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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4.19 감 이야기
- 2005.04.19 패러 국가 대표 선수의 죽음 앞에서
- 2005.04.19 차 마시기 좋은 때의 글과 나의 추가
- 2005.04.19 강화 시 번개, "부드러운 직선" - 오리지날
글
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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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은 가을과 기다림, 헤어짐, 남겨 짐의 감인가 보다.
동요, '나뭇잎 배' 같은 약간은 허전한 단조의 느낌을 주고.....
어릴 때 에도 단조를 깔고 있는 노래들이 좋았다.
오빠 생각, 섬집 아기, 과꽃, 가을, 기러기......
그러나 감은 나에게 한번도 그런 느낌을 안 주었는데....
나에게 있어서 감은 부지런함, 새벽, 투명한 빛, 달디단 물 덩어리로
상징 된다.
그리고 약간은 도톰 하고, 풍요스러운 빛깔과 은은한 향기를 뿜어 내는 꽃...
초등학교를 수원에서 다니다가 여름 방학 때면 고향 집엘 간다.
그 때의 감나무엔 적당히 굵어진 감들이 달려 있다.
장중감, 대접감, 쪽감 등의 감나무들이 동네엔 골고루 있는데,
밤 새 많은 감들을 떨구어 놓는다.
비나 바람이라도 많이 불면 참 많이도 떨어 진다.
워낙 감을 좋아해서 날이 밝기도 전인 새벽에 바구니 같은 것을 들고선
감을 줏으러 감나무들을 찾아 다닌다.
그 감 들 중에 혹시 일찍 익은 연시라도 있으면 정말 땡 잡은 기분이고,
땡감들을 서늘하고 어두운 항아리에다 보관해 두면 며칠 지나면 물렁물렁 해 진다.
이렇게 하여 익혀서 먹으면 제법 달콤 하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감나무의감을 줏어서 먹어보면,
껍데기는 두껍고 살도 적고 단 맛도 별로 이지만,
어릴 적엔 그렇게 맛있었다.
방학 초기엔 땅 바닥에 흔하던 감 들이 방학이 끝나 갈 무렵엔 참 드물어 진다.
그때엔 경쟁자들이 생겨서 다른 아이들이 줏어가나 하고 생각하고
보다 더 빨리 일어나서 후래쉬를 들고 감을 찾으러 다녔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다.
나무가 스스로 감을 떨구었고 스스로 지켜 내는 것을 알아 낸 것이다.
자신의 종자를 잘 퍼뜨리기 위해 불필요 하게 많은 것을 줄여 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감나무를 보아도 영양이 부족하거나 늙으면씨가 엄청 많고,
영양이 풍부하면 씨의 숫자가 확실히 줄어 든다.
우리 것도 칠 년 전에 씨가 8-12 개나 있어 종자가 나쁜 것인가 했지만
거름을 많이 했더니 씨가 없거나 네 개 이하로 줄어 들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감은 먹을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그 잎도 참 예쁘다.
윤이 반지르 하고, 단풍이 빠알갛게 곱게 들면, 정말 곱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감나무는 사시사철이 다 예쁘다.
겨울의 시골엘 가 보면
하늘을 향해 울퉁불퉁 벋은 가지들과 겉 무늬들은 또 얼마나 예쁜지.....
봄에 새 혀 처럼 새순이 나고 도톰한 꽃 잎이 날 때는 또 어떠 한가?
그 연한 연두색들.....온 하늘을 연두 빛 안개로 덮는다.
윗 시의 감은 사람 마음을 맑게 해 줘서 좋다.
그리고 나의 감은 보아서 좋고, 향기가 나서 좋고, 맛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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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 국가 대표 선수의 죽음 앞에서
세상에서 제일 귀한 것은 사람 목숨, 사람이다.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목숨을 보존하고 건지는 것이 최우선 이다.
난 설악에 갔을 때 같이 간 친구와 얘기한 적이 있다.
성냥 한 통이나 라이터 한 개만 있으면 겨울의 조난에도
살아 날 자신이 있다고.....
산에 불을 놓겠다고.....
한 목숨 건지려고 산에 불을 지를 것인가를 묻었다.
사람 목숨이 제일 귀하다, 아니 내 목숨이 제일 귀하다 라고 말했다.
항공인들, 비행하다 어떤 사람이 떨어져 죽거나 다치면
남의 일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안타까워 하고, 슬퍼 하고.....
모두들 내 일로 생각하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위험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 하기도 하고 당분간은 굉장히 조심한다.
또 작건 크건 다친 기억과 위험했던 경험은 다 갖고 있다.
다른 레저스포츠에 이런 분위기나 정서, 역사는 별로 없다.
한 마디로 이렇게 많이 죽고 다치는 종목이 얼마나 있겠는가?
더우기 대중화된 스포츠가 이렇게 많이 죽고 다치지는 않으리라.
왜 이렇게 많이 죽고 다칠까요?
다른 나라는 어떨까?
그리고 국제 대회 에서 어느 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죽었을까?
국내 대회에서 죽은 사람은 어느 나라가 제일 많을까?
평소에 비행을 즐기다 죽는 것은 어느 나라가 제일 많을까?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이렇게 급속하게 대중화했을까?
난 도사님이나 몇 몇 분께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우리 패러계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라고.......
너무 쉽게 배우고, 그러다 보니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패러 인구가
쏟아져 나왔다.
자격을 갖춘 스쿨 에서도 배우고, 개인한테도 배우고,
자격이 없는 클럽 에서도 배운다.
패러를 배워 즐기겠다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공급 차원에서
만족시키는 과정은 결국 이런 구조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런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고 교통정리할 수 있는
협회나 정부 기관은 지리멸렬 상태에 빠졌었고....
공식적인 한국의 표준 교본 하나 제대로 없다는 것이 지리멸렬 패러단체의
자화상은 아닐까?
어떤 상황에서도 목숨이 제일 귀하니 욕심내지 말아라 라는 것은
우리 패러 선수에겐 적용이 안 되나 보다.
데프 님 글을 보면 주수옥 님은 언젠가도 보조산을 못 펴고 떨어졌다는데....
도사님 글을 보면 보조산을 잊어 버릴 둔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데,
"조금만 더......" 가 보조산 던질 시간을 뺏은 것은 아니었는지?
"조금만 더"란 무슨 의미인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자신을 시험하는 것인가?
자기극복을 위한 시험인가?
국가대표급 선수라 해서 불탄산에서 쫄쫄이 비행하는 교육비행자 보다
위험을 좀더 연장시켜가면서 비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명은 성립이 안 된다.
기체가 아무리 좋아도 자연 앞에는 한낱 크리넥스 종이 한장 만도 못하다.
기체를 만드는 회사는 이것을 뻔히 잘 알 텐데,
목숨이 제일 귀하다, 무조건 살아라 라는 것을 얼마나 강조 해 왔을까?
하늘에선 최후적으론 자기가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면 단 가?
초보 때 부터 안전제일, 목숨 제일이라는 것을 굳게 심어 줬으면
보조산은 좀 더 일찍 펴지지 않았을까?
보조산이 펴졌으면 살긴 살았을까?
보조산을 펼 상황 이전, 아니 웬만하면 이륙조차 포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비행도 운전 처럼 방어 비행에 최고 점수를 주어야 한다.
"웬만하면 비행을 한다" 에서 "웬만 하면 안 한다"가 정착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모든 기준 분야에서- 기체 급수, 고도, 거리, 시간, 기술 등...-
한 끗 낮추기 비행이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철저한 보호 장치가 없는 스포츠는 모험 스포츠 일 수 밖에 없는데,
그에 상당한 법적 기초가 필요하진 않을까?
활공장은 또 얼마나 열악한가?
스쿨은 또 얼마나 영세한가?
이런대도 비행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해 마다 늘어만 간다.
활공장의 관리와 통제를 통해 어느 정도 질서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강한 카리스마로써,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욕 먹기를 자초해서라도, 이런 일을 누군가가 해야 한다.
일단은 더 이상 대중화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교육을 고급화 하여 스쿨의 영세성을 극복시키기도 해야 하는데....
우수한 선수 인력, 기체 실험 가능 인력이 또 갔다.
정민화 님에 이어 주수옥씨 까지......
선수는 하늘 에서 죽어야 하는가?
무조건 살아라!
어떤 조건 에서도 무조건 살아 남아라!
죽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살아 남기 위한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
첨 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하지 않나?
한국 패러계의 발전이 제조 업체나 수입 업체가 주체가 되어 왔기 때문은 아닌가?
시작이야 업체 했고, 엄청난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중화 시점에선 주체 전환이 이루어 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누가 주체가 되어야 할까?
교육자, 피교육자, 동호인이 되어야 한다.
즉 밑바닥, 저변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진 엘리트가 주체였다면 앞으론 대중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주체 전화의 가장 큰 이유는 비행 기준의 변화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와 고급자의 고급 기술이 기준이 아닌, 무조건 안전 제일이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이룰 추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게 바로 협회와 같은 패러단체인데,
여기에 이르러서는 선배 모두가 고개를 흔든다.
"틀렸어!" 라고.....
그럼, 이렇게 계속 하늘에서의 죽음은 결국 개인 책임 일 수 밖에 없는
원시구조, 무책임 구조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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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기 좋은 때의 글과 나의 추가
차 마시기가 좋은 때
1. 몸과 마음이 한가롭고 고요할 때
2. 졸음이 오고 정신이 혼탁할 때
3. 여행을 떠났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4. 청산의 옥수(玉水)를 길어 왔을 때
5. 연못가의 수양버들이 봄비에 젖을 때
6. 창문에 푸른 달 그림자가 어릴 때
7.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을 때
8. 고서를 뒤적이고 고화를 감상할 때
9. 오월의 신록 속에 뻐꾸기 울음이 떨어질 때
10. 시를 생각하고 시를 쓸 때
11. 난초와 수석을 어루만질 때
12. 차꽃이 피었을 때
13. 소나기가 개이고 무지개가 걸렸을 때
14. 섬돌 밑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낙엽이 지는 때
15. 연못을 만들고 정자를 지었을 때
16. 아름다운 벗이 찾아왔을 때
17. 명상에서 깨어났을 때
18. 훌륭한 차와 마음에 드는 다기를 얻었을 때
19. 마루에 앉아 흰 구름을 바라볼 때
20. 가을 밤 기러기 울음과 낙엽이 떨어질 때
21. 산사에 가서 스님을 만났을 때
22. 뒤란 대숲에 싸락눈이 내릴 때
23. 살구꽃 핀 마을에 갔을 때
24. 연하장을 보내고 연하장이 왔을 때
25. 과음한 뒷날 마음이 어지러울 때
26. 천년 노송에서 청학이 푸득일 때
27. 목동들의 풀피리 소리가 들릴 때
28. 삶이 시들하고 인생이 서글퍼질 때
29. 석류꽃이 피고 보름달이 뜰 때
30. 가족들이 모여서 정담을 나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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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나기 오려고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질 때
2. 굵은 비가 감나무 잎에 소리 내며 쏟아질 때
3. 노랗고 붉은 노을에 투명한 비늘구름 깔릴 때
4. 고요한 정자와 계곡물을 만났을 때
5. 깊어가는 가을 밤에 바람이 창문을 흔들 때
6. 늦은 가을, 빠알간 감이 달려 있는 감나무를 보았을 때
7. 자고 일어나 보니 하얀 눈이 나무와 지붕에 소복히 쌓였을 때
8. 꽁꽁 얼어 붙은 저수지가 쩍쩍 속 갈라지는 소리를 낼 때
9. 까만 밤 빈들에 겨울 칼 바람이 뭔가를 잡으려고 달릴 때
10. 오랜 절 처마에 서서 빗방울 들이 구슬 지어 떨어지는 것을 볼 때
11. 두물머리 느티나무 에서 앉아 있을 때
12. 내천이나 시드 같은 친구가 전화 하거나, 갑자기 찾아 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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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시 번개, "부드러운 직선" - 오리지날
강화에서 시 낭송 번개를 갖기로 했다.
강화 외포리 바닷가에 가면 언제나 썰물 때 촛불과 간단한 제수를
차려 놓고 치성을 드린다.
여기저기 종이컵을 씌워 놓은 촛불들도 드문드문 보이고.....
각자 2000년 맞이에 바빠할 때, 혼자서 100개의 촛불을 켜 가며
안타의 회복을 간절히 기원하던 향기가 생각이 난다.
참 대단한 정성 이었다.
이렇게치성드리는 사람을 보니 확실히 알겠다.
난 도 종환 님의 "부드러운 직선"을 준비 했다.
참교육 운동과 전교조 활동을 할 때, 고생을 하면서도 꿋꿋한 기개와
역사의식을 가졌던 그 분의 면모를 보게 해주는 귀절 들이 좋아서다.
"............................................................
휘어지지 않은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
사철 푸른 홍송 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 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는...........................
달이 떴으면 그 빛에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눈 밝은 나로서도 잘 안 보였다.
그 때 지킴이가 라이터를 비쳐 주었는데, 바람이 불어 낭송이 자꾸 끊긴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 내렸다.
<2000 년 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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