨
새벽 몇 시쯤 인가부터 "꼬끼요 꼬오~~~"하는 장닭의 우렁찬 울음이 요란하다.
그래도 계속 잠을 청하였지만 매미들의 노래 소리에 6시쯤 엔가 일어나 윌을 마시고는
문을 나섰다.
[평창강의 아침과 주진 초등학교 풍경]
장암산을 위시한 평창의 야산들이 안개에 싸여 있다.
산 마다 뿌연 안개들이 띠를 둘러 있고 축축하여 비가 올 날씨 같다.
주진 초등학교에 들르니 시골학교 치고는 너른 운동장, 아기자기한 이름의 교실들,
새로 증축하고 있는 교사가 보인다.
병아리 반 다람쥐 반 송아지 반 코끼리 반 사자 반 등......
초등학교 어디에나 있는 책보를 메고 있는 이승복 동상이 여기에도 서 있다.
74 년인가 이 학교 교사들이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동상 주위엔 난초 종류인 연분홍 상사화로 둘렀다.
통일이라는 바위 비문 옆에 서 있는 승복이 동상......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누군가 놀다 두고 간 부메랑을 갖고 혼자서 한참 놀았는데 위로 던지니 제법 내 손으로
돌아온다.
삐그덕~~ 슝~~......그네를 타 보니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 같다.
눈을 감고 타면 멀미나듯이 미식거리고 궁둥이가 찌릿찌릿한 게 나이 먹은 티고,
이것이 재미있으니 어린아이 아니랴?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 젖히는 매미소리가 오늘의 무더위를 예고하는 듯 하다.
초등학교 옆길로 돌아가니 옥수수 밭 사이로 해서 평창강 방죽으로 이어진다.
물안개가 여기저기 피어 있고 백로 몇 마리가 난다.
물빛은 파아란 게 꽤 깊어 보인다.
익모초 달맞이 꽃 나리꽃 딱지 꽃 사철쑥 패랭이 원추리 개망초 꽃이 한창이다.
어떤 시인이 흔하디 흔한 개망초 꽃을 두고
"사람들 눈길 가는 곳마다 피어난다"고 했는데,
시인의 정서와 표현력이란 게 참 대단하다.
어찌 이렇게 맘에 콕 박히게 이야기 할 수 있담?
아파트로 돌아오니 아직 사람들이 덜 일어났다.
특히 창이 술을 제일 많이 마시더니 늦게까지 잠을 잔다. 건강한 증거이다.
아침 일정을 일찍 시작하려고 새벽에 먹은 라면 뒤 설거지를 하니 다 나선다.
그래서 청소와 설거지, 식사 준비를 나누어 하였다.
필은 어제 창이 사 온 삼겹살을 찌개에 바로 넣어 끓이지 않고 몇 번인가를 삶아서
기름을 제거하고는 김치찌개를 끓인다.
평소엔 아침밥을 안 먹는 습관이지만 집을 떠나니 저절로 상에 앉게 된다.
지금 안 먹으면 또 언제 먹게 될지 모르니 먹어 두게 된다.
이렇게 하였더니 휴가 기간 내내 매 끼를 다 채우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양소가 살이 아니라 다 뼈 속으로 가는 게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하루에 4회 비행의 기록]
11시가 넘어서 이륙장에 올라가니 벌써 조나단 팀은 비행이 한창이다.
데프님 부부와 주작 57 부부가 평창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비행을 오전에 두 번, 오후에 두 번 하였는데 네 번 비행은 내게 있어서 신기록이다.
계속 전방으로 이륙하다가 마지막엔 후방으로 이륙하였으며 콜이 없이 비행하였다.
무 콜 비행에서 하나 얻은 건 착륙을 준비하기 위한 고도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평창은 비행하기가 까다로운 지형이 아니라서 적당히 고도가 깎이면 바로 착륙준비를
맘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착륙장이 아주 드넓은 강가 자갈밭이라서 착지에 조심하기만 하면 별 문제가 없다.
덕분에 착륙 연습은 제대로 한 셈이다.
[도심과 종록이, 고 선생님]
내가 한번 비행한 후에 제천을 거쳐 도착한 아이거와 리냐드님, 도심과 종록이(태산이),
그리고 하늘여행의 고 선생님도 비행을 꽤 맘에 들게 한 것 같다.
아이거와 리냐드님에게 들으니 무애는 안 올 것 같다고 한다. 미리부터 서운해진다.
끝내 무애는 안 왔다.
이번에 첨 뵌 고 선생님은 체구는 작지만 딴딴하고, 성격이 상당히 적극적이면서도 꼼꼼한 행동파 같은 분이고 지식이 상당히 넓고 비슷한 연배라서 앞으로 자주 어울리면 좋은 일이 많고 내가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심은 여전히 건강하였고 장난꾸러기 같은 짖궂음과 천진함이 가득하였고
태산이라고 부르던 종록이는 여러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한다.
도심은 수시로 종록아 종록아 하면서 뭔가를 시켜 대고 종록인 또 한번도 거부하지
않고 웃으며 씩씩하게 "예!" 하면서 금방 따른다.
해병대 출신이라 더니 과연 이다.
[송어회 저녁]
점심은 평창 읍내의 닭 도리탕을 먹었는데 고기와 감자가 맛있고 밥도 후하게 준다.
저녁엔 평창 송어를 질리도록 먹게 되었다.
송어 집에 모이니 황부호 회장님,데프님 부부, 주작님 부부, 고영택씨, 도심과 종록이,
리냐드, 필, 아이거, 팰킴, 진태, 창, 나... 15명의 대식구가 되었다.
평창 송어집은 주작 57님의 경복고 2년 후배로서 강원도 도의원을 지낸 분이 주인이다.
아버님 때 부터 이어진 가업인 만큼 양식장을 아주 예쁘게 꾸몄다.
오래된 팽나무와 아름드리 나무들이 만든 그림자를 담은 연못이 아주 아름다웠고
물이 굉장히 시리도록 차가웠다.
1 킬로에 2 만원 하는 송어를 세 명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속살이 빨개서 알아보니 연어과의 어종이며 연어처럼 회귀동물에 속한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갔다 와야 할 송어를 가둬 놓고선 키우기만 하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다고 한마디씩 한다.
그러면서도 입으로 잘도 가져간다.
인심 좋은 주인이 서비스로 내 놓은 송어 튀김과 송어구이는 정말 일품이었고 마지막에
나온 콩가루 비빔 송어는 별미였다.
정말 배가 불룩해지도록 많이 먹었다.
[이륙장 에서의 춤과 노래 한 마당]
리냐드님의 제안대로 장암산 이륙장으로 바람을 쐬려 갔다.
역시 이륙장의 바람은 시원하고 맑아서 습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게 쾌적하다.
별이 여기저기 박혀 반짝이고 건너편의 동네와 도로의 가로등들이 마치
별자리를 닮았다면서 다들 신기해하였다.
내일쯤 엔 비가 온다고 했는데 이 하늘을 보아서는 비가 올 것 같지 않다.
주작님이 차에서 클래씩의 장엄한 음악을 들려준다.
풀벌레 소리가 좋다면서 대충 마무리 시켰는데 정말 풀벌레 소리가 더 좋았다.
다시 맥주 파티가 벌어진다. 나는 의자에 누워 얕은 잠이 들었는데 노래하자 커니
춤을 추라커니 하는 리냐드님의 선동이 들린다.
데프님 부인과 주작님 부인의 노래 솜씨를 보고 싶어 리냐드님에게 닐리리 맘보를
부르게 하고는 내가 "사랑의 테마"를 불러 증정했다.
그래서 두 귀부인이 노래를 부르고, 댄스 파티가 벌어졌다.
블루스, 지루박, 살사 등...... 잠이 들었던 데프님 까지 나와 열심히 춤을 춘다.
고 선생님도 나도 필까지 다 엉거주 춤을 추웠다.
역시 리냐드님의 끼가 제일 반짝거린다.
평창의 이틀째 잠은 좀 설쳤다.
사람이 많아 진데다가 술을 많이 마신 창의 코 고는 소리가 하도 커서 설쳤다.
몇 시쯤이나 되었나, 날비와 콩별이 도착한 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대충 인사하고 말다.
날비는 아까 해미 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궁금하다.
나중에 들으니 화물차를 운전하는 새 직장이 김제인데 김제까지 가서 기거할 집을
보고 서울로 다시 와서 콩별을 데리고 내쳐서 내려오게 되었단다.
꽤나 힘들었을 텐데......대단하다.
우리 팀이 아주 단촐 했는데 콩별이 합류하여 좀 든든해진다.
맘이 여리고 착하지만 비행을 할 때엔 다구지게 할 정도로 속이 단단한 면이 있다.
나이를 먹지 않는 종족에 속하는 미인이다.
8.3일. 일. 래프팅 하라고 비 온 날
역시 잠을 설치고 일찍 일어나 평창강 방죽으로 나갔다.
조금 있으려니 비가 막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 오는 평창강의 경치는 또 나름대로 운치가 많다.
우산이 없어 오는 비를 다 맞으면서 산책을 계속한다.
숙소로 돌아오니 도심이 우산을 쓰고 나온다.
평창강 제방을 알려 주고는 산책을 권하였다.
어제 밤 그렇게 별이 총총하고 아침엔 매미가 그렇게 울어댔어도 올 비는 오고야
마는가 보다.
후덥찌근 하고 무더운 평창의 여름이 식는 것 같다.
어제 비행을 네 번이나 했으니 오늘 쉬면 딱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하루는 래프팅을 하기로 했으니 오늘은 딱 래프팅의 날이다.
[쓰리에쓰 김선종 씨와의 해후]
아침은 올갱이 해장국을 먹었다.
올갱이가 너무 적게 들어가서 불만을 터뜨리자 주인이 나중에 더 갖다 주기도 한다.
인심이 좋긴 좋은 고장이다.
재작년 항동 평창 번개를 주관하여 애를 썼고 많은 사람이 신세를 졌던
쓰리에쓰 김선종 씨를
찾아보기로 했다.
스카이다이빙, 스쿠버, 스키를 다 즐기기 때문에 쓰리에쓰 라고 아이디를 지었으며
샵 까지 갖고 있었던 그의 사업체는 평창 읍내로 들어가자 마자 왼쪽에 선진 전기공사이다.
지역에서 저 만한 사업체를 갖고 있으면 꽤 번창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평창 응급구조대장을 맡고 있지...
수소문 끝에 상봉... 오랜만의 만남이라서 어색하기도 하였고 반갑기도 하였으나
몇 마디 안부가 오가면서 다시 스스럼없이 되었다.
안타 생환 번개 때, 나 보다 두 살인가 적어 말을 트라고 하던 때로 부터 벌써 두 해가
지났으니 쉽게 말이 터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에 본인이 다치는 사고도 몇 번 있었고, 스카이다이빙 하는 군대 후배와 곽경창
씨의 패러 사고를 겪으면서 기개가 많이 깎인 느낌이다.
그가 아니라 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군대 후배의 사고를 이야기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목소리가 잠긴다.
역시 뜨거운 사나이다.
저절로 가슴이 먹먹해 진다.
[뇌운계곡 래프팅-아이거와 날비의 분투]
뇌운계곡에서 래프팅을 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동행하겠다고 하여 고마웠다.
외지에서 자기 장비를 갖고 와 래프팅을 한다면 거기에 자리잡고 있는 업체가 제지를
할 것 같아 은근히 신경이 쓰였는데 평창 유지가 따라 나선다니 든든해진다.
스쿠버에 사용하는 산소통을 빌려 주어 고무튜브에도 쉽게 바람을 넣었다.
역시 쓰리에쓰의 안면은 교육받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간단한 기술과 체조와 안전 교육과 응급요령을 교육받았다.
제일 앞줄에 선 탓에 내가 응급요령 시범 대상이 되었다.
물에 빠지면 배를 위로 가게 한 상태에서 머리를 들고 상류 쪽으로 하고, 다리를 하류 쪽으로 하여 몸을 띄우고 흘러내려 가도록 한다.
좌 현 우 현에 나누어서 앉고 키잡이가 맨 뒤 가운데에 자리하여 선창 구령을 붙이면
좌 현 우 현 혹은 양 현이 후렴 구령을 외치면서 노를 젓는다.
키잡이가 좌 현 앞으로! 하나 둘, 우 현 앞으로! 하나 둘! 양 현 앞으로! 하나 둘!
좌 현 뒤로! 하나 둘! 우 현 뒤로 하나 둘! 양 현 뒤로 하나 둘! 하고 외치면
나머지 사람들은 셋 넷! 하면서 노를 힘차게 젓는다.
그러면 보트는 앞으로 좌로 우로 뒤로 진행한다.
장애물이 많거나 유속이 빠르면 힘차게 저어 빠르게 통과한다.
바위에 걸려 꼼짝 않으면 힘 센 날비가 물에 들어가 배를 움직여 제자리를 잡게 하였다.
키잡이는 신안 뱃놈을 자처하는 아이거가 맡아 목이 쉬도록 애를 썼다.
부자비행과 덩순이, 고 선생님, 데프님 부부, 나 창 리냐드님 필 아이거 콩별, 날비의 합체는
점점 더 능숙해졌다.
특히 부자비행과 고 선생은 양 현 선두를 맡아 래프팅에 많은 경험이 있는 분처럼
아주 능숙하게 리드하고 대처하였는데 일에 대한 요령을 잘 아는 분들 같다.
도심과 종록인 귀경, 주작 부부와 팰킴은 차량 운전을 자임하여 빠졌다.
처음엔 구령과 대응 동작이 익숙지 않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데프님 부인은 겁에
질려 내리겠다고 사정사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괜찮다고 만류하여 세시간 가까이를
래프팅 하고도 벌써 끝났냐고 아쉬워 하셨다.
데프님을 아기 예뻐하듯이 사랑하며 스스로도 아기처럼 데프님 에게 엉기는 분이다.
쓰리에쓰의 강한 질책과 재교육을 받기도 하고 강가의 나무를 받기도 하는 둥 버벅 댔으나 점점 더 자기 자리와 할 일에 적응되어 가면서 다른 보트와 경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솔직히 나는 래프팅이란 것에 겁이 났었다. 힘차게 노를 젓는 것도 힘들고 물에 빠져서
허우적 되는 동안에 숨이 차고 물을 먹게 될 것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말대로 힘은 거의 들지 않았으며 보트는 웬만해선 뒤집어지지도
않았고 아무리 날카로운 바위에 부딪쳐도 바람이 새거나 물이 차지를 않는다.
바닥에 물 빠지는 구멍이 나 있어 외부에서 물이 넘쳐 들어 오면 금새 빠져 버린다.
물살이 센 곳은 짜릿한 스릴이, 깊은 곳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잔잔한 곳은 평화의
쾌감이 든다.
물살 흐르는 속도에 따라 빠르고 느리게 나아가는 게 참 좋다.
중간 중간에 비가 왔고 물에 들어가면 몸이 젖어 추웠지만 견딜 만 하였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몸과 옷이 마른다.
해가 나지 않아 래프팅 하기에는 참 좋은 날씨이다.
물총새와 해오라기 백로들이 강을 가로지르면서 나른다.
강 안개가 굽이굽이 돌고 절벽과 동굴들이 아름답다.
중간 중간의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노는 사람들, 고기 잡는 사람들, 수영하는 가족들......
가히 평창강과 사람이 어울린 평화요, 행복이다.
우리만의 래프팅은 이렇게 완벽하게 성공하였다.
[평창 사람들의 인정]
래프팅을 마치고 나오니 다리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평창 사람들이 찐 감자를
권한다. 평창감자는 아주 달고 고소하며 조직이 더 치밀한 것 같다.
배가 고픈 김에 모두들 매우 고맙게 받아먹는다.
점심 겸 저녁은 평창대교 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하였다.
고기는 쓰리에쓰님의 건물에 있는 한우고기 집에서 사고, 할인 마트에서 야채 번개탄 석쇠등을 사서 다리 밑에 모였다.
다리 밑에는 이미 쓰리에쓰가 잘 아는 몇 분들이 모여서 술과 닭죽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쓰리에쓰가 불러서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닭죽 한 그릇과 소주 몇 잔을 받았다.
아주 외향적인 여자 한 명이 있어 나에게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 침쟁이라고 대답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였다.
우리 쪽의 삼겹살과 소주와 맥주를 나누어 먹기도 하였다.
이따가 인제 에서 향기와 향수를 데리고 오면 쓰리에쓰와 이 여성이 연락하라고 한다.
음....그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과 약간의 들뜸이 술김에 들기도 한다.
부자비행님 일행, 고 선생님, 데프님 부부, 주작님 부부의 귀경으로 남은 사람들은 이제
아이거 날비 팰킴 창 콩별 필 리냐드님 나 이렇게 8명이 남았다.
인제에서 바이크 대회와 래프팅에 참가하고 있는 향기와 향수를 필과 리냐드님,
내가 데리러 가기로 하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저녁에 귀경 한다고 하여......
벌써부터 약간은 쓸쓸한 생각이 든다.
인제에 갔다 오면 달랑 다섯 명이구나.....뭐 하긴 첫날에도 여섯 명이었지.....
[인제로 가서 향기 향수를 데리고 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인제를 향해서 출발한 것이 7시 10분 정도.....
쓰리에쓰가 알려준 대로 운두령을 넘어 상남과 현리를 거쳐 가기로 함.
운전은 필이 하고 리냐드님이 앞자리, 난 뒤에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였는데
길이 너무 꼬불거려 누워 갈 때엔 꼭 써클링 하는 기분이다.
필은 이번 휴가에서 운전을 참 많이 했다. 오고 갈 때의 운전도 모자라
뒷자리에 길게 누워 있을 때 커브를 크게 돌면 몸 전체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인제 까지 뜻하지 않은 운전까지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힘들까 걱정된다.
그런데도 필은 길에 탄복하고 리냐드님도 길의 아름다움에 자주 경탄한다.
쓰리에쓰가 꼼꼼하게 가르쳐 준 대로 찾아갔지만 길이 워낙 꼬불거리고 멀어
도착하니 9시 반이 넘는다.
길에서 향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 차를 세우고 나가니 향기가 팔짝거리며 반긴다.
깜깜한 밤에 서로 멀리에서 와서 만나니 감개까지 무량하다.
두 사람은 여전히 팔팔하고 씩씩하다. 향수는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탔지만
이번 휴가가 꽤나 즐거웠나 보다. 밤이라서 보이진 않아도 볼이 빨개져 있을 게다.
바이크 일행들의 도움을 받아 향기 향수의 짐들을 차에 싣고 출발하니 밤 10시.....
차에서 서로 간의 즐거운 일정들을 경쟁적으로 이야기하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었는지 겨루기 하는 것 같이......
비행, 래프팅, 바이크, 먹기.......
먹기에서 단연히 평창 팀이 완승을 거두다.
인제에선 제대로 먹질 못하여 기아 선 상 에서 허덕인 모양이다.
바이크 2등 상품과 행운권 추첨으로 받은 쌀 10키로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돌아 오는 길은 갔을 때 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특히 향기 향수 사이에 끼어서 필의 도움으로 서클링까지 하니 더 빠른 것 같다.
향기가 팰킴의 전화를 받고 짐짓 화를 내고 질투를 크게 낸다.
향수의 안부부터 물었다나.....
사람들이 우리 올 때까지 안 가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참 의리 많은 사람들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정말 남은 알피네 사람들이 그대로 있다.
향 듀엣과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팰킴과 창은 향기의 시샘에 시달리고....
왁짝거리는 시간도 잠깐....날비와 콩별, 아이거와 팰킴이 올라가야 할 시간이다.
저녁에 출발한 부자비행 일행은 이천까지 5시간 걸렸다는데.....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보내고 창과 향기 향수의 작은 술판이 또 벌어졌다.
창의 코골이에 잠을 뺏겨 이방 저방을 오가다가 잠이 들었다가 깨니 창이 가고 없다.
에구....가는 것도 못 보고 작별인사도 못하다니......미안해라.....
창과 비행과 노래도 같이 하고 같이 먹은 사흘이 벌써 그립다.
진태 하고의 약속이 잘 되기를 빈다.
8.4일 월. 햇볕이 쨍쨍하고 무지 더움
[수탉과 개의 합창]
새벽에 어김없이 수탉이 그렇게 울더니 오늘은 개까지 크고 길게 울어 제낀다.
꼬끼오 꼬!!!! 워우우~~~~
수탉 울음에 맞춰 내는 소리가 꼭 늑대 울음 같다.
저 소릴 두고 김인식 씨가 이야기 한 건가 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해가 안 보이고 흐리고 안개가 산허리를 둘렀다.
혹시 오늘도 비가 오진 않을까 걱정이 든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에 그쳤으며 무지무지 더운
하루가 되었다.
향숙 향기 향수 향 트리오를 앞세워 산책을 나섰다.
코스는 역시 평창강 제방......꽃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평창강의 아름다움에 모두 감탄한다.
주진 초등학교에 가서 그네를 타고 상사화도 알려 주었다. 그 이름에 모두들 신기해한다.
병아리 반부터 시작하여 코끼리 반까지에도 웃음을 나누다.
마지막 아침밥, 역시 밥 짓기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필의 몫이다.
가게에서 산 싱싱한 두부를 부치고 김치찌개를 얼큰하게 만들어 맛있는 아침을 끝냈다.
김인식 씨도 불러서 같이 하였다.
착륙장에 가니 벌써부터 지열, 아니 자갈들의 복사열이 지글지글 거린다.
오늘 더위가 장난이 아니겠다는 걱정이 든다.
지금까지 잘 견뎌왔지만, 래프팅 하고 나서 결리는 옆구리가 배까지 땅기게 하는데
더위까지 먹으면 큰일이다.
착륙장 바람은 약간 불규칙하였다. 좌측풍이기도 하고 정풍이기도 하고.....
혹은 달라지기도 하고.... 착륙할 때 윈드 쌕을 잘 보고 내려야겠다고 주의한다.
향기 향수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기 위해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차를 타고 나중에 출발...
중간에 향기 향수를 만났는데 자전거의 바람이 빠져 열심히 바람을 넣고 있었다.
천천히 올라오라고 하면서 이륙장에 올랐다.
길 중간의 쪽다리 있는 곳에서 산물을 마시고 점심은 여기에서 삼겹살을 구어 먹기로
하다.
[마지막 날의 비행]
이륙장은 착륙장보다 훨씬 시원하였지만 이륙 바람으로선 정풍이지만 약한 느낌이다.
그러나 후방이륙으로 성공하였다.
조종줄과 라이저의 위치, 그리고 풋바의 미사용 때문에 필에게 따끔한 일침을 맞았다.
자신의 기체의 구조와 성능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정말 난 아직 멀었다. 그렇게 듣고도 자꾸 잊어버리다니.......
후방이륙만 해도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버벅대는 것이다.
A 라이저를 따로 위로 빼서 올려 잡고, 조종줄을 엇갈려 잡되 왼쪽은 밑으로 오른쪽은
위쪽으로 오게 해야 몸을 오른쪽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
잊어버리지 않도록 좀 더 자주 지상연습을 해야겠다.
오늘따라 기체가 빨리 올라오지 않는다. 필은 더 힘있게 뛰라고 하지만 뒷걸음질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기체가 올라 왔다가는 텐션을 느끼지 못하게 흐물 거린다.
그런 기체였지만 뒤로 돌아서 뛰어 나가 다행히 이륙에 성공하였다.
돌면서 만세를 하고 나갔다고 필이 야단친다.
난 안 했다고 하였지만, 어쨌거나 나무를 스치듯이 낮게 이륙한 것으로 보아
무심코 만세를 했나 보다.
이륙장이 더 길었으면 아마 나무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몇 번 릿지를 하다가 무사히 잘 착륙하였지만 맥반석 불가마 같은 착륙장의 열기는
사람을 너무 지치게 한다. 비행복을 안 입었기에 좀 낫다.
고도를 좀 높이 잡았기에 한참을 놀다가 내려 올 것 같은 리냐드님이 조금 있으니
내려온다.
두 번 째의 비행을 위해 올라가니 향기 향수가 이륙장에 도착되어 있다.
리냐드님의 아틀라스 기체로 향기가 비행을 하기로 한다.
이번에도 후방으로 이륙하여 날아갔다. 바람이 아까보다 더 약하여 좀 더 빨리 내려갔다.
향기는 바로 고도를 잡아 꽤 오래 비행할 것 같았는데 금방 내려왔다. 나중에 들으니
하네스가 너무 무겁고 몸에 안 맞아 불편하였다 한다.
두 번 비행을 마치고 이륙장에 올라가 앞으로의 일정을 정하였다.
필과 공군병장은 비행을 하고 향 트리오 세 명은 내려가서 삼겹살 준비를 하고 나는
이륙장을 지키고 있다가 사람들 오면 저녁 무렵에 비행을 한 차례 더하기로 맘먹다.
[바람 탓하는 이륙 미숙 비행자]
필과 공군병장은 역시 최고수급이라서 비행을 자유자재로 한다.
난 언제나 저 정도로 비행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이륙과 착륙, 그리고 리지 라도 제대로 탈 수 있었으면 한다.
어떤 팀에서 네 명이 비행을 하는데 한 사람이 좀 어렵게 이륙을 하더니
한 명이 이륙 준비, 한 명이 보조, 한 명이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이 비행자와 보조자가 참 웃긴다.
꼭 실력 없이 덤벼드는 나하고 비슷하다.
그러나 나와의 차이는 뚜렷하다.
실패의 원인을 알거나 모른다는 것과 바람 탓을 하거나 안 한다는 것이다.
필의 말 마따나 좀 더 힘있게 끌어올리고 힘차게 뛰어야 하는데 이 사람은 기체가
60%도 올라오기 전에 뒤로 돌아 전방이륙 초기 동작 모양을 자주 연출한다.
몇 번이나 실패를 하는 동안에 비행자와 보조자가 바람이 많이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보자니 내 입이 다 굼실거릴 정도다.
겨우 겨우 기체를 세워 돌아섰지만 역시 기체는 다시 죽는다, 그래도 이번에 좀 더
피치를 올려 뛴 덕으로, 장암산의 경사도 덕을 톡톡히 보게 되어 이륙에 성공한다.
멋진 사진을 찍을 틈도 없었다.
다른 팀들의 이륙연습을 구경하다 보니 볕이 따갑다.
그늘에 들어가서 구경하기도 하고 졸기도 하였다.
시간이 계속 흘러 두 시간이 넘어 가는데도 올라 올 기미가 없다.
은근히 진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땡볕 비행 두 번 후에 아끼고 남겨둔 시원한
저녁 비행을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이런 걱정은 그대로 실행이 되었다.
진이 빠질 대로 빠진 후에 리냐드님을 비롯한 향 트리오가 올라왔다.
두 시간 만에 올라오면 어떻게 하냐고 저절로 심통이 터진다.
뭐 부지런히 움직였어도 이렇게 늦었다는데 어쩌랴....내 속만 탈 뿐 이지.
아까 찜해 둔 쪽다리로 가서 자리를 잡으니 필과 공군병장이 올라온다.
삼겹살과 술을 잔뜩 사 와서 굽기 시작한다.
이륙장에서 혼자 두 시간 이상을 기다리느라고 진이 빠진 바람에 도대체 식욕이 나지를
않는다.
향기는 그런 나를 보고 비웃으며 빈정거리며 약까지 올린다.
나도 독하고 야한 소리로 대꾸했지만 여기에다 쓰고 싶지는 않다.
에구 더 이상 말을 말아야지......흉 보다 닮으면서 곤쟁이 될라....
결국 마지막 날의 비행은 땡볕 비행 두 번으로 끝냈다.
초보인 내가 혼자서 비행 한번 더 하겠다고 나설 수가 없었다.
저녁 비행을 못한 것이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겨우 이륙감이 잡히기 시작했는데.....아까워라~
숙소에 와서 마지막 정리를 깨끗이 하였다.
김인식씨가 앞으로 연락만 하면 언제든지 무료로 방을 빌려 주겠다고 한다.
그 사람도 우리가 꽤 편했나 보다.
이번 휴가에서 귀하게 사귈 수 있었던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더 많이 알게 되고, 그것이 좋은 방면이라면 귀한 것이다.
[상경 길]
잘 지냈던 주진 아파트와 평창 활공장을 뒤로하고 출발한 것이 오후 8시 50분....
운전대는 변함 없이 필이 잡았다.
피곤하기 전에 일찌감치 내가 잡겠다고 하니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고 극구 사양이다.
향 트리오는 계속 잠에 빠진다. 참 잘도 잔다.
향기 향수는 구겨져서도 저렇게 잘 잘 수 있다니 참 부럽다.
나는 눈이 따가워 가끔 눈을 감아 보나 잠이 들지를 않는다.
나라도 필의 기쁨조가 되어야지...
길 사정과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세 시간이 안 되어 분당에 도착하였다.
필이 뭐라도 먹고 가자고 하여 아이거 동네의 뼈 해장국 집으로 갔다.
아이거를 부르니 조금 있다가 날비 까지 도착하였다.
날비가 아쉬운 대로 아이거 집을 이용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드나들고 자러 오는 것을 싫어하거나 마다하지 않는 아이거의 심성이 참
넓고 곱다.
아이거는 결코 밴댕이가 아님을 내가 정중히 보증한다.
날비는 김제에 방을 얻기로 하였지만 화물차를 넘길 사람이 부천을 권하여 부천까지
가서 가계약을 하고 왔다 한다.
500만원에 20만원의 다세대 주택이라 한다.
배가 무척 고팠는지 맵고 짠 해장국과 소주 한 병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운다.
잔치는 진하였으나 작별은 담담하다.
화려한 잔치와 아쉬운 이별을 자주 경험하였기에 그런 것 같다.
향기 향수는 필이 마지막으로 배달해 주기로 하고 나는 리냐드님을 맡았다.
리냐드님을 내려 주고 집에 혼자 오는 길이 너무나 졸립다.
눈이 자꾸 깜박거린다.
정릉 터널을 지나고 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여기서 10분만 더 가면 되지만......
차를 세우고 눈을 붙인다.
무슨 꿈 엔가 화들짝 놀라 깨니 새벽 1시 20분이다.
한 20분 잤나.....
아, 잠깐의 단잠 속의 꿈 같은 평창 휴가 비행이었다.
필을 비롯한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2003년 평창 여름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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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불꽃 놀이와 사람 구경 길...
홑겹 트렌치 코트는 내가 혼자 밤을 헤맬 때 입는 유니폼인가 보다.
이번엔 다행인지 불행인지 혼자만의 유영이 아니라 사람의 물결 속을
헤엄쳤다.
엄청난 구경꾼들이 몰려드니 아예 차는 갖고 오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는
정보를 듣고지하철 영등포구청 역 앞에다 차를 세워 두고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하여, 표를 끊었다.
애초부터 여의나루역까지 가지 말고 여의도 역에서 내려 걸어갈 것과,
왕복표를 끊는 것이 편할 것이라는 역무원의 말을 따랐다.
마침 대봉이 맛있어 보여 20개 짜리 상자 하나를 샀다.
그러나 나의 이런 행각은 쌀 한말, 새끼줄에 묶인 닭 한 마리와 달걀 한줄을
싸들고 서울에 올라 와 만원 버스를 탄 60년대 시골 아저씨의 생각이 증명이 되었다.
표 두장을 끊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세계로 내려갈 때만 해도
화려한 불꽃구경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기충천해 있었다.
그러나 플랫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감 상자를 수평으로
들 수 없어 수직으로 들어야한 한다는 상황에 직면하고는
슬슬 심상치 않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다행히 세 정거장 밖에 안되어서 다행이었지 더 멀리 갔으면 크게 고생할 뻔 하였다.
여의역을 빠져 나오니 어마어마한 인파가 기다랗게 이어지고 있다.
인도엔 포장마차, 핫도그, 쥐포, 뻥튀기, 솜사탕, 뻔데기, 골뱅이, 엿장사 등이
늘어서 있어, 여의도 전체가 하나의 노점상 단지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들 사이를 뚫거나 뒤를 따라서 여의나루역까지 감 상자를 들고 가려니
여간 불편하지 않다.
구불구불 돌아서 결국 여의나루에 도착하여 한강시민공원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개인들이 폭죽 쏘아올리는 소리와 빛이 요란하다.
싸구려 중국제 폭죽이라서 화약냄새가 너무 역겹다.
평소에 시민공원에서 못 터뜨린 폭죽을 오늘은 맘 놓고 터뜨리려는구나 하고
편안히 맘 먹기로 한다.
하긴 불편한 맘은 나에게만 손해를 준다. 어쩌겠는가?
한강공원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잡동사니 음식 냄새가 천지를 진동한다.
사람의 물결을 헤치면서 63 빌딩 쪽을 향해서 앞으로 앞으로......
드디어 63빌딩 앞, 시민공원 주차장 입구까지 도달하는 것에 성공!
원효대교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만큼 많이 모인 사람들...
만나기로 한 사람들에게 전화와 문자를 보내 봐도 소통이 안 된다.
하다 하다 안 되니 포기할 수 밖에....
포기야말로 평정의 어머니인가?
집착은 불편, 들끓음, 불안정의 어머니인가?
난 평정의 어머니를 택하기로 하였다.
오른쪽의 공연무대에선 알 수 없는 외침과 몸놀림이 멀티비젼을 통해
번쩍거리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흘러 내려간다.
흘러내려 가서는 그냥 흡수되듯이 어둠에 잠겨 버리고 만다.
그래, 뻘에 스며들듯이 다 빨려 들어 가는구나.
불꽃이 쏟아지는 하늘 한 켠- 불꽃의 얼굴과 불꽃의 목소리를 듣다.
8시 10분이 좀 넘어간다.
여기 저기서 여덟시가 넘었는데, 왜 시작을 안하나 웅성거린다.
그 때......
동남쪽 방향, 공연무대 쪽이 번쩍거리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탄성......
이야~~~와아~~~
그리고 쏴아~~꽝꽝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비가 쏟아진다.
노랑, 빨강, 하양, 보라, 주황, 초록, 파랑색의 불이 꽃되어 하늘에서
폭포처럼 피었다가 순식간에 져버려서는 흘러 내린다.
불꽃.....
국화꽃, 무릇꽃, 안개꽃, 해바라기, 파꽃, 연꽃, 씨가 된 할미꽃......
불비, 불 소나기, 이슬비, 가랑비......
불꽃의 폭포.....
불 안개......
불 나무.....
눈보라처럼 가루되어 흩어지기도.....
모래처럼 흩뿌려지기도.....
불꽃은 정말 별 모양을 하고 있다.......
터져서 확 피어서는 사방팔방 육십사 방위로 산산이 튕겨나가는 모양은
오각형의 별이다.
하늘의 별은 다섯모의 꽃을 닮아 오각형인가 보다 했더니
불꽃은 별을 닮아서 오각형인가?
불가사리의 다섯모도, 불꽃을 닮았나?
산호와 해파리, 말미잘의 촉수를 닮은 불꽃......
불꽃 속에 불꽃이 있는 것은 꽃 속에 꽃이 있는 겹꽃을 닮았다.
물이 흘러내리듯, 얼음 폭포의 얼음 녹아내리듯......
사람이 만든 물건 중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현란하고 순간적인 것은
아마 불꽃이 대표적인 존재일 것이다.
아마 순간적이기에 이렇게 현란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추하고, 사나운 모양들은 아예 끼어들 여지가 없어서도......
폭죽을 만든 사람들도 자신이 만든 폭죽이 꽃이 되고 비가 되어
저렇게 흐드러질 줄은 미처 몰랐을 거다.
소리가 저리 다양할 줄도......
모래사장에 내리는 빗소리 처럼.....
양철 지붕에 내리는 빗소리 처럼.....
낙엽위에 내리는 눈 소리가 될 줄은 몰랐을 거다.
또 천지를 소리로 삼켜버릴 듯 울리는 천둥소리를 닮을 줄도 몰랐을 거다.
우르릉 쾅쾅!!!!!
타다다당 탕탕!!!!
슈우욱~~~~쾅쾅~~~번쩍!!!!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지는 궤적 역시 화려한 에필로그 이다.
연기로 흩어지기 전의 그 궤적은 거의 한가지 색이다.
바로 오렌지 색, 주홍색......
그리고 흩어지는 연기 역시 잿 빛......
폭죽의 재나 모든 타는 것의 잔재는 역시 잿빛인가?
그래서 잿빛이겠지.......
사람들의 탄성과 즐거움을 삼켜버린 불꽃이 탄식처럼 긴 꼬리를 남기고
스러져 간다.
머리 풀어 헤친 수양버들 같은 긴 한숨을 토하고 스러진다.
오색으로 수 놓은 불꽃을 삼킨 까만 강은 무심히 소리 죽이며 흘러간다.
흘러가는 나의 감상 역시 또 덧없다.
돌아가는 길, 또한 장난이 아니다.
차길이건 사람길이건 사람으로 넘쳐 난다.
여의도 간선로를 빼고는 차로 꽉 차 있다.
골목과 아파트 마당을 가로질러서 여의도 역을 찾아 간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
구청역 역무원 말대로 표 한 장을 더 사길 잘했다.
그러나 개찰을 하려니까 표를 뱉어 놓는다.
아까 새 표를 넣고 나왔군 하면서 코트를 펄럭이며 뛰어 넘는다.
만원 전철 칸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끼어 상자를 수직으로 들고 서 있으니
한 아가씨가 자꾸 옷을 내려다 보며 갸웃거린다.
감 상자를 보니 밑이 좀 젖어 있다. 이러다가 구멍이 뻥 나면 어쩌지?
세 정거장 밖에 안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은 올 때도 또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와서 감 상자를 열어 보니 스무개 중에서 일곱 개만
멀쩡하고 나머진 다 터져 있다.
성한 것은 골라서 따로 두고, 터진 감들은 따로 모아 체에 받쳐 놓았다.
터진 감은 이렇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옷을 보니 코트 아랫단과 바지 여기저기가 감물로 젖어 얼룩져 있다.
전철 안의 그 아가씨의 옷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웃음도 나고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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